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중생 모두 구하리”… 大願을 세우다
“지옥 중생 모두 구하리”… 大願을 세우다
  • 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
  • 승인 2017.03.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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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 속 스토리텔링- ②지장보살 이야기 中

▲ 지장보살이 지옥에 뛰어드는 장면, ‘안양암 시왕탱’의 부분. 안양암 명부전에 있으며, 조선말기에서 일제 강점기 사이 조성됐다. ⓒ하지권 사진
아이가 쑥쑥 자라게 하는 저 불가사의한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메마른 겨울 산을 푸른 녹음으로 뒤덮는 저 신성한 힘은 어디서 오는가. 곡식과 과일을 탐스럽게 익게 하는 저 신비한 힘은 어디서 오는가. 만물을 치유하고 완성시키고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신령스런 힘은 어디서 오는가. 지혜와 선근을 키우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인도 대모지신 연원된 지장보살
고통받는 모든 중생 품고 이끌어
“죄업 중생 모두 구하겠다’ 서원
지장보살을 ‘大願本尊’ 칭한 이유


지장보살(地藏菩薩)의 어원은 산스크리트 키티쉬가르바(Ksiti-garbha)입니다. ‘키티쉬’란 ‘대지(大地)’를 뜻하고 ‘가르바’란 ‘생명을 품는 태(胎)’를 의미합니다. 지장보살은, 고대 인도의 ‘대지의 신’인 대모지신(大母地神, Mother Earth)에 그 연원을 두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품어 길러 내듯, 대지가 세상 만물을 품어 발육 성장시키는 신성한 힘을 말합니다. 대지의 신이야말로 가장 큰 생명력을 품고 있는 신으로, 예로부터 자연 숭배 신앙의 중심으로 신앙되었습니다. 대지의 신성한 에너지는 만물의 탄생과 발육과 풍요로서 스스로를 표현합니다.

“그 때 커다란 향구름과 꽃구름·아름답고 오묘한 보배장식 구름·곱고 깨끗한 의복 구름이 몰려와 커다란 향비·꽃비·보배장식비·의복비를 내려 온 대지를 적십니다. 그러자 온갖 백천의 미묘한 큰 법음의 빗소리가 천지를 가득 울립니다. 이는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소리이며, 지혜로 나아가는 소리이며, 중생을 성숙시키는 소리이며, 삼악도의 중생을 제도하는 소리이며…” <지장십륜경> 서품 中

메말라가는 꽃을 다시 피게 하고
<지장십륜경>의 첫머리에는 지장보살님이 나타나자 일어나는 상서로운 징조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중생들의 궁핍과 결여를 채워주는 온갖 구름이 몰려와서 풍요의 비를 내립니다. 소낙비 같은 빗소리가 진동하고 중생은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마치 메마른 가뭄 속에 생명의 비가 퍼붓는 것 같습니다.

지장보살님이 이 같은 공덕을 일으키며 등장하니 그곳 회중들은, 바라는 모든 것이 충족되어, 시든 꽃에 다시 생기가 돌듯 가피를 입습니다. 지장보살은 유정이 필요로 하는 의복, 침구, 약품, 평상, 곡식, 집 등 모든 구체적인 필수품에서부터 일체의 모든 안락한 환경, 지위, 이익, 명예, 공덕, 경지, 성품, 아들딸, 복덕 등 무엇이든 그 원하는 바를 해결해 주고, 그 다음에 중생을 열반으로 이끈다고 하십니다.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해 당장 결핍되어 고통 받는 것을, 자비의 마음으로 다 품어줍니다.

“온갖 위험과 고난에서 구해주기는 부모와 같고, 여러 가지 비겁하고 용렬한 것을 감싸주기는 우거진 숲과 같고, 여름에 먼 길을 가는 이에겐 쉬어갈 큰 나무와 같고, 더위에 목마른 자에겐 맑은 샘물과 같고, 굶주린 이에게는 달디 단 과실과 같고, 몸이 드러나 자에겐 의복과 같고, 더위에 시달리는 자에게는 두터운 큰 구름과 같고, 빈궁한 자에겐 여의보주와 같고, 두려워 떠는 자에게는 편안히 의지할 바가 되고, 갖가지 곡식을 가꾸는 이에게는 단비가 된다.”

지장보살은 명부전(冥府殿)의 주존, 즉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존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삼악도 떨어져 헤매는 중생을 제도하는 보살로 유명합니다. 그 본원적인 뜻에 근거하면, 지장보살은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풍요롭게 기루는 대지와 같은 불가사의한 공덕성을 갖추고 있고, 이는 중생을 윤택하게 하고 또 증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장보살은 불성(佛性, 또는 지혜)이 없는 지옥과 같은 곳에 ‘자비’의 마음으로 뛰어들어 ‘지혜’의 빛을 비추어 그곳에 떨어진 무수한 중생들을 구제합니다.

불가사의한 공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지장보살은 과거에 어떤 행을 하고 어떤 원(願)을 세웠기에 이처럼 불가사의한 일이 능히 가능한 것입니까?”

지장보살이 무수한 중생들을 과거에 제도하였고 또 현재에 제도하고 있고 또 미래에 제도할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 문수사리보살이 이같이 묻습니다. 왜냐하면, 구제해야할 육도 중생의 숫자와 규모가 너무나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경전에는 “천겁을 헤아린다고 해도 안 될 정도로 많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불교의 핵심인 부처님이나 보살님이란 존재의 실체는 원(願)을 세워 그 결과로 받은 몸체를 말합니다. 여기서 원 또는 서원이란, ‘중생을 구하겠다는 결심’입니다. 즉,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공덕을 말합니다. 깨달음을 향한 수행이라는 자리(自利)와 그것을 바탕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이타(利他)의 회향을 의미합니다. 간단히 말해, 이 같은 ‘수행과 공덕’을 세세생생토록 억 겁의 세월을 거듭하여 장엄된 몸체를 부처님 또는 보살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승불교에서는 ‘이타’의 정신을 더 강조하는데, 이를 ‘보살정신’이라고 합니다.

자, 그렇다면 지장보살은 지장보살이 되기 이전, 세세생생 전생의 과거에 어떤 서원을 세웠을까요. 어떤 서원과 행(行)을 억 겁 동안 거듭하여 결국 ‘지장보살님’이란 화신이 되셨을까요? 지장보살은 전생에 큰 장자의 아들이었던 적도 있고 또 바라문의 딸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큰 장자의 아들이었을 때는 “미래세가 다하도록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죄업으로 괴로워하는 육도중생을 모두 구하고 나서 비로소 불도를 이루겠다’라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또 전생에 바라문의 딸이었을 때에도, 어머니를 구하려는 마음에 지옥에 뛰어들었다가 무수한 중생들이 어머니와 똑같은 처참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일체의 중생구제’라는 커다란 서원을 세웠습니다.

어느 나라의 왕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에도 “만약 죄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여 편안케 하여 보리도에 이르도록 하지 못한다면 나도 언제까지라도 부처님이 되기를 바라지 않겠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광목이라는 여인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광목은 어머니가 살아생전 지은 죄업으로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악업을 일삼은 우리 어머니를 가엽게 여겨 달라’고 간절히 구원을 빕니다. 그리고 깊은 업장에 빠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엄청나게 큰 서원을 세웁니다.

“원하옵건대 저의 어머니를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시방 세계의 모든 부처님이시여, 제가 어머니를 위해 세운 이 큰 서원을 들어주소서. 저의 어머니가 영원토록 삼악도와 인간세상의 하천한 모습의 과보를 받지 않게 된다면, 저는 백천만억 겁 동안 모든 지옥과 삼악도에서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을 맹세코 제도하여 지옥 아귀 축생의 몸을 벗어나게 하겠나이다. 이같이 죄를 받는 중생들이 모두 다 성불한 뒤에야 제가 깨달음을 얻겠나이다.” <지장보살본원경> 中

‘자비심’으로 가여워하는 마음
참으로 착하고 용감한 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광목이 세운 원대한 서원 그대로, “그대는 그대가 먼 옛 겁부터 세운 큰 서원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한 후에 깨달음을 얻어리라”고 하십니다. 한편, 이 말씀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악업을 짓는 중생들의 숫자는 끝이 없기에 “지장보살은 오랜 겁 동안 제도해 왔지만, 아직도 서원을 마치지 못하고, 또 거듭해서 서원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많은 중생들이 끊이지 않는 죄업을 짓고 있기 때문에, 떼거리로 물밀 듯 육도를 표류하는 중생들을 위해, 지장보살은 자신을 위해 낼 시간은 일분일초도 없는 것입니다. 지장보살님이 세운 지극히 숭고한 서원은, 스스로를 돌 볼 겨를도 없이 가장 낮은 곳에 자처하는 우리들의 희생적인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득도마저 미루고 서원을 거듭하여 중생들을 구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정한 보살이 되기 위한 비법이 담긴 경전의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장보살이 한량없는 겁의 세월 동안 그렇게 하는 이유는) 죄 많은 중생을 자비심으로 가여워하기 때문이다.” 바로 광목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부처님께 간곡히 바라던 그 자비의 마음입니다.

‘부디 죄 많은 우리 어머니를 가엽게 여기셔서 자비를 베푸소서‘라며 매달리던 광목의 간절한 마음은 부처님에게 가 닿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거꾸로 말씀하십니다. “광목아! 너의 자비심으로 어머니는 구제되었다.” 그리고 “네가 세운 큰 서원대로 자비로서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리라.”

자비심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은 원대한 서원의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향해 냈던 자비심의 물방울은, 거대한 폭포가 되고 다시 바다가 되어,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처럼 ‘무수하게 많은 죄업 중생을 모두 남김없이 구하겠다’는 커다란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지장보살의 명칭 앞에는 ‘대원본존(大願本尊)’이라는 칭호가 붙습니다. 새벽과 저녁 예불에 칭송되는 ‘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이라는 염불의 문구가, 어째서 문자 그대로 ‘대원본존’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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