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불교도, ‘트럼프 대통령 정책 비판 성명서’ 발표

정치권에 강경 입장 ‘이례적’
“새 행정부 정책, 퇴행적”
비구 보디ㆍ잭 콘필드 등 동참
약자 보호에 불자들 동참 당부

“우리는 민주주의와 사회복지가 위험에 빠진 이 나라(미국)의 외침을 외면할 수 없다.”

100여 미국 불교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사회적 약자들을 헤치고 있다면서 불자들에게 함께 저항할 것을 독려했다. 대규모 불교도가 정치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은 미국사회서 드문 일이기 때문에 여론이 주목하고 있다.

불교 잡지 ‘Lion's Roar’는 미국 불교도들이 결의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 정책 비판 성명서’를 4월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불자들이 사랑과 관용, 지혜, 용기 등의 정신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 행정부의 정책이 ‘퇴행적’이라고 규정하며, 수백만 명이 고통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과 연대를 통해 변화와 민주주의의 해방을 되찾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새 정부의 정책이 승리한다면 취약지역 및 비(非)특권계층에 속한 수백만의 국민들이 고통 받을 것”이라며 “시대의 희망은 깨지고,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들의 (민주적)삶은 사라질 것이다. 국제분쟁과 환경파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불교도로서 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의의를 짚고 “불교는 전 세계적으로 연민과 평화의 종교로 존경받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정책에 반대하는 이 운동에 가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불교가 어떤 정당이나 이데올로기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불교도들은 트럼프 시대에서 취약계층을 원조할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다. 추방 위험에 빠진 불법 입국자들을 위해 보호 공간을 빌려주거나, 그들을 위한 시위에 참여하는 방법 등이다.

이들은 “우리 불교공동체는 보호와 미래비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보호처를 제공하거나, 그들을 위해 앞장서 싸울 수도 있다”면서 약자 계층과 적극적인 동맹도 불사할 뜻을 내비췄다.

이와 관련 멜빈 맥레드 ‘Lion's Roar’ 편집장은 “이와 같은 불교도들의 정치적 연대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광범위한 불교도들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라 평했다.

이 성명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엔 불교활동가 비구 보디(Bhikkhu Bodhi) 스님 등 불교도 뿐 아니라 세계적 명상 지도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잭 콘필드(Jack Kornfield), 목사 앤젤 교도 윌리엄 등이 포함된다.

비구 보디 스님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는 불교 윤리 가치와 강하게 상충되는 법안과 정책들이 제안됐다”며 “이에 정치에 침묵하던 불교도들도 입을 열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도들이 앞으로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길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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