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제 활성화가 목적인
금요일 4시 조기 퇴근 정책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의문 

소비할 시간 없는 게 아니라
여가에 쓸 돈이 없는 게 문제 

대기업이 묶어놓기만 한 자본
이제는 재투자를 통해 풀어야
자본이 선순환돼 경제 살아나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 원숭이에게 말했다. “아침에 도토리를 3개 주고 저녁에 네 개 주겠다.”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내었다. “그럼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지.”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위의 일화는 모두 다 아는, <장자>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이야기이다. 새삼 이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이유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 정책이 꼭 이 모습인 것 같아서이다.

금요일 오후 4시에 조기 퇴근을 시킴으로써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오후 4시에 조기퇴근만 시키면 과연 소비가 촉진될 것인가? 과연 퇴근이 늦어서 소비가 촉진되지 않는 것인가? 돈 쓸 시간이 없어 돈을 안 쓰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 행복한 이야기라고 말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쓸 돈이 없어 돈을 못 쓰는 데, 일찍 퇴근 시키면 그 남는 시간 무엇을 하느냐고 물을 사람도 너무 많다. 그리고 과연 금요일 일찍 퇴근을 시킨다면, 그 조기 퇴근을 위해 평일 근무시간을 늘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근로 기본 시간을 확실하게 줄인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조삼모사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평일에 일을 더 많이 하고 금요일에 적게 한다는 것이 되는 방식의 조삼모사이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효용성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런 정책을 너무 쉽게 비판하는 것 아니냐는 되물음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우리가 물었던 것들에 대한 충실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어떤 정책이든 일단 발표되면 신뢰성을 가지고 실행되어야 한다. 만일 우리의 거친 물음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런 비판에 부딪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만 떨어지고 만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국가권력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이 이르게 된다.

우선 답을 해야 한다. 기본 근로 시간을 확실하게 줄이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노동자를,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원숭이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질문에도 답을 해야 한다. 소비가 촉진되지 않는 이유가 돈은 있는데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확실한 조사나 통계가 있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쓸 돈도 없는 국민들이 부추겨 분수에 넘치는 소비를 하도록 조장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재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그 쌓여져 있는 돈을 풀게 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재투자를 하도록 여러 제도를 만들고 개선하여 노동자들에게 돈이 풀리도록 해야 한다.

또 우리가 맞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이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정책이 수립되고, 거기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근본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이 수립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돈이 풀려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상황도 해결되고 소비도 촉진된다.

임시변통의 졸속한 정책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이번 금요일 조기퇴근은 그런 정책의 대표적인 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정책이 실효성을 지닐 수 있는 충분한 보완을 하여 성공적인 정책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면, 부실한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오는 쓸데없는 혼란을 줄이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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