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불교 지도자 노만 피셔 첫 방한 현장

“현대 테크놀로지(기술) 발전을 보면 성찰이 빠져 있는 듯합니다. 기술자들과 자본가들은 기술발전에 신이 나고, 경제 성장에 열광하지만 정작, 인간의 존재, 그리고 기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어 보입니다. 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강화시키는 것이라면 잘 지켜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여기에는 불교의 수행이 필요합니다.”

4차 혁명과 AI 시대에 선(禪) 수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는 현대사회에 불교는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불교 지도자인 노만 피셔는 8일 방한 첫 행사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이 중심이 돼야 하고, 여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불교가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에브리데이 젠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노만 피셔는 일상 생활 속 불교 사상 적용에 앞장서 왔다.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벨리의 많은 IT기업에 선 사상을 적용한 명상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현대사회에 맞는 불교발전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수많은 기업가들과 기술자들에게 내면을 수행하는 법을 가르쳐 온 그 였기에 방한 첫 행사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는 4차 혁명과 같은 기술발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노만 피셔의 대답은 명쾌했다. 바로 ‘휴먼 퍼스트(human first)’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니라 ‘휴먼 퍼스트’를 외쳐야 할 때”라며 거듭 인간 중심을 강조했다.

“어떤 과학자는 인간 의식의 모든 것을 컴퓨터에 이식시키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합니다. 이 것이 가능하면 ‘죽음’의 개념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우리는 인간의 존재 의미를 없애는 기술에 대해 저항해야 합니다. 미래가 ‘인간 이후의 시대’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죠.”

노만 피셔는 여기서 더 나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성찰이었다.

그는 “수행할 때 우리는 온 신경을 자기 안에 있는 ‘생명의 에너지’에 집중한다. 이 힘을 토대로 세상의 다른 존재들과도 연결될 수 있다”며 “이런 능력을 키운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휩쓸리고 공감과 이해력이 높아져 다른 사람과 더 잘 연결된다. 구글 등에서 이런 훈련을 하는 것도 새 아이디어가 이를 통한 팀워크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갈등, 가족이라 생각하면 풀린다
8일 저녁 진행된 대중과의 만남에서는 보다 한국상황에 맞는 진단이 이어졌다. 그는 탄핵 정국에서 극심한 분열과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 그는 “혼란 가운데에서도 인간이라는 하나의 큰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처음이었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역사를 통해 반복해 왔다”며 “사회의 큰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의 마음은 좋지 않고, 감정적으로 힘들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서로에게 반응하고, 확대 재생산 된다”고 말했다.

“이런 시기에는 기본적인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가족으로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똑같은 충동이 있고, 이런 일에 당혹하고 놀라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가 달라고 인간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음에 기반한다면 각자의 입장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서로 의견을 경청함으로서 보다 안정된 상태로 나갈 수 있습니다.”

노만 피셔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인간의 토대를 잘 지키고 있는 한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선수행은 보살행”이라며 “보살행을 통해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고 자신도 이로움을 얻는다. 우리 사회는 함께 해 나갈 때 보다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만 피셔는 서울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과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권선아 스트리트젠 대표 등으로 구성된 모임인 ‘다르마 프렌즈’의 초청으로 처음 방한했다. 그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21일까지 13일간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방한 일정을 주관한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은 “한국의 큰 변화 국면에서 국민들이 불교 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 것인지를 들어보길 바란다”며 “삶의 기준과 가치를 새롭게 하는 작업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에서 있었던 대중들과의 질의응답이다.

Q: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껴진다. 즐거움과 행복도 가식으로 느껴지고 인생도 곧 끝난다고 여겨진다.


A: 우리는 우리 몸이 점차 노쇠하고 죽음에 직면하리란 걸 잘 압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우리가 가장 최고의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늙음은 인생에서의 자신감을 줍니다. ‘그런들 어떻겠나’. 나를 미국 선불교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한국에 와서 어리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들 어떻겠나.’ 이는 해방입니다. 예전에는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던 것이 이제는 없습니다. 노(老)는 삶의 경이로운 부분입니다.
질문을 주신 분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고 갑자기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은 삶에 대한 자세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 직면하는 순간을 가지고 성찰해나가야 겠죠.

Q: 한국은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만약 당신이 청년실업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A: 사회가 발전 일변도로 구성돼있고, 우리는 일련의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하게 됩니다. 만일 제가 실업 상태라면 즉각적으로 저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가지는 더 적게 소유하고 작은 공간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살 것입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 먹거리를 기를 수 있을지 생각할 것입니다. 먹거리를 직접 기르는 것이 쉬운 곳으로 이사를 할 수도 있겠죠.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이사를 갈 것입니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갖혀 있는 이 삶의 사슬에서 벗어난 것을 아주 기뻐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일하는 곳에서 달아나고, 너무 급속도로 변하는 곳에서도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직업이 없다는 것은 꽤 좋은 것입니다.
제가 젊은 시인으로 살 때 가능한 한 직업을 갖지 않으려 했습니다. 한달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실업상태로 지내곤 했습니다. 매 끼니 보리를 먹었죠. 저에게 많은 책을 읽을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차가 고장나면 스스로 고쳤고, 고칠 재간이 없으면 그냥 걸었습니다. 다시금 그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유용하게 바꿀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Q: 선수행은 보살행이라고 했는데?


A: 보살행은 에너자이저 광고에 나오는 토끼와 같다. 울면서도, 즐거우면서도, 쓰러져서도 계속 간다. 삶의 마지막에 도달해도, ‘이번 생이 아니라면 다음 생에서라도’라며 갑니다. 이런 움직임이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도 함께 이끌고 갑니다. 여기서 한단계 더 자유를 느낀다면 깨달음입니다. 나 혼자에만 갖혀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은 감옥에 갖힌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면 해탈된 것입니다. 마지막 까지 똑같이 가는 것이 바로 보살행이고 진정한 선의 수행입니다.

Q: 세상을 사랑하라는 말을 했는데, 악의 존재도 사랑해야 하는가?


A: 훨씬 힘들지만 악의 존재도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원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힘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는 대통령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저를 찾아와 대통령을 위해 자애명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원한다면 자애명상을 해도 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을 미워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당신이 이런 마음이 있는지 모르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이는 미움 때문에 여러분의 삶은 왜곡되고 내면에서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언젠가는 대통령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아주 아주 먼 미래라도 언젠가는 말이죠.(웃음)
잘못된 정책에 맞서서 일어나고, 또한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고 보살피는 보살의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미움은 통하지 않고, 더 큰 미움만을 남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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