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부처님 발가락에 피를 낸 데바닷다

그림=강병호

석가족 청년들과 같이 출가해서 부처님 제자가 되었던 데바닷다(提婆達多)는 욕심꾸러기에 말썽꾸러기였습니다. 어느 날부터 신통력을 지니게 되자 더욱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여섯 신통력을 모두 지녔다. 나도 무리를 거느리고 싶다. 나도 부처님이라 불려야겠어.”
그는 먼저 마갈타 나라의 왕자 미생원(未生怨)을 꾀어서 자기 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미생원의 궁전을 찾아가 허공에다 몸을 세웠습니다. 그러자 궁중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허공에 서 있는 수행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왕자 미생원도 나왔습니다.

데바닷다는 허공에 선 채 설법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모습을 감추고 허공에서 목소리만 내기도 했습니다. 몸뚱이 절반만 나타내, 설법을 하기도 했습니다. 몸에서 연기를 뿜어내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신통력 도사로군.” 감동한 사람들이 데바닷다를 향해 예배를 올렸습니다. 데바닷다는 금방 아기 모습이 되었습니다. 예쁜 영락으로 몸을 꾸민 아기가 돼, 미생원 왕자의 품에 안겼습니다. 왕자의 품에서 엎치락뒤치락 뒹굴다가 왕자의 손가락을 빠는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미생원은 섬찍, 두려운 생각에 머리털이 일어서는 것을 느끼면서 물었습니다. “두렵다. 그대는 누구인가?”
데바닷다가 모습을 본디대로 되돌리고 말했습니다. “왕자님은 두려워 마세요. 나는 데바닷다라는 도인입니다.”

이렇게 하여 왕자 미생원은 데바닷다를 믿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그날부터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5백 대의 수레에 양식을 싣고 가서 데바닷다에게 문안을 올렸습니다. 5백의 솥을 걸고 공양을 지어 데바닷다와 그 무리들에게 바쳤습니다.

데바닷다는 미생원에게 말했습니다. “석가모니를 따르면 안 돼요. 이제부터 내가 부처님이 될 거요.”

미생원은 ‘예, 예’하며 데바닷다를 모셨습니다. 왕자 미생원이 데바닷다 교단을 돕고 있다는 말을 들은, 마갈타의 빔비사라왕은 왕자를 타일렀습니다. “그러다가는 네가 지옥에 떨어지게 될 거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부왕과는 생각이 달랐던 미생원은, 왕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던 빔비사라왕은, 아침·저녁 7백 수레와 7백 개의 솥으로 부처님 교단을 돕기로 했습니다. 왕자보다 많은 수레, 많은 솥을 내놓은 것은 왕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처님과 겨루어오던 데바닷다는 빔비사라왕의 7백 수레 공양에 질투를 내고 며칠 밤낮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그만 신통력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큰일이 난 것입니다. “이를 어쩌나?”

신통력으로 남을 속일 수 없게 된 데바닷다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부처님께 가서 부처님 자리를 물려 달라고 해 봤으나 되지 않자, 마침내 데바닷다는 부처님 자리를 빼앗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을 해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친척으로 따져서 사촌형님을 없애기로 마음먹은 것이었습니다.

데바닷다는 미생원이 보내준 두 사람의 자객에게 갑옷과 칼과 몽둥이를 주며 말했습니다. “너희 두 사람은 부처님을 해친 다음, 가던 길로는 말고 다른 길로 돌아오너라.”

그리고 다시 네 사람에게 무기를 주며 말했습니다. “너희 넷은 저 두 사람을 따라가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하거든, 죽이고 다른 길로 오너라.”

그리고 다시 여덟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너희 여덟은 저 네 사람을 따라가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들을 죽이고 다른 길로 오너라.”

자객의 수를 다음에는 열 여섯, 그 다음에는 서른 둘, 그 다음 예순 넷까지 배로 늘여서 보낸 것은 뒷사람이 앞 사람을 죽여서 누가 부처님을 해친 것인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데바닷다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

먼저 나선 두 사람이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을 해치다니, 그럴 수 없지.”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 모습은 자비로우셨습니다. 두 사람은 기쁜 마음이 되어 칼과 몽둥이를 버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 앞에 머리를 숙이고 예배를 올렸습니다.

부처님은 두 사람에게 계율을 말씀하시고, 삼귀의의 법을 설하셨습니다. 고마운 부처님이셨습니다. 두 자객은 부처님 법을 가정에서 지키는 우바새가 되기로 했습니다. 헤어지면서 부처님이 이르셨습니다.

“오던 길로도 말고, 돌아가려던 길로도 말고, 또 다른 길로 가도록 하라. 그래야, 데바닷다가 보낸 백 스물 여덟 자객이 모두 살게 되느니라.”

두 사람의 자객은 부처님이 일러주신 대로 오던 길, 가려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갔기 때문에 탈 없이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자 데바닷다가 화를 내었습니다.

“너희 둘은 나가든지, 죽어버려! 어째서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죽이지 못했단 말이냐?”
두 사람에게 화를 내고 나니 다음 네 사람, 다음 여덟 사람, 열여섯, 서른둘, 마지막 예순 넷까지 하나도 죽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부처님 자리를 빼앗으려던 데바닷다의 계획은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더욱 화가 난 데바닷다는 영취산에 올라가 큰 돌을 들어, 멀리서 부처님을 향해 던졌습니다. 부처님이 위태로운 걸 본, 한 사람의 하늘사람이 그 돌을 받아서 영취산 산머리에 놓았습니다. 그런데 돌조각 하나가 떨어져 나가 부처님 발가락에 맞았습니다.

부처님 몸에 피를 낸 데바닷다의 죄를 어쩌죠? 계속, 계속 나쁜 짓을 하다가 아비지옥에 떨어질 테지요.
 출처 : <사분율> ‘13가지 상가바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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