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교수, 불교연구회 춘계학술대회서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고대부터 고려 초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고기(古記)>는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보다 200여 년 전 앞서 찬술된 사서(史書)이다. <고기>는 고려 초 익명의 승려가 기술했다고 알려졌으며, 무엇보다 불교의 전래 상황, 영험 체험, 불국토적 연혁을 포함한 불교기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같은 역사서 <고기>가 탈중화 의식을 바탕으로 기술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古記 담긴 불교설화 분석
수직·수평적 전이 이뤄져
“불교, 바다로 남방 전래
중국 벗어난 자강심 발로“


김승호 동국대 교수는 3월 11일 열린 불교학연구회·동악어문학회 공동 춘계 학술대회에서 <고기> 소재 설화를 분석하고 이들의 맥락과 의미를 되짚었다.

김 교수는 <고기>에 내재된 한반도가 불국토임을 입증하는 설화들이 주로 수직과 수평적 전이로 분류됨을 주목했다. 수직적 전이의 경우 천인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티브를 그대로 불교 천신 ‘제석환인(帝釋桓因)’을 통해 답습하고 있으며, ‘제석환인’은 천신으로서 지상 불국토화를 이뤄나간다.

김 교수는 “<고기>에서 제석환인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강한 것은 신라·고려시기 제석 신앙이 크게 주목받았으며, 어떤 천신보다 대중강화적 면모가 강했음을 보여준다”면서 “또한 환인이 지상으로 하강하는 것은 기존 신화적 내용 전개에 해당되나 최종 목표가 지상의 불국토화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건국 신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평적 전이는 금강산 유점사의 연기설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유점사 설화는 사찰 터를 찾기까지 천축, 해양, 신라로 이어지는 횡적 자취가 이어진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는 불성(佛性)이 충만한 곳에서 결핍된 곳으로의 동진현상을 보여고 있으며, 금강산이 세계 어느 곳보다 불성이 농축된 곳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불교가 중국이 아닌 해양을 통해 전래되고 있는 것은 찬술자의 탈중화 의식이 드러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고기>를 살펴보면 불교는 북방의 중국이 아닌 해양을 통해 남방으로 유입된다. 이는 찬술자의 탈중화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기에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중국보다 앞서 불교문화를 수입할 수 있었다는 상황적 조건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불교적 연원이 가장 깊다는 자긍심도 읽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시아 불교와 설화적 상상력’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경순(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1930년대 중반 불교계의 <금강산>잡지 발간과 의의 △김명미·윤재웅(동국대)의 서정주 문학의 지귀설화 수용 양상 △최귀목(고려대)의 ‘신본불적(神本佛迹)의 상상력’ △청완 스님(조계종 교육아사리)의 ‘<삼보감응요약록(三寶感應要略錄)>의 동아시아 전승과 지장신앙’ 등이 주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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