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당시의 일이다. 카필라국과 콜리국은 본래 형제우애를 쌓은 사이였지만 큰 가뭄이 들자 다툼이 일기 시작했다. 두 나라 사이 강의 물을 더 많이 끌어오려고 한 것이다. 이를 안 부처님은 중재에 나섰다.

두 나라 왕을 불러놓고 부처님은 물의 값어치는 얼마나 나가는 것인가?”라고 묻자 왕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부처님이 병사들의 목숨과 피의 값은 얼마나 되나?”고 다시 묻자 왕들은 값으로 따질 수 없다고 답했다. 부처님은 물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해친다는 것이 온당하냐며 왕들에게 다시 질문했고, 이들의 전쟁을 중지시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쪼개진 한국 사회 진영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보수와 진보, 양측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 갈등 해소와 화합을 위한 불교계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상반된 견해로 인한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근본으로 돌아가면 이런 갈등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양측의 논리는 같다. 바로 우리나라의 미래와 발전, 그리고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격렬하게 상대방을 이기고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우리나라의 미래와 발전이 더욱 중요한가? 우리나라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다는 우리 모두의 마음은 같다.

이제 남은 것은 부처님과 같이 양측을 모아 놓고 소통하고 그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중재자의 역할이다. 불교계는 그동안 다양한 사회갈등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탄핵으로 인해 민심이 분열된 지금이 바로 이러한 중재자 역할이 활발히 일어나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