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현 한국에너지공단 경기본부장

천석현 한국에너지공단 경기본부장
봄날이 온다. 우리 생애에 다시 한번 봄이 찾아온다. 잠시 왔다 다시 가야할 봄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기다려진다.

하지만 요즘 봄은 너무 짧아지고 있다. 사계의 구분이 세월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조금 조금씩 봄과 가을을 도둑맞고 있다고나 할까.

어느 기상전문가에 의하면 앞으로 50년 후 한반도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 한다. 한반도는 아열대 기후가 되면서 봄, 가을은 더 짧아진다. 또한 봄 가뭄도 심각해진다.

한편 지구 다른 한편에선 홍수로 난리다. 해마다 극심해지는 폭염과 추위, 그리고 점점 빈번하고 거대해지는 태풍. 한쪽은 가뭄으로 신음하고 한쪽은 폭우로 몸살을 앓는 이 세상.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도 몸과 마음이 편치 않다. 원인은 편리함으로 길들여진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파헤쳐 지고 있는 화석에너지. 이에 따른 온실가스의 급속한 증가로 나타나는 지구온난화 현상. 지구온난화와 우리의 일상은 마치 원인과 결과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우리가 자행한 무분별한 에너지 개발과 사용이 이같은 업보(業報)를 낳은 것이다. 붓다는 연기법을 통해 나와 세상 일체 만물은 연결돼 있음을 설했다.  이를 새겨본다면 오늘날 우리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지구 곳곳이 앓고 있는 몸살의 책임은 나로부터 시작돼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이같이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좇다 직면하게 된 재앙에서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욕망’을 다스리는 길 뿐이다. 문명에 찌들어 키워진 욕망을 거두어야 한다. 소박한 삶을 강조하는 붓다의 가르침이야 말로 우리 앞의 재앙을 최소화하는 최상의 해결책일 것이다.

이에 ‘에너지절약을 통한 친환경세상 구현’을 표방하는 불교계의 작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절약 ACE운동’이다.

3년 전부터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시작된 이 운동은 에너지 관리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사찰에 대한 에너지 진단(Audit)을 통해 에너지 낭비 요소를 분석,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진단에 따라 사찰도 이제 고효율 LED램프 교체 등의 방법으로 에너지사용량을 줄인다. 또한 지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며 환경보전에 앞장서 나간다. 한편으론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절약 문화 확산을 도모해 나간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나와 가정, 사찰과 우리 사회가 이제는 친환경적 삶으로 거듭나야 한다.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는 이미 우리 불자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제는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삶과 우리가 꿈꾸어야 할 삶, 그리고 결국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왔다. 더 나아가 우리 불교계는 이제 지속가능 친환경적 삶을 위한 역할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운동을 전개해 나갈 때다.

혹독한 겨울을 헤치고 다가오는 따스하고 자비로운 봄볕이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의 빛으로 계속 함께 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에너지 이용에 대한 깊은 성찰과 절제·절약 실천운동이 불교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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