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포교사 제도, 이대로 좋은가 上

2016년 9월 포교사단 8재계 수계법회에 참여한 포교사들이 합장하고 불법홍포를 서원하고 있다.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한국불교 포교의 중요 인력으로 평가돼 온 포교사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시행되는 포교사 고시 응시자가 급감한데 이어 포교사 인원 증가폭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포교사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매년 급감하는 포교사 응시자

사회 각 분야에서 포교를 담당하는 포교사는 1996년 제1회 포교사 고시를 시작으로 제도화된 이후 포교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포교원이 발간한 ‘2016년 포교현황’ 자료집에 따르면 현재 4,809명의 포교사들이 군포교·교정교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계종 포교사단(사단장 윤기중)은 최근 제22회 포교사 고시 응시자가 608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년 전인 2015년 제20회 고시 응시자 1,002명에 비해 40% 가량이 감소한 것이다. 포교사 고시 응시자는 2015년까지 매년 평균 900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752명으로 25%가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응시자 감소는 전체 포교사 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0% 안팎인 포교사 자격 갱신률에도 포교사단 단원은 2011년 이후 200~300여명씩 증가해왔지만 2016년에는 35명 증가에 그쳤다. 응시자 감소에 따라 올해를 기점으로 포교사 수도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유력하다.

포교사 응시자 감소에 대해 포교사단은 “불교대학 수강생 감소 등 불자인구의 전반적인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포교사 고시가 진행 중인 시험장의 모습. 현대불교자료사진

불교대학 졸업자 응시율 감소
불교대학 졸업은 포교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이다. 그렇기에 불교대학 졸업자 수는 포교사 응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포교사단 측의 분석과 같이 각 사찰의 불교대학 졸업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불교대학 졸업자 수는 2012년 5,700명을 기점으로 2013년 5,435명, 2014년 4,850명, 2015년 4,357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불교대학 졸업자들의 감소에 비해 포교사 고시 응시자 감소폭이 더 크다. 불교대학 졸업자의 포교사 고시 응시율은 2011년 16회 고시까지 평균 20~22%로 유지됐다. 하지만 2012~2014년 17~18%선으로 하락했다. 졸업자 수가 대폭 감소한 2015년 20회 고시서 20%로 소폭 올랐지만 2016년 21회 고시에서 17%선 밑으로 다시 떨어졌다.

현재 2016년 불교대학 졸업자 수가 2015년 불교대학 졸업자 수와 비슷하다는 포교원 측 집계가 이뤄지고 있어 응시자가 적은 올해 제22회 포교사 고시의 응시율은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포교 VS 사찰 內 활동
그렇다면 불교대학 졸업자들이 포교사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 불교대학 실무자들은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놨다. 사찰에서 포교사 활동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주불교대학장 해운 스님은 “작은 사찰은 사찰에서 활동할 사람 한 명이 소중하다. 포교사가 되면 외부 포교에 집중한다. 공들여 불교교육을 하여도 ‘포교사단’ 이름으로 활동하니 불만이 많다. 스님들이 권하질 않으니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고 털어놨다. 스님은 “포교의 중요성에 공감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사찰에서는 포교사 외부 활동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사찰뿐만 아니라 대형사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박미주 조계사 불교대학 사무관은 “조계사의 경우 만해도 포교사들이 서울지역단 활동을 많이 한다. 포교사팀이 구성돼 있지만 실질적인 활동은 서울지역단에서 하고 있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에 포교사단은 사찰 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해 상·하반기 보고서에 재적사찰 활동 내역도 포함시켰으며 향후 갱신평가에도 사찰 활동 내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14년 4월 진행된 1차 합격자 집체교육. 포교사단은 포교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
원력 의존… 곱지않은 시선도
그렇다면 포교사들의 사찰에서의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답일까. 포교원의 ‘2016년 포교현황’ 자료집을 보면 현재 포교사 4,809명 중 사찰에서 활동 중인 포교사는 1,229명으로 전체의 25% 수준이다.

윤기중 포교사단장은 “사찰 내 활동 외에 외부 포교활동도 중요하다”며 “사찰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포교분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교사들 중에도 사찰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지만 정작 사찰에서 원하는 역할은 봉사자에 국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포교법 제33조에는 사찰마다 스님을 보조해 포교할 수 있도록 포교사 1명을 두고 지원도 명시하고 있지만 이런 사찰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 포교사들은 지원 없이 대부분 자비를 활용해 포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포교사는 “하나원에서 포교활동을 하는데, 공양물 등을 포교사들이 비용을 모아 준비하고 있다. 회비부터 각종 비용이 부담되지만 포교 원력 하에 이어오고 있다. 사찰에 가면 사중 활동에 적극 참여를 못하니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황미숙 밀양 용궁사 총무과장은 “예전과 달리 불교대학 학생들도 수업을 겨우 이수하는 실정”이라며 “많은 졸업생들이 재정과 시간적인 어려움에서 포교사 응시를 하지 않고, 포교사를 하더라도 낮은 인식 등에 장벽을 느껴 갱신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소통의 고리 다시 이어야
이에 근본적으로는 포교사에 대한 불교계 인식을 제고시키고 포교사들의 활동영역과 내용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주 용화사는 포교사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찰 내 활동도 이끌고 있다. 신도회 산하에 포교사회를 두고 사찰운영회의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문애자 용화사 교무과장은 “포교사들이 사찰 운영에 참여하니 자연스럽게 사찰의 대소사에 동참하게 된다. 불교대학 교육과 각종 법회에 포교사들이 〈천수경〉 독경을 주도해 신도들에게 포교사를 알리고 있으며 외부 포교활동에 대한 인식도 제고된다”며 “소통의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출범한지 20년이 넘은 포교사 제도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현재는 스님과 포교사, 신도회와 포교사 간 유대관계가 끊기고 골이 깊어지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부 사찰서 스님과 포교사가 갈등이 있거나, 신도와 포교사 간 마찰이 있기도 하다. 그 결과 사찰 인근에 포교사들이 따로 불교대학을 세우기도 한다”며 “사찰과 신행이 밑바탕에 있지 않으면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 포교사단 중심인 포교사 관리를 교구본사로 이양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포교원 행정관은 “현재 불교대학 학장회의와 본사 포교국장 회의를 비롯해 포교사단과 지속 대화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0년 가까이 포교사 활동을 해온 박종화 조계사 포교팀 본부장은 “포교사 지원자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선발되는 포교사들의 자질도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포교사는 포교를 통해 불교미래를 담보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 하에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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