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言보시 생활화 실천하길

인생에 대하여

사람의 삶이 인생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여행이 인생이다. 인도나 중국에서 2박 3일쯤 달리는 장거리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옆자리의 얼굴이 몇 차례 바뀌게 된다. 노인이 앉았다가 젊은이로 바뀌고 고운 얼굴이 앉았다가 미운 얼굴로 바뀌며 차창으로 스치는 풍광처럼 천연색 사연이 이어진다. 옆 좌석에 어떤 사람이 앉았느냐에 따라 설렘과 피로감이 빛과 어둠으로 바뀔 수 있을 터. 장거리 기차여행처럼 인생살이는 끊임없이 무대와 배역을 바뀌어가며 희(喜)·노(怒)·애(哀)ㆍ락(樂)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영원한 기쁨도 없지만 영원한 슬픔도 없는 것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빛이 있는 곳에 어둠도 공존하는 것이다. <열반경>에 등장하는 행복을 몰고 오는 언니와 불행을 몰고 오는 동생의 자매공존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인생살이의 두 개 날개이자 바퀴인 것이다. 세상의 절반이 빛이요 절반이 어둠이듯 낮과 밤의 교차로에서 쉼 없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며, 세월의 무게에 눌려 철이 들며 늙어가며 병들어 사라지는 존재가 인생인 것이다. 꿈과 희망을 서너 걸음 앞세워 놓고 어깨동무하듯 짝을 찾아 공든 탑을 쌓아가지만 언제나 남는 것은 마른 모래를 쥐고 있는 빈주먹과 같아 허무의 그림자만 길게 누워 장송곡의 상여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한때는 사랑으로 익어가는 희망의 꿈 밭에 땀방울로 씨앗 삼으며 낭만과 기대감으로 물 뿌리고 노력으로 거름 삼으며 빛을 모아 무지개 꿈을 키워왔지만 어느덧 해질녘에 이르면 이광수의 <꿈>처럼 세상살이 그 자체가 꿈속의 꿈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젊어서만 목마른 게 아니다. 늙어서도 목 마르다. 청춘만 아픈 게 아니다. 노년도 아프다. 징검다리, 버팀목은 젊어서도 필요하고 늙어서도 절실하다.

군불 지피듯 따스하게 번지는 말 한마디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에 밥이 되는 영양소이다. 경쟁도 어지간하게 선택도 어지간하게 시험의 관문을 그림자처럼 달고 살아 왔지만 타작해보면 알곡 한 톨 건질 수 없는 빈손, 검불떼기뿐인 삶이 알몸으로 길게 누워 있기 마련이다. 팍팍하고 고단한 세월의 톱니바퀴에서 행복을 위해 자유를 위해 어지간히 발버둥 치며 노력해 왔지만 한 마리의 다람쥐처럼 쳇바퀴 돌고 도는 꼭두각시 인형의 삶이었던 것이다.

돋보이려 발돋움하며 키를 키워 왔지만 주눅들 일이 널려있어 마음의 키는 나날이 졸아든다. 민낯에 덧칠을 하며 가면무도회를 흉내 냈지만 삭신은 늙고 병이 들어 걸음걸이마저 자유롭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나이테 주변에 몰려드는 것은 허무의 그림자뿐이 아니다.

늙어 간다는 것은 몸에서 힘이 빠져가는 것보다 용기가 빠져 나간다는 현실의 절망감이다. 곱게 늙어가는 것도 희망사항일 뿐 현실의 벽은 녹녹치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떠나는 자의 뒷모습만 보일 뿐 찾아오는 발걸음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뚝 끊기게 되어있다. 혼자 밥 먹는 것을 혼밥이라 하고 혼자 술 마시는 것을 혼술이라 한다는데 사람은 누구나 늙으면 가족 형제의 숫자와 상관없이 혼밥과 혼술을 모래 씹듯 사약주 마시듯 쓸쓸함 속에서 막 내리게 되어있다.

그저 그렇게 너와 나 우리 모두는 인생이 허무하고 부질없는 꿈같다며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가닥 추억거리를 남기며 사라지게 되는 존재이다. 자, 그러므로 마음의 빗장을 열고 생각을 바꾸며 나누는 삶을 열어 가야한다. 먼저 칭찬하는 말보시를 생활화해야 한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친구에게 이웃에게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했음을 부드럽게 마음을 담아 표현하며 매듭을 풀어가자.

사탕 한 개라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미소 띤 얼굴로 내가 먼저 인사 나누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무엇인가를 바라지 말고 무엇인가를 나누며 배려하며 개운하게 매듭 풀며 살 일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 장군은 브리세이스 공주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신(神)이 인간을 부러워하는 것은 사람에겐 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 있으므로 매 순간을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을 손님 대하듯 존중하고 나에게서 떠나는 사람도 손님 보내듯 개운하게 보낸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