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다이마데라(當麻寺)

오쿠노인서 바라본 다이마데라 동·서 쌍탑의 전경. 두 탑 모두 국보로, 서탑은 현재 수리 중에 있다.
다이마데라(當麻寺)는 나라(奈良)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오사카 시내의 덴노지(天王寺)역에서 가기에 더 쉽고 편한 곳에 위치한다.

오사카-나라 잇는 길의 사찰
진언종·정토종 공존하며 수행
국보 ‘다이마만다라’ 제작 설화
가부키 등 전통예능으로 인기


깊은 역사가 있는 나라의 사찰들은 그마다 독특한 특색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는 것이 좋지만, 다이마데라는 떠오르는 것이 너무 많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본에서 ‘하나노데라(花の寺)’라는 표현이 있다. 꽃으로 유명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 사람이 사찰을 찾아가는 목적이 불상을 배례하는 것 외에도 예쁜 꽃을 구경하기 위한 목적으로 갈 때가 종종 있다. 내가 다이마데라에 처음으로 가본 것이 10년 전이었는데, 그 때의 목적도 모란(牧丹)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다이마데라에 가보기 전, 나에게는 다이마데라는 꽃으로 유명한 사찰이라는 이미지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가봤더니 유명한 불상도 안치되어 있고 역사도 깊어 한두 번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간단하게 알 수 없는 사찰의 매력에 빠졌다.

다이마데라 창건과 관련해서는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7세기 초 쇼토쿠타이시(聖德太子)의 이복 동생인 마로코신노(麻呂子親王)가 건립한 사찰을 약 70년 후 마로코신노 손자인 다이마노마히토쿠니미(當麻眞人國見)가 현재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긴테쓰 다이마데라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다이마데라 인왕문(仁王門)이 나온다. 인왕문을 지나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국보)이다. 범종 다음은 왼쪽에 나카노보(中之坊)가 있고, 나카노보 뒤에 삼중탑인 동탑(국보)이 있다. 더 앞으로 나아가면 오른쪽에 강당, 왼쪽에 금당이 있고 왼쪽 뒤에는 삼중탑인 서탑(국보)이 보인다. 나라에서는 고대나 중세에 지은 탑이 여기저기 남아있으나 고대 동·서 쌍탑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곳은 다이마데라 뿐이다.

강당과 금당을 지나면 정면에 본당인 만다라당(曼茶羅堂)이 있다. 그런데 인왕문에서 만다라당까지 걸으면 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주로 왼쪽에 있는 건물들을 보면서 걷게 되는데 이는 다른 사찰에서 없는 일이다. 대개 보통의 사찰들은 남쪽에서 들어가 북쪽으로 나아가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다이마데라는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전각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 다이마데라 남쪽에 ‘다케노우치카이도(竹內街道)’라는 길이 있다. 이 길은 옛날에 오사카와 나라를 잇는 중요한 길이었다. 창건 당시에 다케노우치카이도가 있는 남쪽에 문이 있었고 원래는 남쪽에서 들어갔다라고 생각하면 이 가람 배치도 이해가 간다.

국보 다이마만다라를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주조히메의 동상.
종파가 2개 있는 것도 다이마데라의 특징이다. 원래는 삼론종(三論宗)이었으나 지금은 진언종(眞言宗)과 정토종(淨土宗)이 공존한다. 823년에 구카이(空海) 대사가 다이마데라에 와서 만다라를 배례하고 다이마데라에서 수행한 것을 계기로 진언종 사찰이 되었다고 한다. 다이마데라에 9세기 말에서 12세기에 제작된 훌륭한 불상이 많은데, 이것도 진언밀교화 된 다이마데라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헤이안(平安)시대 말기에 말법사상(末法思想)의 보급에 따라 내세에 아미타여래의 서방극락정토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신앙이 번졌고 아미타당이 여기저기 건립되었다. 그때부터 다이마데라는 아미타여래의 정토를 그린 다이마만다라를 안치한 사찰로서 주목받게 되었다. 가마쿠라시대에 들어 정토종의 개조 호넨(法然) 스님의 제자인 쇼쿠(證空) 스님이 다이마만다라를 그대로 복제한 다이마만다라를 보급시켰다. 심원한 교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만다라는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다이마만다라는 763년에 귀족 딸인 주조히메(中姬)에 의하여 하룻밤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곱고 총명한 주조히메는 어렸을 때 어머님을 여의고 계모의 손에 자랐다. 계모는 주조히메를 심하게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조히메는 계모를 원망하지도 않고 만민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방법을 찾아서 도시를 떠나 16세 때 해가 지는 니조잔(二上山) 기슭에 있는 다이마데라를 방문했다. 당시 여성은 다이마데라에 못 들어갔지만 주조히메는 열심히 독경하고 기도했다. 포기하지 않고 정진을 이어가자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져 비구니가 되었다. 사찰에서 주조히메는 오로지 극락왕생을 기도했다.

어느 날 어떤 노비구니가 나타나 주조히메한테 연(蓮) 줄기를 모으라고 명령했다. 주조히메는 연 줄기를 여기저기서 모아 노비구니의 지시에 따라 줄기에서 실을 꺼내 이 실을 오색(五色)으로 염색했다. 그러자 다음에는 어떤 젊은 여성이 나타나 주조히메와 함께 오색으로 염색한 실로 직물을 짜기 시작했다. 저녁에 시작했는데 다음날 새벽에 완성되었다. 국보 다이마만다라는 이렇게 탄생했다. 만다라가 완성된 후 젊은 여성이 홀연히 없어지고 노비구니도 사라졌다. 이 비구니가 바로 아미타부처이고 젊은 여성이 관음보살이었다. 마음이 밝아진 주조히메는 절에서 더 열심히 수행했다. 29세 때 주조히메 앞에 아미타불과 이십오보살(二十五菩薩)이 나타나 주조히메를 극락정토에 데리고 갔다.

주조히메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전설인지 잘 모르겠다. 학술 조사를 통해서 만다라가 직물인 것이 밝혀지게 되었지만 직물의 실은 연 실이 아니라 비단실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확실한 것은 주조히메가 다이마데라의 상징이고 주조히메를 주인공으로 하는 노(能)·가부키(歌舞伎) 등 일본 전통 예능이 있으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매년 5월 14일에 보살들이 극락정토에서 주조히메를 데려다가 현세에 와서 주조히메가 보살들을 따라 극락왕생 하는 것을 재현하는 행사가 있다. 이 행사는 1005년에 시작했다고 하는데 천 년을 넘어 계속 봉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다아마데라는 모란으로도 유명하다. 겨울에도 고결하게 피었다.
국보 다이마만다라는 기본적으로 비공개이지만 드물게 박물관 특별전에서 전시될 때도 있다. 2013년 나라국립박물관에서 개최한 ‘다이마만다라 1250년 기념특별전’에서 공개된 바 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올 것을 기대한다.

본당(만다라당), 강당, 금당을 관람할 때는 먼저 본당에서 티켓을 산다. 이 티켓으로 3곳을 관람할 수 있다. 본당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다이마만다라는 16세기 초에 복제한 것이다. 본당에는 주조히메와 함께 만다라를 짰다고 전하는 관음보살도 안치되어 있다. 강당은 병화로 소실되어 가마쿠라시대에 들어 다시 지은 것이다. 강당에 안치되었던 창건 당시의 불상도 다 소실되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강당에서 보는 불상들이 모두 다른 곳에 있던 것을 여기에 옮긴 것이다.

금당에는 원래 다이마데라 본존이었던 미륵불좌상과 사천왕입상이 안치되어 있다. 금당의 불상 대부분이 하쿠호(白鳳)시대(7세기 중반~710년)에 제작되었다. 사천왕상이 호류지 금당 사천왕상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오래 된 사천왕상인데, 다이마데라 사천왕상의 턱에 수염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처음으로 다이마데라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 사천왕상의 이국적인 얼굴이었다.

경내의 가장 뒤에 있는 오쿠노인(奧院)도 가보기를 권한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이곳에서 동서탑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서탑은 수리 중). 오쿠노인 보물관에는 10세기에 한반도에서 전래되었다고 하는 철불을 실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온화한 미소를 지닌 철불을 좋아한다.  

다이마데라 주변 볼거리
오사카 JR덴노지역이 있는 곳에 긴테쓰 아베노바시역이 있는데 다이마데라에 갈 때는 여기서 전차를 탄다. 가시하라진구마에역 행을 타면 다이마데라역까지 직접 갈 수 있는데 30분에 한 번 밖에 전차가 없으니 좀 더 여유있게 출발하는 것이 좋다(소요시간 약 40분).

다이마데라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사찰 입구에 도착한다. 문 앞에 있는 후타카미라는 식당에서 나라 명물인 일식 소면과 가키노하즈시(감잎으로 싼 초밥)를 맛볼 수 있다.

사찰 앞 식당 후타카미의 명물 소면과 감잎 초밥.
다이마데라 경내를 관람한 후 북쪽 문에서 밖으로 나가 북쪽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셋코지(石光寺)라는 아담한 사찰에 나온다. 주조히메가 연 실을 오색으로 염색했다고 전하는 우물이 여기에 있다. 셋코지도 꽃으로 유명한 사찰이고 모란, 작약이 피는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셋코지는 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석불이 있는 사찰이다. 1990년대의 발굴 조사 결과 석불이 파손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높이 2미터 이상이 되는 이 석불은 매년 1월1일부터 1월31일까지 그리고 4월20일부터 5월20일까지 두 차례 공개된다.

셋코지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미치노에키후타카미파쿠타이마에 나온다. 미치노에키란 도로휴게소인데 현지의 농산물이나 가공식품 등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어 보기만 해도 재미있다. 다이마의 미치노에키는 인기가 있어 항상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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