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하세데라·무로우지

하세데라는 꽃과 더불어 관음신앙으로 유명하다. 이를 보여주는 행사가 12월 31일부터 1월 1일로 이어지는 관음 만등회 행사다. 관음 만등회의 등불들이 사찰을 장엄하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하세데라(長谷寺)
하세데라(長谷寺)는 꽃과 함께 관음신앙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하세데라’나 ‘하세칸논(관음)’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라 하세데라 외에도 같은 이름의 하세데라가 몇 곳이 더 나온다. 하지만 꽃과 관련된 사찰은 나라에 있는 하세데라가 가장 유명하다. 하세데라 관음신앙이 이 만큼 일본 전국으로 전개된 것이다. 아마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세데라라고 하면 가나가와현 가마쿠라(鎌倉) 하세데라가 떠오를 것 같다.

꽃·관음신앙 유명한 ‘하세데라’
신년 ‘관음 만등회’ 풍경 장관
日서 보기드문 산사 ‘무로우지’
여인 금제 없던 신성한 진언사찰 


하세데라 창건은 7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스카 가와라데라(川原寺) 승려인 도묘 쇼닌(道明 上人)이 덴무(天武)천황을 위하여 국보 ‘동판법화설상도(銅板法華說相圖)’를 만들고 삼중탑을 건립해 사찰을 창건했다. 이것이 하세데라의 시작이다.

나라 시대에 들어 쇼무(聖武)천황 발원으로 도쿠도(德道)상인이 가람을 조영하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십일면관세음보살상(十一面觀世音菩薩像)을 봉안했다. 733년에 명승 교키(行基) 스님을 도사(導師)로 관음의 개안(開眼)이 진행되었다.

하세데라는 건립 후 화재로 몇 번이나 피해를 입었다. 그때마다 소실된 관음보살상의 남은 일부분을 새로 만든 보살상 내부에 넣어왔기 때문에 영험함이 여전히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관음보살상이 16세기에 제작된 것이며 높이 약 10미터,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돌로 만든 대좌 위에 서서 왼손으로 물병을 들고 오른손에 염주를 쥐고 석장(錫杖)을 갖고 있는데 지팡이를 짚고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어디든지 걸어간다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런 모습의 관음보살상이 드물어 이를 하세데라식(式)이라고 부른다.

〈법화경(法華經)〉에 여인 왕생에 대하여 언급되어 있어서 그런지 관음보살상은 특히 여성으로부터 신앙을 받을 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하세데라를 찾는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비롯한 헤이안 시대의 유명한 문학 작품에도 하세데라가 등장하는데 많은 참배객이 하세데라에서 묵어 기도했다고 한다. 옛날 사람에게는 꿈을 꾸는 것이 신불과의 교류를 의미하고 관음의 가피를 꿈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세데라 순례와 더불어 여러 관음 영장을 참배하여 공덕을 얻겠다는 참배객이 늘어 헤이안 시대 후반에 33개의 관음 영장이 만들어져 순례가 시작되었다. 하세데라를 포함한 이 순례를 ‘사이고쿠33쇼준레(西國三十三所巡禮)’라고 부른다. 사이고쿠는 현재 오사카, 교토, 나라, 시가, 와카야마, 효고, 기후에 있는 33개 관음 신앙 영장의 총칭이다. 사이고쿠 관음보살상을 순례 참배하면 이승에서 범한 여러 죄가 다 소멸되고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한다.

‘33’이란 숫자는 관음이 중생을 구제할 때 33개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신앙에 유래한다. 지금도 순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이 사찰 인장이 찍히는 노트를 들고 사찰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때가 종종 있다.

꽃이 예쁜 시기 외에도 내가 추천하고 싶은 하세데라는 새해를 맞이하여 진행되는 ‘관음만등회(觀音萬燈會)’라는 행사다. 12월 31일 밤에 등롱, 등명이 불을 밝히면 사찰은 형형색색 불빛으로 장엄된다. 해를 넘겨 새해가 될 직전에 법회가 시작되고 관음보살상이 봉안된 정당(正堂) 앞에 있는 예당(禮堂)과 예당에 설치되는 무대(舞台)에서 많은 참배자가 예불하고 새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한다.

일본에서는 매년 새해가 되면 사찰이나 신사에 참배하며 1년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을 ‘하쓰모데(初詣)’라고 부른다. 장사가 잘 되기를 바라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게 되기를, 대학교 합격 등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신불 앞에서 기도한다. 12월 31일 밤에서 1월 1일 아침까지 전차도 밤을 새워 운행한다. 기회가 되면 이 시기에 맞춰 일본 사찰을 방문하고 하쓰모데를 체험해 볼 것을 권한다.

무로우지 오중탑 전경. 올라가는 길에는 석단과 양쪽의 석남꽃이 조화를 이룬다.

무로우지(室生寺)
지금까지 소개한 사찰들은 주로 평탄한 곳에 있고 찾아가기가 너무 어려운 사찰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로우지는 좀 다르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산사(山寺)다.

긴테쓰 하세데라역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무로우구치오오노(室生口大野)역이다. 거기서 한 시간에 한 번 밖에 없는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무로우지에 도착한다. 산 속에서 계곡을 따라 가는 버스 차창 풍경을 보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무로우지의 ‘무로우’는 신이 계시는 신성한 곳을 말한다. 이런 신성한 무로우에는 옛날부터 여러 신앙이 있었다. 특히 수원지(水源地)로서의 수신(水神) 신앙을 중심으로 무로우는 청우(請雨)의 영지가 되었다. 이곳에 대륙에서 용(龍) 신앙이 들어왔다. 무로우에서 화산 활동으로 생긴 동굴이 있는데, 이 동굴이 용왕이 사는 곳이며 용이 비를 비롯한 자연 현상을 일으킨다는 신앙이 전개되었다. 용이 사는 동굴을 ‘류케쓰(龍穴)’라고 부르게 되며 수신 신앙이 류케쓰 신앙이 되었다.

8세기 후반 황태자 야마베노(山部) 천왕의 병이 치유되는 것을 기원해 덕이 높은 승려 5명이 무로우 류케쓰에서 기도했더니 황태자가 쾌유했다. 승려의 최고 책임자가 고후쿠지 승려인 겐교(賢璟)였다. 훗날 황태자는 간무(桓武)천황이 되고 겐교로 하여금 국가를 위해 무로우에 사찰을 창건하게 했다. 그런데 창건 계기가 비록 천황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지만 겐교는 영지로서의 무로우를 중요하게 여기고 무로우가 산악 수행의 거점이 될 것을 목표로 했었다고 한다.

무로우지 창건은 겐교이고, 조영은 주로 겐교 제자인 슈엔(修円)이 했다. 무로우지는 이렇게 고후쿠지 승려 두 명이 중심으로 조영된 관계로 고후쿠지 별원(別院)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고후쿠지 승려들의 산악 수행 장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법상종(法相宗), 진언종(?言宗), 천태종(天台宗) 등 종파를 넘어 이색적인 승려가 잇따라 입산해 무로우에서 수행했다. 헤이안 시대 중기에 들어 무로우지는 고후쿠지 지배를 받으면서도 종교적으로는 진언 밀교화 되었다. 세력이 강한 본사(本寺)인 고후쿠지는 가마쿠라 시대 후반에서 세력이 약해지고 무로우지에게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이에 따라 무로우지는 진언 밀교 사찰로서 면모가 더 강해지게 됐다.

무로우지에 관련된 수식어 중 하나가 ‘뇨닌 고야(女人高野)’이다. 이는 진언 밀교 근거지인 고야산이 여성이 들어가는 것을 금지했던 것과 달리 여성을 받아들이는 사찰로서 생긴 표현이다. 이후 20세기 들어 고야산에 여인 금제가 없어진 후에도 뇨닌 고야라는 표현이 계속 사용되어 있다.

가이드북이나 팜플렛에 자주 등장하는 무로우지 사진은 오중탑이다. 오중탑에 올라가는 길에는 석단(石段)과 양쪽의 석남꽃이 조화를 이룬다. 무로우지 오중탑은 일본에서 가장 작은 오중탑이고 호류지 오중탑 다음으로 오래된 것이다.

1998년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어 복원 공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무로우지 오중탑이 800년 무렵 건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한 산세에 따라 건물이 세워진 무로우지에서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지 위에서 내려다보는가에 따라 오중탑의 모습이 달라진다. 다양한 오중탑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 산사 무로우지 답사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가장 위에 위치하는 오쿠노인까지 가려면 가파른 석단을 계속 올라가야 된다. 그래서 무로우지 답사는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무로우지 답사를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건강하다.


하세데라와 무로우지 교통 안내
오사카에서 하세데라나 무로우지로 갈 때에는 우에혼마치(上本町)역 지상에 있는 플랫폼이나 쓰루하시(鶴橋)역에서 긴테쓰 오사카선을 타면 된다. 도다이지, 고후쿠지 방면으로 가는 긴테쓰 나라선을 타지 않도록 조심하기 바란다.

오사카에서 떨어져 있고 교통도 조금 불편하기 때문에 하세데라, 무로우지를 답사하기로 한 날에는 다른 곳을 찾아 가는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에 두 곳에서 느긋하게 지내면 힐링이 될 것이다. 사찰 근처에 식당이 몇 군데 있다. 무로우지 주변에 있는 숙박 시설에서도 숙박을 하지 않아도 식사를 할 수 있다.

하세데라 모란꽃, 무로우지 석남꽃이 피는 시기에 하세데라, 무로우지를 잇는 임시 버스가 운행된다. 4월 22일~23일, 4월 29일~5월 7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양쪽에서 30분마다 있고, 소요시간이 약 4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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