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르게 절을 하는 방법

성철 스님께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3천배를 시켰다는 지난 회의 글을 보고 용인 와우정사 해곡 스님이 전화를 주셨다. 성철 스님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절 하기 전 스트레칭 권장

바른 자세 알고 성심 다해야

절 마친 뒤 잠깐의 좌선도

 

성철 스님을 친견하려면 무조건 3천배를 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있을 때, 불자 국회의원들의 모임은 정각회에서 해곡 스님(당시 KBS PD, 조계종 총무원 기획의원)에게 청을 넣었다. 성철 스님을 뵙고 한 말씀 듣고 싶은데 도저히 3천배는 무리이니 절을 생략하고 어떻게 좀 친견할 수 없겠느냐는 얘기였다.

청을 받고 해곡 스님이 은사인 고암 스님을 찾아갔다. 당시 종정으로 해인사 홍제암에 계신 고암 스님을 통해 성철 스님을 설득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사정을 들은 고암 스님께서 해곡 스님을 데리고 백련암으로 올라가셨다.

“저기 말이야, 스님. 국회의원들이 3천배를 하지 않으면 스님을 만날 수 없다고 하니까 오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나 봐. 포교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사람들은 3천배를 외상으로 좀 하든지 해서 만나게 할 방법이 없겠나?”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 스님이 그렇게 완곡히 말씀을 하자 성철 스님이 가타부타 말없이 큰 소리로 웃기만 했다. 해곡 스님이 따로 성철 스님을 뵙고 다시 청을 드렸다.

“스님, 저 사람들 언젠가는 빚을 갚을 겁니다. 국민들을 대표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꼭 한번 만나 뵐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데리고 와봐.”

얼마 후 국회의원 120명을 태운 관광버스 몇 대가 해인사 백련암에 도착했고, 그야말로 3천배를 외상으로 한 채 법문을 들었다. 성철 스님의 첫 마디가 이랬다고 한다.

“네 놈들은 국민을 상대로 도둑질을 하고 중들은 부처님을 팔아 도둑질을 하니 모두 도둑놈들은 매 한가지제?”

성철 스님이 지금 살아 계시다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시곤 그 후배 국회의원들을 불러 이렇게 호통을 치시지 않을까 싶다.

“네 놈들도 다를 바 없으니 선배들 대신 3천배 외상값을 갚으라!”고.

 

절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

절에 대한 연재 글이 나가자 절을 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초보자들을 위해 절을 제대로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대로 간단히 써볼까 한다.

먼저 108배를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방석이다. 맨바닥에 절을 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고 아프기 때문에 반드시 좌복(방석)을 준비해야 한다. 집에 있는 방석도 좋고 혹시 집에 적당한 방석이 없으면 하나쯤 장만해두는 것도 좋다. 오래 전, 남편과 매일 절을 하기로 약속하고 조계사 근처에서 방석 두 개를 사가지고 오던 날의 그 설레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남편은 방석을 사다놓고도 몇 년이 지나서야 절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렇게 좌복을 하나 사다놓는 것도 마음을 다지는 데 좋은 방법이다. 얼마 전, 친구 하나는 100일 절 기도를 끝낸 기념으로 예비사위와 딸에게 좌복을 선물했다.

그리고 절을 할 때 입는 옷은 몸에 꽉 끼이지 않는 면으로 된 편한 것이 좋다. 절을 하기 전에 또 하나 권하고 싶은 것은 간단한 스트레칭이다. 나는 절을 하기 전에 국민체조로 몸을 푸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절을 해야 하나

절수행도 다른 수행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에 집중해서 마음을 비우는 데 목적이 있다. 초보자들은 숫자나 호흡에 집중하면서 하라고 권하고 싶다. 성철 스님의 문하에서 절을 배운 분들은‘예불대참회문’을 읽으면서 절을 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참회의 내용이 담겨있다. 내 경우는‘아미타불’을 소리 내어 부르거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하기도 하고, 간단한 경전을 외우면서 하기도 한다. 몇 해 전부터는 주로 명상음악을 배경으로 죽비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덕현 스님의 나레이션(108개)에 집중하면서 절을 한다. 맑고 진심어린 음성에 실려 나오는 첫 구절 ‘진실하게 살아왔는가’는 매일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깊이 다가온다.

 

언제 어디서 절을 하는 게 좋은가

정해진 규칙은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절을 하는 당사자가 사정에 맞게 정해놓은 시간과 장소일 것이다. 그러나 추천하고 싶은 시각은 새벽 시간대이다. 새벽 다섯 시에서 여섯시 사이, 만물이 깨어나는 조용한 시간에 108배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 종일 기분이 상쾌하다.

그리고 절을 하는 장소가 어디가 좋으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매일 하려면 집에서 하는 게 아무래도 편리하다. 집에서 가장 쾌적한 공간을 택해 방석을 깔고 하면 된다. 불자라면 가끔은 절에 가서 하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절에 자주 가는 나는 새벽예불을 하고 나서 하는 108배가 가장 좋다. 특히 비구니 스님들이 주석하는 절에 가면 항상 예불이 끝나고 절을 하는 스님들이 있다. 가사장삼을 차려입고 사뿐히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신심이 돋는다.

또 시내에 약속이 있을 경우 주로 조계사 근처에서 사람들을 만나는데, 돌아가는 길에 경북궁 앞 법련사에 들러 일과로 하는 3백배를 하고 나온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밝은 햇살이 흘러들어오는 넓은 법당에서 절을 하고 잠깐 좌선을 하고 있노라면, 온전한 행복에 젖곤 한다. 법련사에서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8시에서 11시까지 1080배를 한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쯤은 그렇게 절수행을 하는 곳을 찾아 동참해 보는 것도 좋다.

 

절하는 방법

절하는 방법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대충 눈으로 보고 배운 것으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번 잘못 배운 동작을 계속하다 보면 교정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절에 취재를 가거나 지나는 길에 들른 절의 법당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보면 열이면 열 다르다. 나도 절을 오래 했지만 몇 해 전에서야 절을 전문으로 하는 법사님의 지도로 교정할 수 있었다. 절을 오래한 분들도 자신이 올바른 자세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젊은 사람들이 절을 하는데 잘못된 동작으로 할 때다. 요즘 동국대에 볼 일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정각원 법당에서 절을 하는데, 젊은 학생들이 들어와 삼배를 하고 나가는 것을 보면 대부분 자세가 잘못되어 있어 교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럼 자세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불자들은 법당에 들어가면 반드시 부처님 앞에 합장 반배를 한 다음 오체투지의 자세로 3배를 올린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의 다섯 부분을 바닥에 닿게 하고 절하는 것을 오체투지라 한다. 오체투지로 절하는 방법은 가장 먼저 몸을 반드시 세운 채 두 손을 가볍게 모아 붙인다. 이를 합장이라고 하는데 부처님에게 귀의한다는 의미와 산란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합장을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따뜻해지는 걸 보면, 합장 자체만으로도 좋은 수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합장을 하고 몸을 반듯이 세운 자세 그대로 앉으면서 두 무릎을 바닥에 대고 꿇어앉는다. 두 발은 붙이고 발끝은 조금 벌려도 된다. 코, 합장한 손끝, 배꼽, 발뒤꿈치를 붙인 곳이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몸을 수직으로 유지하면서 무릎이 바닥에 닿을 때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꿇는다. 엄지발가락은 붙이고 발뒤꿈치는 벌려 엉덩이를 그 사이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앉는다.

세 번째,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손으로 바닥을 짚은 뒤 엉덩이를 들며 상체를 앞쪽으로 조금 기울여 손바닥과 팔이 직각이 되도록 한다. 두 손 사이의 간격은 머리가 들어갈 정도면 좋다. 이때 꺾어 세워 앉았던 발을 풀어 왼발 끝을 오른발 끝 위에 올린다.

네 번째,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이마와 코끝이 바닥에 닿도록 하고 손바닥을 뒤집어 하늘을 향하게 한 뒤 귀 높이까지 들어올린다. 이때 팔꿈치는 바닥에 닿은 채로 있고 들어 올린 손바닥은 바닥과 수평이 되도록 한다.

다섯 번째, 엉덩이를 들면서 상체를 앞쪽으로 움직여 팔과 손바닥이 직각이 되도록 한다. 이때 발은 엄지발가락을 붙이고 직각으로 꺾어 세운다.

여섯 번째, 상체를 일으키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처음 무릎을 꿇고 앉을 때처럼 엄지발가락은 붙이고 뒤꿈치를 벌린 뒤 그 사이에 엉덩이를 넣는다는 생각으로 앉으면 된다.

일곱 번째, 무릎을 펴며 기마자세로 일어나 두 손을 심장 앞에 합장하고 공손한 자세로 다소곳이 선다. 절을 다하고 나서는 바로 좌복을 치우지 말고, 10분에서 30분쯤 고요히 좌선을 하면 좋다. 여름에는 절을 하고 나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어서 곧바로 샤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을 해서 맑은 기운이 형성되어 있을 때 잠깐이라도 좌선을 하면 절의 효과가 더 높다.

몇 배를 하면 가장 효과가 있을까? 마음과 몸의 근육이 단단해지려면 최소한 108배에서 3백배는 권하고 싶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성을 다하는 마음과 집중이다. 언젠가 해인사 법당에서 한 여든이 넘으신 노스님이 3배를 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주의 온 기운을 끌어온 듯 간절하고 진지했다. 번뇌를 떨치지 못한 3천배보다 정성을 다한 노스님의 삼배가 더 힘이 있지 않을까, 인생에서도 정성과 간절함이 전부인 것처럼.

불교가 가르치는 것처럼 모든 것에 정해진 것은 없다. 몸으로 하다 보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게 된다. 다만 자세만은 올바르게 할 것을 권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