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BRT 추진… 연등회보존위 ‘난색’
세종대로4가~흥인지문 구간
연등회 시야방해·사고 우려
행사장소 변경 고려 안 해
서울시와 합의점 도출 난항
[현대불교=윤호섭 기자] 한국불교 최대 축제인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종로 중앙버스차로제(BRT)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세종대로 사거리~흥인지문(2.8㎞)과 종로1가~숭례문(1.35㎞) 구간에 BRT를 설치하고, 왕복 8차로 도로를 6차로로 변경해 관광버스 주차공간과 자전거길 등을 마련하는 도로공간재편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입찰공고했다. 이에 따라 최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구하는 등 BRT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개장하는 서울역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과 함께 도보문화 확대를 위해 추진되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어서 연등회보존위원회와의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존위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연등회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종로와 연등회가 갖는 역사·문화적 성격을 고려할 때 장소를 변경하긴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종로구청과 몇몇 동에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어서 일단은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로구청과 창신동 등서 종로BRT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사업 반대보다는 좌·우회전 등 교통편의성과 관련된 것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연등회보존위는 BRT 반대가 자칫 종교 이기주의로 대중에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서울시는 연등회보존위에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초 연등행렬 장소를 남산~남대문으로 변경하는 안은 보존위 측 반대에 따라 철회됐고, 최근에는 행사 시 버스정류장 분리에 관한 내용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류장 분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행사 주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양측의 원활한 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진동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큰 그림서 볼 때 종로구간만 버스중앙차로가 끊겨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상 문제를 해소하고, 교통 원활화 등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BRT를 설치하고자 한다”면서 “연등회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류장 분리의 경우 연등회 외에 다른 행사들도 해당되는 만큼 주체 측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울시와 연등회보존위 간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로 인해 불교계 내에서는 무형문화재인 연등회가 상황에 따라 장소를 옮겨 다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