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박재완 사진작가
겨울숲은 고요하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지만 숲은 소란스럽지 않다. 흔들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의 끄트머리, 더 이상 비울 것이 없어 보이는 숲은 오늘도 햇살 한 줌으로 제 몸을 또 비운다. 그토록 많은 겨울이 지나갔건만, 너와 나는 털 끝 하나 줄었던 적이 없으니…. 우리의 숲은 언제쯤 저 겨울숲을 닮을 수 있을까. 언제쯤 흔들릴 것이 없는 고요한 시절과 닿을 수 있을까. 코앞에 봄은 또 와있고 차가운 숲 너머에는 안타까운 부처의 그림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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