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년 맞은 (사)고요한 소리

초기불교 대중화를 이끌어온 (사)고요한 소리의 서울 인사동 사무실 현판식 모습. <사진= 고요한 소리 홈피 갈무리>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1980년대 한국불교에서 초기불교는 불모지와 같았다. 초기불교 경전에 담긴 부처님의 원음을 듣고 배우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필요했다. 초기불교 불모지였던 당시 오롯이 빠알리어 원전 번역을 목적에 두고 창립한 첫 원전 번역 단체가 (사)고요한 소리다.

빠알리어 원전 번역 위해
활성 스님이 1987년 창립

철학·실천론·수행법 담아낸
법륜·보리수 등 시리즈 내놔

15일 중도포럼 등 기념행사
중도적 관점서 현 시대 조명
활성 스님 첫 대중 법문 ‘눈길’

(사)고요한 소리는 1987년 활성 스님이 중심이 돼 창립됐으며, 1992년에는 사단법인으로 전환됐다. (사)고요한 소리의 주요 사업은 역경 불사다. 이들 단체는 근본불교 대장경인 빠알리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불사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스리랑카 불자출판협회(BPS)에서 간행한 양질의 불서 및 논문들을 국내에 번역·소개하고 있다.

30년 동안 △금구의 말씀 △소리 △법륜 △보리수잎 등 4개 시리즈를 통해 81권의 책이 출간됐다. 4개 시리즈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금구의 말씀’은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경전이며, ‘소리’는 활성 스님 법문을 수록했다. ‘법륜’은 경전 교리를 깊게 소개하고 있으며, ‘보리수잎’은 생활불교, 불교실천론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폭 넓은 주제의 책자들은 초기불교는 물론 불교실천론, 응용불교 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였다. 특히 초기불교·근본불교가 한국불교계에서 대중화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변영섭 (사)고요한 소리 공동대표(前 문화재청장)는 “근본불교·불교철학·심리학·수행법 등 실생활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다루는 이 책들이 실천불교의 진수”라면서 “지난 30년 간 불법과 수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사)고요한 소리의 운영 특징은 ‘무주상보시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역점 사업인 책자를 발간에 있어서도 윤문 자원봉사자들의 동참으로 이뤄진다. 윤문팀은 매주 토요일 모여 하루 종일 번역·윤문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사)고요한 소리는 책값은 30년 전과 같이 500원과 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 ‘자본주의를 벗어난 보시·봉사의 순환을 만들자’는 회주 활성 스님의 뜻이 반영됐다.

변 대표는 “활성 스님은 평시 ‘돈 받지 않고 하는 일이 가장 고상한 일’이라고 말씀한다”면서 “윤문 번역봉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자기 공부가 됨을 알기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사)고요한 소리는 기념행사로 불교의 중도에서 공생의 길을 찾는 포럼을 연다. 이번 포럼은 ‘중도’를 주제로 한 3년 기획 시리즈 중 첫 번째로 2019년까지 2번 더 열린다.

오는 4월 15일 오전 9시30분~오후 6시30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중도(中道), 이 시대의 길’을 주제로 열리는 중도포럼에서는 현대사회의 제반 문제에 대한 중도적 고찰부터 초기불교 안에서 중도 실천·수행 등이 조명된다.

주요 발제자로는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백도수 능인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 김재성 능인대학원대 명상심리학과 교수, 이유미 스리랑카 캐라니야대 불교철학 박사가 참여한다.

포럼에 앞서 (사)고요한 소리 창립 30주년 행사도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지리산 토굴서 수행 중인 활성 스님이 처음으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법문을 설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중도포럼의 좌장을 맡은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은 “고요한 소리는 대승과 선 중심의 한국불교에서 초기불교를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다”면서 “부처님 가르침의 귀결점은 ‘중도’다. 일체의 갈등을 극복하고 지속적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은 중도사상 이외는 없다는 사실이 이번 포럼을 통해서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