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
인도 불가촉 천민이였던 똥치기 니제(尼提)는 부처님을 길에서 뵙고 냄새나는 자신이 부끄러워 도망을 갔다. 하지만 뒷걸음질 치다가 니제는 그만 똥장군이 벽에 부딪혀 똥물을 뒤집어 쓰고 말았다. 니제는 땅에 엎드려 냄새나는 자신을 책망하며 부처님께 길을 피해 달라며 자신이 너무 더러워 세존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고 하자 부처님께 돌아온 답은 자비였고 위로였다.
부처님은 말했다. “비록 지금 너의 몸이 더럽다 해도 마음에는 최상의 선한 법이 있어 수승하고도 미묘한 향기가 몸에서 풍겨 나고 있으니 스스로를 비천하게 여기지 말지어다”
부처님 가르침 일상에서 찾고자 노력
포교 현장에서 엮은 신문 연재글 47편 모아
신·해·행·증 단계로 풀어 쓴 쉬운 교리서
“화석(死句)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글(活句) 쓰려 노력”
책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을 펴낸 범수 스님은 <대장엄론경>의 내용을 설명하며 자신의 책은 온 세상에 있는 ‘니제’를 위한 것이라 했다. 모든 사람이 가진 본질은 부처이고 보살이며 미묘한 향기를 내는 보석 같은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불가촉천민으로 여기며 움츠려 들고 실망하고 낙담한다. 부처님은 그들을 향해 마음에 최상의 선한 법이 있다며 손을 내미셨다. 범수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그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자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상의 니제들은 어려운 글을 이해 못해 혹은 어려운 법문을 이해 못해 자신이 부처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님은 쉬운 언어만을 고집했다. 익숙한 언어로 부처님 말씀을 전해 누구나 이해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실 스님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도 니제와 같이 부처님 앞에서 주춤 거리고 웅크렸을 때가 있었다고 회고 했다. 범수 스님이 2000년도에 30대 후반의 나이로 처음 주지로 부임한 곳이 경북 군위에 위치한 신흥사였다. 은해사 말사이긴 했지만 신라시대 지어진 고찰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 질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처음 도착했을 당시 스님은 “대웅전에서 일어서면 지붕과 머리 사이 높이가 20cm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비좁고 낡은 곳이였다. 일 년 중 법회는 4번 정도 열렸고 신도는 열 손가락 안에 꼽았으며 게다가 환갑을 훌쩍 넘긴 보살이 가장 젊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는 포교는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스님은 자신을 향해 ‘마음에 최상의 선한 법이 있다’고 하신 부처님을 믿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작했다. 먼저 각 사찰과 연계해 불교대학을 열었다. 그 때 불교대학에 참여한 불자들은 처음 들어본 쉬운 설명을 이해했고 믿었으며 바라는 단계를 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실천하는 불자가 됐다. 그들은 이후 합창단과 봉사단을 결성하고 지역에 자비행을 실천했다. 여러 장애가 환희로 바뀌는 시간들이였다.
스님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였고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붓던 시기였다. 낮에 농사짓고 밭일을 하던 분들이 불교대학에 나왔고 봉사단들은 요양원을 방문해 봉사하고 문화재 지킴이 등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 때 불교신문사의 부탁으로 스님이 생각하고 느낀 내용들과 불자들에게 경전을 통해 제시 했던 답을 신문에 연재했다. 그 가운데 47편의 글을 모아 새롭게 구성해 책<사는 게 내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을 편찬했다.
포교 현장에서 직접 썼기 때문에 스님의 글은 쉽다. 현장에서 직접 대중의 눈을 바라보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골의 촌로(村老)가 읽어도 처음 불교를 만난 아이가 읽어도 될 정도로 편하다. 또한 일상적이다. 우리가 살아갈 때 만나는 일에 대해 자상하게 일러준다. 하지만 그 중심은 부처님 말씀이다. 스님은 이 책에서 인용한 불교 경전과 논서가 <법구경>, <화엄경>, <대지도론>을 비롯해 총 50종에 달한다.
스님은 “글을 쓰기 위한 글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에서 찾고자 노력했다”며 “불교와 비불교의 기준인 삼법인(三法印, 무상·무아·열반)을 뿌리로 삼고 경전과 논서에 소개된 부처님 말씀을 줄기로 삼고 일상의 이야기를 잎사귀 형식으로 달았다”고 머리말에 밝혀 두었다.
책은 신·해·행·증을 차례로 담아 총 4장으로 구성됐으며 각 장이 마칠 때 마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란 코너에서는 스님의 소소한 일상 법문도 만날 수 있다.
스님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꿀벌은 꽃의 종류나 모양에 아랑곳 하지 않고 꿀만 땁니다. 독자들도 이 책을 그런 마음으로 읽었으면 합니다. 손 가는대로 아무쪽이나 펴서 마음 편하게 봐도 되고, 어딘가에 던져 놓았다가 기억나면 다시 읽어도 좋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으면 이 책은 접고, 직접 경전을 펼쳐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