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 13일 ‘지정 부결’ 결의… 7년 논란 종지부

2010년 9월 1일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세상이 놀랄만한 주장을 한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인 ‘증도가자’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튿날 서울 종로 다보성고미술은 증도가자 실물 12점을 곧바로 공개한다.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활자다. 보물 증도가(보물 758-1호)는 1239년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찍은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인정되면, 기존에 알려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1377)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문화재가 돼 학계는 물론 불교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후 여러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며 논란과 유명세를 탄 증도가자는 2011년 보물 지정 신청이 이뤄진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2013년 지정 보류 결정 이후 각 학술단체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나서 증도가자의 진위 여부를 위한 연구 조사를 했다.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은 모든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까지 했다.

서체·주조·조판 등 조사 통해
“보물로서 가치 없다” 결론내
출처·소장경위 불분명 이유도
‘고려금속활자’ 가능성 열어둬
다보성 측 “자료 보완, 재심의”


세상에 공개된 뒤부터 7년, ‘증도가자’는 “보물 지정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결론지어졌다. 증도가자 7년 논란은 ‘지정 부결’로 마무리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4월 13일 국립고궁박물관서 간담회를 열고 “증도가자에 대한 안건으로 문화재심의위원회 동산분과 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 지정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밝힌 부결 이유는 “증도가자로 지정 신청된 활자는 서체 비교, 주조,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한 점과 다보성고미술 측이 제기한 금속활자와 관련된 청동수반·초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한 점도 ‘부결’ 결정의 이유였다.

황권순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장은 “서체 분석 결과, 대조집단인 임진자 활자 복각본에 비해 평균 유사도는 낮고, 유사도 편차의 범위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일관된 경향성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면서 “홈형·홈날개형·혼합형 조판 실험에서도 현 증도가자 활자로는 조판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지정 신청된 금속활자가 고려 시기 제작된 유물인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 과장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 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면서 “신청자와의 협의를 거쳐 청동초두, 수반을 분석하거나 고려금속활자임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될 경우 지속적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도가자’의 소유자인 다보성고미술 측은 고려금속활자로의 재심의 등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결과 발표 현장에 있던 다보성고미술 관계자는 “자료를 보완해 재심의를 하려 한다”면서 “우선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