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공포엔 봉황의 머리와 날개가 그려졌다. 적묵당 현판이 걸렸으니 단청은 없어도 될 것이고, 눈까지 그렸으니 날기만 하면 될 텐데, 봉황은 날지 않고 있다.

어디선가 날아온 딱새 한 마리가 봉황의 날개 끝에 앉아 봉황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딱새와 봉황 사이의 시간은 멈추고, 적묵당의 현판은 고요하기만 하다. 누가 먼저 날 것인가. 적묵당 한 철 살면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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