서울의 A대학의 한 수업에서 있었던 사건을 다룬 ‘휠체어를 탄 장애학생에… 계단식 강의실을 고집한 대학생들’이라는 신문기사를 읽고 고등교육 현장이 얼마나 각박하고 인권 감수성이 취약한지 절감했다.

이 대학은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고, 장애인 접근이 어려운 강의실 리스트를 만들어 장애인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강의실이 리스트에서 빠진 것이다. 학교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350m 떨어진 다른 강의실을 배정하려 했지만, 일부 비(非)장애 수강생들이 “동선(動線)을 고려해 수업 시간표를 짰는데 강의실 거리가 멀어지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에 따라 인심이 각박해진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은 이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불편함을 직면한다. 수강신청 때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가’ ‘강의실이 1층에 위치하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에 듣고 싶은 과목이나 소위 인기 있는 과목을 선점하는 것에 엄두조차 못 낸다. ATM기계나 학생식당 등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돼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용하기 힘든 일도 다반사다.

장애학생에 계단식 강의실 고집
서울 모 대학서 벌어진 無배려

장애학생 지원체계 확대됐지만
현실적 난관에 입학 포기 사례도
불이익 없게 교육여건 개선해야

외면적 여건만으론 해결 어려워
장애인 바라보는 의식 바뀌어야
“법정 스님의 無學을 되새길 때”

장애인의 고등교육에 대한 관심과 교육기회 확대는 1995학년도부터 도입된 특수교육대상자 대학 특별전형제도 시행이 대표적이다. 이후 장애인특례입학제도를 실시하는 대학과 대학에 입학하는 장애학생들은 점차 늘어났다. 대학들도 장애학생의 실질적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장애학생 지원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장애인특례입학제도를 도입한 100개가 넘는 대학들도 장애학생들이 겪는 이동 또는 학습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학생지원센터 설치 및 장애학생 도우미 지원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기회가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교육환경은 아직 미흡한 것이 많다. 실제 대학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은 건물 입구의 턱, 경사로, 출입구, 승강기, 화장실, 강의실 구조, 주차공간 등과 같은 편의시설의 미비로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특례입학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교 수가 증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교육 환경적 여건을 이유로 입학 차체를 포기하거나 입학했더라도 자퇴하는 장애학생들도 다수 있다.

따라서 장애학생들에게 교육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교육환경여건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규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애인의 고등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책임자가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동법 제2장 제2절)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외면적인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장애학생을 위해 제아무리 편의를 증진시킨다 하더라도 비장애인들의 무(無)배려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삐걱거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편의시설 개선은 비용 문제 이전에 장애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의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불자이면서 대학에서 10년 넘게 사회복지학을 지도해왔다. A대학에서 있었던 사건은 고등교육기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매우 기본적인 의식의 문제이기에 가슴이 먹먹하다. 동시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실린 ‘무학(無學)이란’ 글이 떠올랐다.

무학이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많이 배웠으면서도 배운 자취가 없음을 가리킨다. 학문이나 지식을 코에 걸지 말고 관념의 유희에 춤추지 말며, 자유롭게 생기 넘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은 가짜요, 위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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