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의 마음공부

보광 대선사 말씀|경성·각산 스님 엮음|21세기북스 펴냄|1만 6천원
[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이 책은 20년간 해인사 작은 암자서 은둔 수행한 이 시대의 진정한 수행승이자 불교계 대석학인 보광 대선사의 설법 모음집이다. 신기루 같은 풍요를 좇으며 복잡하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대선사에게 물었다. “큰스님, 왜 행복을 추구할수록 번뇌에 휩싸일까요?” 불교계의 걸출한 지도자들을 배출하면서도 어느 자리 하나에 매이지 않고 오로지 불법을 수행하며, 산속서 정진한 보광 대선사는 번득이는 섬광 같은 통찰과 구수한 시골 할아버지의 입담으로 그동안 깨달은 팔만대장경 속 불법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은 신해행증, 마음공부의 네 계단을 오르며 ‘나’를 찾아 나서는 영적 지침서이다.

세계적 자랑인 성보 팔만대장경이 보존된 가야산 해인사 보광 대선사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지식 성철 스님이 열반한 1993년 이후 그 뒤를 이어 가야산 호랑이로서 옹골차게 팔만대장경의 뜻을 지키는 수행승이다. 스님들은 보광 대선사를 두고 해인사의 마지막 큰 어른이라 입을 모은다. 보광 스님은 평생 동안 전 세계서 찾아오는 많은 이에게 불법의 깨달음을 전수한 것은 물론 현재 한국 불교계를 이끄는 걸출한 지도자들을 가르친 대석학임에도 , 서로 하려드는 큰절의 주지나 방장, 조계종 원로의원 등과 같은 모든 공직을 떠나 지난 20년간 해인사 산중 암자 희랑대서 은둔 수행 중이다. 팔만대장경 속 불법을 수행하며 올해 세수 77세, 법랍 60년을 맞은 보광 대선사가 조곤조곤 사람들에게 들려준 불법 이야기를 제자인 경성 스님(해인사 희랑대 주지)과 각산 스님(참불선원장)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은 큰스님이 평생에 걸쳐 산중서 깨친 불법의 고귀한 진리, 수행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은 깨달음의 정수 자체다.

책을 엮은 경성 스님은 “보광 대선사는 참선, 교학, 율학을 두루 갖춘 대선사입니다. 평생을 수행자로 살아가며 감히 범접치 못할 경지의 언행일치를 이루셨으며, 삶의 문제와 인생의 애환을 번득이는 섬광같이 예리하게 통찰한 지혜의 말씀을 전해왔다”며 “그 주옥같은 감로 법문을 한 권의 책으로 모으니, 이 책에 담긴 말씀은 우리 중생의 삶을 바로 지금 이 자리서 성공적으로 변화시켜줄 법문”이라고 평했다.

여느 법문집보다 더 조곤조곤하게 불법을 이야기로 풀어주시는 보광 대선사는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나’를 바로 보게 해준다. 마음이 병드는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내 바깥에 있는가? 과연 ‘나’는 누구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광 대선사는 신기루 같은 허상을 좇다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로 지금 여기’서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가끔은 따끔하게 죽비를 드시고, 또 가끔은 등을 쓰담쓰담 어루만져준다.

책 속에서 보광 대선사는 “사슴 한 마리가 마실 물을 찾아서 이 언덕 저 언덕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들판 저 먼 곳에 큰 물웅덩이가 보였습니다. 사슴은 기쁜 마음에 한숨에 들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들판에는 물 한 모금도 없었고 다시 저 언덕 너머로 물웅덩이가 보이는 것입니다. 사슴은 지친 몸을 끌고 또 달려갔지만 그곳에도 물은 없었습니다. 과연 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대지의 열기로 뜨거워진 공기에 햇빛이 반사된 신기루였던 것이지요. 우리 삶도 목마른 사슴과 그리 다를 것이 없습니다.”고 당부한다.

사막의 사슴 같은 신세의 사람들은 하늘서 뚝 떨어질 진리를 찾지만, 보광 대선사는 말한다.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한 사람만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누군가의 말과 법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수행하지 않고서는 진리에도 행복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대선사의 말씀은 일반 지혜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다른 깊이와 무게가 있다. 그것이 산중서 오랜 수행 끝에 ‘산방한담’ 이야기로 사람들을 깨치는 대선사만의 비법인 것은 아닐까?

‘정해진 진리란 없다는 것만이 진정한 진리’라 강조한 이 책은, 그러나 불교의 신(信)-해(解)-행(行)-증(證)의 정해진 수행 과정을 따라 총 4부로 구성했다. 이해와 믿음으로부터 수행과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불교 수행 과정은 선교겸수, 선경율 삼장, 유불선을 통달한 보광 대선사야말로 진정 안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마음수행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대선사의 말씀이 있기에 마음 수행의 네 계단을 디디고 올라서는 여정이 외롭고 어렵지만 않다. 대선사 말씀과 더불어 속세의 복에 만족치 말고 더 높은 이상의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마음공부의 첫걸음을 바로 지금 시작해보자.


책속의 밑줄 긋기

▲“세상살이가 힘겹고 고통스러우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 탓을 합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내가 이렇게 괴롭다고 원망을 합니다. 그런 원망을 해봤자 나만 손해입니다. 괴로움의 원인도, 또 괴로움의 결과도 결국 자신의 견해와 집착 때문에 생깁니다.”

▲“세상만사가 복잡다단하고 번뇌망상이 온 천지를 뒤덮으며 짓누르더라도 결국은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나의 ‘생각 하나’를 벗어나서는 번뇌도 해탈도 무명도 보리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생각’ 즉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손자 하나를 데리고 사는 할머니가 너무도 가난해서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을 때 운 좋게도 떡 한 덩어리가 생겼습니다. 할머니는 떡을 손자에게 먹이고 손자가 배불러 하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숨을 거둘 것입니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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