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중에서 청소년 자살은 적지 않은 분포를 차지한다. 우리의 미래가 될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런데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제주도는 학생 자살 ‘0명’을 기록했다. 제주도 교육청은 ‘학생 정신 건강 전담팀’을 만들어서 자살 시도 학생이 있으면 해당 학교로 방문했다.

학생 상담은 물론, 학부모에게 자녀와의 대화법을 알려주고, 친구들·담임교사와 만나면서 학교에 24시간 특별상담실도 설치했다. 제주도 전체 초·중·고 교장 190여명을 교육청에 불러 학생자살과 관련된 주의 사항을 알렸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한 생명도 잃지 않은 것이다.

제주교육청이 만든 ‘혼디거념’팀
자살시도 학생 전담해 상담 진행
지난해 제주도 학생 자살자 全無

제주방언 혼디거념 뜻 ‘함께 돌봄’
불교 ‘요익중생’ 가르침과 맞닿아

일선 사찰서 집단상담 템플스테이를
인성교육 인증 등으로 포교 활용

자살에는 혼자 고립되고 단절된 심리가 작용한다. 자살시도자 상담연구를 보면 대부분이 “누군가와 상담을 했더라면 자살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과 소통은 기본적으로 가족들이 해 주어야 할 역할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는, 사회 차원에서 노력이 요청된다. 사회 지원망의 형성이다. 불교의 연기법과 자타불이의 대승정신이 절실한 것이다.

올해 조계종에서는 불자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전법에 진력한다고 했다. 부처님의 가르침만 전하려고 하기 전에, 청소년들이 절에 와서 무엇을 바랄 것인가 진솔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과도한 입시경쟁과 물질주의에 몰리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등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못하는 미래가 불안한 현실이고 부모에 대한 불만도 많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부모들 역시 생업에 쫓겨 자녀의 마음을 살피고 돌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자녀와 마음을 나누는 대화방법도 거의 배운 적이 없다. 문제아라는 학생 상담을 해 보면, 부모님과 먼저 상담해야 할 경우가 절대다수다. 부모님과 관계만 좋아져도 아이들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곤 한다.

전국의 사찰에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한 다양한 마음치유 프로그램과 집단상담을 겸한 템플스테이가 가능하다. 지역 교육청이나 학교와도 연계할 수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무료로 실시된다면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시는 소위 ‘관심 학생’의 심리치료비를 전액 지원해 준 결과, 자살 학생 수가 대폭 감소했다. 자녀에게 상담을 받게 하라고 하면 꺼리던 학부모들도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찬성한 것이다. 불교상담개발원에서는 20년 넘게 무료로 ‘자비의 전화’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개별 사찰의 노력들도 필요하고, 이미 조계종 포교원에서 하고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과 ‘청소년 마음등불’사업 등이 효과적으로 실시된다면, 곧 전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엄마 아빠, 절에 가니까 마음이 편해져요”라는 말이 청소년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자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기관에는 부모가 고마운 마음으로 오게 된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한 두번 절에 오다보면 자연스럽게 법문을 접하고 신심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제주도의 학생전담팀 팀명은 제주도 방언으로 ‘혼디거념’. 즉 ‘함께 돌보기’라고 한다. 불교야말로 일체중생의 고통을 소멸시키고 돌보는 요익중생의 가르침이 아닌가. 어떤 학생이라도 예외 없이, 부처님의 눈에는 모두가 평등하고 귀한 생명이다. 절망에 빠진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부처님의 자비원력이 적극적으로 실현되길 발원한다. 아이들 가슴에 생명의 봄이 환하게 피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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