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우연히 조계사 경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재)아름다운동행에서 주최하는 ‘예비 초등학생 책가방 보내기’ 행사를 보게 되었다. 책가방! 필자가 어린 시절 책가방이 없어서 보자기에 책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어깨에 때론 허리춤에 둘러메고 다녔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초등학생 책가방이 112만원 달해
부모·친척 고가 상품 구매해 선물

‘신종 등골브레이커’ 신조어 나와
빈부 격차와 박탈감 대한 우려도

부처님이 라훌라에게 물려준 것은
재물 아닌 자유를 위한 출가의 길
이는 최고의 애정표현이자 가르침
명품 책가방이 좋은 교육·사랑일까


이후 관련 인터넷 기사를 훑어보다가 ‘초등생 책가방이 112만원…매장 갔더니 ‘품절’입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기사를 살펴보니 도시락 가방이 97만 원, 아동용 코트가 200만 원이었고, 이런 고가의 상품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와 친척들이 아낌없이 사준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아이들을 부모의 등을 휘게 하는 게 아니라 부러뜨릴 정도로 힘들게 한다는 뜻으로 ‘신(新)등골브레이커’라 일컫기도 하고, 고령화·저출산 사회로 접어들면서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부모 및 친척들을 ‘식스(6)포켓, 에잇(8)포켓’이라고 하기도 한다.

또한 경제학 관점으로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고 ‘베블런 효과’라고 일컫기도 한다. 중국의 ‘소(少)황제, 소공주 신드롬’에 빗대어서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 부모의 절대적인 지지와 과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느냐는 의견도 있다.

경제적 부와 빈의 불평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씁쓸한 사회 현실이 안타깝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유치원생들. 이들을 위하여 하루 10시간 이상 육체·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그것마저도 모자라 퇴근 후에도 수업 교재를 작성해야 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한 달 월급이 책가방 한 개 가격만도 못한 분들도 있다.

그러나 영화 한 편 출연에 수십 억 원을 받을 수 있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위해 시작한 운동으로 수백 억 원의 연봉을 받는 스포츠 스타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바람직한 사회 건설의 잣대로 냉정히 바라보면 유치원 교사, 연예인 혹은 운동선수들 중 누가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사회 전체에 이익을 주며 바람직할까?

재화의 소유를 행복으로 착각하고 사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다가 문득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법구경> ‘인연담’에는 라훌라의 출가 동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이 출가하시기 직전에 태어난 아들 라훌라는 어머니 아쇼다라 공주의 지시에 따라 부처님께 가서 재산 상속을 청한다. 10여 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아들로서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달라고 청한 것이다.

막대한 유산을 물려달라고 하는 아들에게 부처님은 유산을 물려주었다. 부처님이 아들 라훌라에게 물려준 유산은 바로 아들을 출가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유산은 가장 값진 보배로써 세속의 일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재물이 아니었다. 영원한 안락을 누릴 수 있는 출발선을 안내한 것이었으며, 열반에 이르는 해탈의 길로 인도하는 진정한 사랑의 가르침이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었으며, 최고의 가르침이었다.

이제 초등학생으로 출발하는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우리 부모가 사회가 보여줘야 하는 사랑의 표현은 명품 책가방이 아니다.

아이가 진정 값지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따듯한 마음과 지속적인 깊은 관심으로 돌보는 것이다. 관심과 사랑은 명품 가방 사주기보다 어렵지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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