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동국대 불교대학 수석 졸업 네팔인 자재 스님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졸업식에서 상도 받고, 칭찬도 많이 받아 기쁩니다. 하지만 4년동안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저 혼자 잘해서 이뤄낸 것이 아닙니다. 은사 스님과 학교의 지원부터 문빈정사 사부대중의 격려와 응원, 친철한 교수님과 도반들의 도움이 없이는 있을 수 없었어요.”

2월 16일 동국대를 졸업한 네팔인 자재 스님(속명: 크리스나)은 불교대학 최초 외국인 수석 졸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조계종의 기본교육기관이기도 한 동국대에서 여러 한국인 스님과 일반 학생을 제치고 외국인 스님이 1등을 한 것이다.

아버지 죽음 이후 관심 갖은 불교
요가하며 인연 韓불자따라 한국행
문화·언어 등 낯설어 처음엔 눈물도
“은사·도반 스님이 있어 극복했죠”

서울대 인류학 석사과정 진학 예정
“실력 쌓아 불교학·포교 발전 매진”

4년동안 이역만리 타향에서 ‘불교 출가자’라는 특수하다면 특수한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결심이었다. 네팔 출신 자재 스님은 부모님이 힌두교도였고, 자신 역시 힌두교를 모태신앙으로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던 스님은 안정된 수입과 지위를 누리며, 풍족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 이때 만난 것이 불교였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생애를 접하고, 불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때 과거 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하며 만나 친구가 된 한국인 불자가 생각이 났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은사인 광주 문빈정사 주지 법선 스님을 만나게 된 것도 이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자재 스님은 2011년 9월 출가해 행자 생활을 하고 2012년 2월 직지사서 사미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에 입학한 것은 2013년이다.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백상원서 기숙사 생활을 했다. 

출가부터 학교생활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다. 문화와 언어, 생활양식 등이 네팔과는 모두 달랐다. 처음 1년은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날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인연과 관심때문이었다.

“네팔은 인도와 가까워서 생활양식이 서구적입니다. 사고방식도 그렇고요. 학교생활도, 절집 대중생활도 어렵더군요.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니 해결됐습니다. 은사 스님과 도반 스님들의 도움이 많았죠. 그러면서 제가 처한 상황을 관조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려 노력했습니다.”

완벽한 언어를 구사해도 어려운 수석을 거머쥔 비결이 있을 듯 했다. 그러자 ‘집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롯이 집중해 수업 시간에 나오는 모든 설명들을 기억하려 하고, 모르는 것은 재차 묻는 것이었다. ‘집중’보다 더 중요한 비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바로 ‘감사’와 ‘책임감’이었다.

“사찰 신도들이 자녀들에게 받은 용돈은 조금씩 모아서 저를 볼 때마다 ‘스님 수고하십니다’하며 주머니에 넣어줬습니다. 종단에서 장학금과 은사 스님의 지원은 제가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이었죠. 제가 배우고, 먹고, 쓰는 모든 재화는 결국 신도님들의 보시로 이뤄진 것입니다. 이 넓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저는 절대 허투루 살 수 없었습니다.”  

내달 구족계를 받고 비구 스님이 되는 자재 스님은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 과정에 들어가 공부를 이어간다. 석사로 ‘인류학’을 선택한 이유는 폭 넓은 공부를 위해서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 같은 세계 명문 사학에서 불교학을 공부하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저는 학문적인 관심이 많습니다. 인류학에서 불교를 어떻게 보는지, 불교는 인류학을 어떻게 보는지를 공부하려 합니다. 제가 실력을 더 쌓은 뒤에는 한국불교학 발전과 젊은 세대의 포교에 나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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