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움직이면 선이 되질 않는다
마음이 움직이면 선이 되질 않는다
  • 지안 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
  • 승인 2017.02.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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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악(五嶽)가운데 형산(衡山)은 후난성(호남성) 중부에 있는 명산이다. 옛날에는 이 산을 남악(南嶽)이라 불렀다. 육조의 수제자 남악회양 선사가 이 산에 오래 주석하였으므로 호를 남악이라 하였다. 물론 천태지의 대사의 스승이었던 천태종 2조 남악혜사(南嶽慧思) 스님도 이 산에 오래 머물었기 때문에 산 이름을 따서 호를 삼았다. 이 형산의 척발봉(擲鉢峰) 아래에 복엄사(福嚴寺)라는 절이 있다. 이 절이 바로 남악회양 선사가 살았던 곳이다. 이 절 곁에 황벽희운 선사의 재가 제자였던 재상 배휴(裵休)가 쓴 최승륜탑(最勝輪塔)이라는 탑이 있고 회양 선사의 탑비가 있다. ‘최승륜’이란 회양 선사의 탑호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마경대(磨鏡臺)라는 표지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마경대’는 글자 그대로 거울을 갈았다는 뜻이다. 이 마경대는 남악회양 선사와 그의 제자 마조도일(馬祖道一:709~788) 선사 사이에서 있었던 일화 때문에 생기게 되었다. 마조 선사가 전법원(傳法院)에서 선정을 익히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마조 선사가 법당 앞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회양 선사가 지나가다 보고 물었다.

“거기서 무엇을 하는가?”
“좌선을 하고 있습니다.”
“좌선을 해서 무엇 하려 하는가?”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첫날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끝났다. 다음 날 보니 마조 선사가 또 그 자리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그를 본 회양이 마조 선사가 좌선하는 앞으로 벽돌 하나를 가져가 돌 위에 갈고 있었다. 좌선을 하다 이 모습을 본 마조 선사가 물었다.

“무엇 하려고 벽돌을 갈고 계십니까?”
“거울을 만들려고 그러네.”
“벽돌을 간다고 어찌 거울이 되겠습니까?”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지 못하거늘, 어찌 좌선을 하여 부처가 되려 하는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소가 수레를 끌고 가다가 수레가 멈췄을 때 수레를 가게 하려면 수레를 때려야 하겠는가? 소를 때려야 하겠는가?”

이 말에 마조 선사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제호(醍?)를 마신 것 같았다고 <전등록>에서는 말하고 있다. 굳이 부연해 말하자면 좌선을 잘하여 몸이 부동자세를 잘 갖추고 있더라도 마음이 움직이면 선(禪)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세를 가지고 선을 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마조 선사는 강서(江西)에서 법을 오래 펴서 한 때 그를 ‘강서’라고 불렀다. 육조 스님이 회양 선사에게 예언하기를 “이후의 불법은 그대로부터 시작하여 망아지가 천하 사람을 다 밟아 죽이리라”고 하였는데 이는 마조 선사의 출현을 두고 한 말이며, 당시 사람들이 마조 선사라고 불렀다 한다.

마조 선사는 어느 날 대중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제각기 자기 마음이 부처임을 믿어야 한다. 이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다. 달마 대사께서 남천축국으로부터 몸소 중국에 오셔서 상승(上乘)인 일심의 법을 전하여 사람들을 깨닫게 하였고 또 <능가경>의 경문을 인용하여 중생 심지에 도장을 찍으니 사람들이 뒤바뀌어 믿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 마음의 법은 누구나 갖고 있으니 이렇기 때문에 <능가경>에서 말하기를 ‘부처님 말씀은 마음을 종지(宗旨)로 삼고 문이 없음을 법문(法門)으로 삼는다’ 하였다.”

또 말하였다.

“무릇 법을 구하는 자는 마땅히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한다.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고 부처 밖에 따로 마음이 없다. 선(善)을 취하지도 말고 악(惡)을 버리지도 말라. 자체의 성품이 본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뿐이요 삼라만상은 한 법이 찍어낸 것이다.”

어떤 스님이 마조 선사에게 물었다.

“화상은 어찌하여 마음이 곧 부처라 하십니까?”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니라.”
“울음을 그쳤을 때는 어찌합니까?”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니라.”

또 한 번은 어떤 스님이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그러자 대사는 문득 그를 때리면서 말했다.
“내가 그대를 때리지 않으면 제방에서 나를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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