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 혜능 선사 당시에 선종이 남북 종파로 갈라져 크게 대립한 적이 있었다. 이른바 남돈북점(南頓北漸)이라는 말이 생겨 종지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했다. 남돈의 혜능(慧能) 선사와 북점의 신수(神秀) 대사, 두 종주(宗主)는 너와 내가 없었지만 그들의 문도들은 서로 시기 질투로 대립하였던 것이다. 당시 북종의 문인들이 스스로 신수 대사를 옹립하여 6조로 삼고 혜능 선사가 의발을 전해 받았다는 말이 천하에 퍼진 것을 시기하였다.

이 무렵 혜능 선사가 자신에게 다가올 위해를 미리 알고 돈 10냥을 준비해 방에 놓아둔 일이 있었다. 북종의 문인들이 강서 사람 장행창(張行昌)을 매수하여 자객으로 보내 혜능 선사를 해치게 했던 것이다. 야밤에 행창이 칼을 품고 육조 혜능 선사가 거처하는 방으로 몰래 침입 육조를 죽이려 하였다. 이때 육조는 목을 길게 늘이고 태연히 앉아 있었다. 행창이 칼을 휘둘렀으나 빗나가 육조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 육조 혜능 선사가 타일렀다.

“올바른 칼은 삿되지 않고, 삿된 칼은 올바르지 않다. 내가 너에게 다만 돈 몇 냥을 빚졌을지언정 목숨을 빚진 일은 없노라.”

행창이 놀라 까무러쳤다가 한참 만에 깨어나서 애절히 뉘우치며 출가할 뜻을 말하니 육조 혜능 선사가 돈을 주면서 말했다.

“그대는 어서 떠나라. 대중이 알고 오히려 너를 해칠까 두렵다. 훗날 모습을 바꾸어 다시 오너라.”

행창이 분부를 받들고 도망을 쳤다. 그리고는 다른 곳에 가서 계를 받고 스님이 되었다. 하루는 육조 혜능 선사의 말을 기억하고 멀리서 찾아와 육조 혜능 선사를 뵈었다. 육조 혜능 선사가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그대를 생각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늦게 왔는가?”

“전에 화상께서 용서해 주심을 받았습니다. 이제 비록 출가하여 고행하긴 해도 끝내 깊은 은혜를 보답하기 어려우니, 오로지 법을 전해 중생을 제도하는 일뿐입니다. 제가 일찍이 <열반경>을 본 적이 있는데, 항상함과 무상함의 뜻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바라옵건대 화상계서 자비를 베푸시어 설명해 주십시오.”

혜능 선사가 대답했다.

“무상함이란 곧 불성(佛性)이요, 항상함이란 착하고 악한 온갖 법을 분별하는 마음이니라.”

“화상계서 말씀하신 바는 경문과 크게 어긋납니다. 경에서 말하기를 ‘불성은 항상하다’ 했는데 화상께서는 도리어 무상하다 하셨고, 선하거나 악한 온갖 법과 나아가 보리의 마음까지 모두가 무상하다 했지만 화상께서는 ‘항상하다’ 하시니, 이것은 서로 엇갈리는 것이라서 저희들로 하여금 더욱 의혹을 일으키게 합니다.”

“<열반경>은 내가 전에 무진장 비구니가 한 번 읽는 것을 듣고 즉석에서 강의해 주었는데, 한 글자 한 구절도 경문에 합치되지 않음이 없었고, 나아가 그대에게도 결코 어긋난 말을 하지 않았느니라.”

“학인의 식견이 매우 우매하니, 화상께서 더 자세히 열어 보여주십시오.”

“그대가 알겠는가? 불성이 항상하다면 어찌 다시 착하거나 악한 모든 법들을 말하겠는가? 이 겁이 다하도록 한 사람도 보리심을 낼 자가 없으리라. 그러므로 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진상(眞常)의 도리이다.

또 일체의 모든 법이 무상하다면 곧 사물마다 자체의 성품에 생사를 받아들임이 있으므로 참된 항상함의 성품이 두루하지 않은 곳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항상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참된 무상함의 뜻이다.

부처님께서는 범부나 외도들이 그릇된 항상함에 집착하고 모든 이승(二乘)들이 항상함을 무상하다 계교함으로써 뒤바뀜을 이루기 때문에 진상(眞常), 진아(眞我)를 말씀하셨는데 그대는 말에 의지하여 잘못 해석하고 있으니 설사 천 번을 읽는다 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행창이 홀연히 술에서 깨어난 듯이 깨달았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나는 이제 애쓰지 않고도 불성이 버젓이 앞에 나타났으니 스승께서 주신 바도 아니며 나 또한 얻은 바가 없다네.”(我今不施功 佛性而現前 非師相授與 我亦無所得)

이리하여 조사로부터 뜻을 꿰뚫었다고 지철(志徹)이라는 이름을 받고 절을 하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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