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서 갈등 증폭

이병인 부산대 교수(사진 오른쪽)가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현대차 측 관계자(사진 왼쪽)들이 자료를 살펴 보고 있다.

조계종 “환경평가 부실, 협의체 구성”
현대차 “법적 하자 없다” 강행 의지
전문가 “형식절차 불과, 공동조사해야”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봉은사 인근 현대차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건립을 두고 조계종과 현대차의 첫 대화가 이뤄진 가운데 봉은사 문화재 영향평가 시행 및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현대차 측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2차 공청회 등 시민들의 요구에도 현대차가 강행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조계종 봉은사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공동위원장 지현ㆍ원명, 이하 봉은사대책위)는 3월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2동 문화센터에서 열린 현대차신사옥 신축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 참석해 현대차 그룹 측과 사업 발표 후 2년 만의 첫 공식대화를 진행했다.

그동안 현대차 그룹은 105층에 달하는 GBC 건립에 대한 조계종의 각종 문제제기에도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공청회에는 이중열 현대차 그룹 상무가 참석해 토론에 참여했다.

먼저 조계종 측을 대표해 공청회 발제자로 나선 이병인 부산대 교수는 “건립계획에는 천년간 강남 중요 랜드마크였던 봉은사의 역사문화 환경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며 “역사문화 및 전통문화에 대한 사전검증 및 평가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현대차 용역으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형식적인 절차만 유지하고 있다. 환경실측도 단기간 진행됐으며 많은 부분이 누락됐다. 지역주민과 전문가의 공동조사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발표를 맡은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현대차 용역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홍 교수는 “보고서에서 실측조사에 활용한 ENVI-MET 모델은 실제 온도보다 7~13도 더 낮게 측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모델을 쓰고서도 5월 2일 28.75도로 측정됐다. 온도가 1도가 더 올라가면 환경이 크게 변화한다. GBC건립으로 인한 온도변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평가 초안에는 GBC건립 후 늘어날 차량 오염물질 적용구간도 300m로 잡았으며, 이마저도 디젤승용차 등을 포함한 승용차의 PM수치는 0으로 계산했다. 적용구간을 최소 2km구간으로 넓히는 등 정확한 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 업체 대표인 윤주열 대표이사는 “본안에는 지적부분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서 전해준 봉은사대책위 팀장은 “오늘 지적된 부분의 본안 반영 및 이후 시민들의 문제제기 반영을 현실적으로 확인할 과정이 없지 않느냐”며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실측조사를 진행하고, 2차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또 봉은사 문화재에 대한 영향평가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중열 현대차 상무는 “환경영향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초안 공청회는 본안을 위한 것으로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이 심의를 하게 된다. 오늘 의견은 본안에 반영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협의체 구성 및 2차 공청회 개최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어 이 상무는 봉은사 문화재 영향평가에 대해 “봉은사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심사찰이며 일반시민 등이 찾기 쉽고 친근한 사찰인 것을 알고 있다. 강남 도심에 있기에 제한이 있는 듯하다. 아셈타워나 인티콘티넨탈 호텔, 지하철 9호선 공사 당시에도 문화재 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GBC타워와는 500m 넘거 떨어져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봉은사대책위 측은 이날 공청회에 대해 “법적인 부분은 문제없다는 현대차 측의 입장은 지역주민 등 이해당사자와의 소통이 결여 돼있다. 급속으로 진행 중인 초대형 개발은 정경유착 나쁜 사례가 될 수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누락 및 부실에 대한 공동조사를 서울시에 요청할 계획이다. 또 4월 20일 ‘현대차 신사옥 초고층 초대형 개발에 대한 진단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과제’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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