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직선 대중공사, 공청회서 당위성 강조

▲ 공청회 발제자와 토론자들 모습. 오른쪽부터 법응 스님, 허정 스님, 김형남 변호사, 박병기 교수, 옥복연 소장.
[현대불교=윤호섭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선출과 같은 소임자 선출은 비쟁사갈마이므로 후보자 고지 후 1번 묻는 백이갈마(白二羯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종헌종법이 실질적인 율장 노릇을 하고 있고, 종단 구성원이 한곳에 모여 갈마를 하기도 어렵다. 또 소임자 후보가 한 사람으로 통일되기도 어렵다. 율장에는 이러한 사정 때문에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즉 직선제는 후보가 다수일 때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율장에서 보면 백이갈마라 할 수 있다.”

오는 10월 열리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안팎에서 직선제를 향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228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서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총무원장 직선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천장사 주지 허정 스님은 율장에 언급된 다수결을 언급하며, 직선제가 율장정신에 가깝고 합리적임을 주장했다.

허정 스님은 현전승가에서는 모든 사안을 대중의 동의를 얻어 처리하는데 그 대중공사를 갈마라 한다. 갈마는 내용에 따라 쟁사(諍事)갈마와 비쟁사갈마가 있다총무원장 선출은 소임자 선출, 결계 등에 사용되는 백이갈마다. 본사별로 같은 날짜에 포살을 실시하고 포살이 끝나면 투표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종단 소임자를 선출하는 비쟁사갈마는 만장일치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탈락한 후보자가 승단에서 쫓겨나는 게 아니고, 비법(非法)을 따르는 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불교관과 정책을 설명하는 계기가 되고 후보자토론을 통해 토론문화가 활성화된다고 덧붙였다.

허정 스님은 선거인단 321명이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현행 간선제에 대해 교구본사별로 종회의원을 다수결로 2명씩 선출해야 하는데 금권선거가 발생하고 있으며, 교구별 10명 선거인단 선출 시 본사주지 입김이 작용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선거인단 선출과정이 공정하지 못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스님들이 소외감과 패배감을 갖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은 종단의 현실적 측면과 그간 경험으로 볼 때 구체적인 전략과 확고한 실천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승가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른바 샤이혁신세력을 적극적인 직선제의 장으로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법응 스님은 직선제 관철을 위해 불교적인지 대중 호응도 입법화 전략 직선제 주장이 반 집행부라는 인식 문제 추진세력 자체의 문제 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또 직선제가 묘약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를 통해 종단 혁신이 이뤄진다면 다행이다. 다만 직선제를 반대하는 이들이나 샤이혁신세력을 적으로 만드는 과오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현재 국내서 종교가 갖는 낮은 위상과 불교계 차별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은 종단 내 비구니 차별의 제도화를 비판하고, 성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직선 대중공사는 청정승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발기인 명단을 공개했다. 발기인으로는 승가 116명, 재가 153명이 참여했으며 서포터즈 단장은 박병기 교수가 맡기로 했다.

한편 공청회에는 스님들과 각종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구성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 2월 28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서 열린 총무원장 직선 실현 대중공사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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