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호류지(法隆寺)

호류지 금당의 석가삼존불상. 신성한 공간에서 훌륭한 불상을 예경하면 마음도 맑아진다.
호류지는 일본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사찰이다. 사찰에 관심이 별로 없더라도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 본적이 있는 절이다. 부지 면적이 187,000㎡, 국보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건물 및 보물이 약 190건, 점수로는 2,300여 점에 달하는 규모가 엄청난 큰 사찰이고,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를 대표하는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聖德太子 사찰로 대중에 알려져
국보 보물 190건, 2300점 달해
금당·서원 등 고건축 美에 매료
구다라관음, 석가삼존상도 눈길

호류지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면 규모가 큰 것 외에 눈에 띄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중탑(五重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인 금당(金堂) 등, 고대인이 지은 역사가 있는 이런 사찰을 찾아갈 수 있는 것 자체가 현대인의 행복이라고 나는 느낀다.

쇼토쿠타이시(聖德太子)의 사찰로 널리 알려진 호류지는 원래 쇼토쿠타이시 아버지 요메(用明)천왕이 자신의 병이 고쳐질 것을 기도하고 발원하여 사찰과 불상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요메천왕이 세상을 떠났다. 훗날 스이코(推古) 천왕과 쇼토쿠타이시가 요메천왕의 유지를 이어받아 607년 사찰을 조영했다. 이것이 호류지 역사의 시작이다.

JR호류지 역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호류지 남대문(南大門)에 도착한다. 역에서 국도를 따라 걸을 땐 주택과 가게 그리고 많은 차량이 보이는 흔한 풍경이지만 남대문까지 오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고대(古代)로 타임슬립한 느낌이 든다.

현재 호류지 가람은 오중탑(五重塔), 금당(金堂)이 중심인 서원(西院)과 유메도노(夢殿)가 중심인 동원(東院)으로 나뉘어있는데, 남대문에서 들어가면 서원의 중문(中門)이 있다. 중문 자체도 아름답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오중탑과 금당이 나란히 있는 위엄과 아름다운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중문이 수리 중이어서 흰색 천막이 덮여 있어 이런 모습을 못 본다. 수리가 끝날 때를 기대할 뿐이다.

그럼 호류지 매력을 알기 위해 서원에 들어가자. 서원에 들어가면 오중탑, 금당이 나란히 있고 뒤에 대강당(大講堂)이 있다. 이 가람 배치는 호류지식 가람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있는 건물이 회랑(廻廊)을 포함에서 모두 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어 가람 자체가 보물이다. 고풍스럽고 위엄 있는 경내의 풍경은 화려한 색깔도 아니지만 밝고 따뜻한 인상이 있다. 이는 가람을 둘러싼 회랑 창살 때문이다. 창살에서 가람 밖의 나무도 보이고 햇빛이 들어와 기분이 밝아진다. 회랑 기둥은 기둥 중간이 약간 불룩한 엔타시스 양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탑인 오중탑은 지상에서 상륜(相輪)까지 높이 약 34m, 지붕이 위에 올라갈수록 작아지고 최상 지붕 면적이 가장 아래 있는 지붕의 4분의 1로, 안정감이 있다. 안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밖에서 아래층 흙으로 만들어진 소상(塑像)을 볼 수 있다.

금당은 아스카시대 건축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다. 균형이 잡힌 아름다운 모습은 세계 고대 건축물 중에서도 뛰어나다. 금당의 운두(雲斗)나 고란(高欄), 인(人)자형 할속(割束)이 고대 중국 건축물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류지 금당 북쪽에서 보는 금당과 오중탑. 회랑을 포함해서 모두 국보로 지정됐다.
숭고한 금당 내부는 쇼토쿠타이시의 병이 치유되는 것을 기도하여 제작된 금동석가삼존상(金銅釋迦三尊像)을 비롯하여 금동약사여래좌상(金銅藥師如來坐像), 금동아미타여래좌상(金銅阿彌陀如來坐像), 목조사천왕상(木造四天王像), 목조길상천입상(木造吉祥天立像), 목조비사문천입상(木造毘沙門天立像)이 안치되어 있다. 이 신성한 공간에서 훌륭한 불상을 배례하면 마음도 맑아진다.

나는 석가삼존상을 중학생 때 알게 됐다. 역사 교과서에 호류지 석가삼존상, 구다라관음상(百濟觀音像), 다마무시노즈시(玉蟲廚子)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는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그냥 외운 것이었지만 호류지 보물에 대해 왜 중학생 때 배울 필요가 있는지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불상을 둘러싸고 있는 벽화는 1949년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 복원한 것이지만 정말 아름답고 중국 석굴 안에 있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 비천도(飛天圖)는 화재 때 다른 곳에 있어 지금 대보장원(大寶藏院)에서 실견할 수 있다.

금당을 나가 대강당에 가면 헤이안(平安)시대에 제작된 목조약사삼존상(木造來師三尊像), 목조사천왕상(木造四天王像)이 안치되어 있다. 여기는 불교의 한문 연구, 법회가 거행되는 곳이다.

그럼 일단 서원(西院)을 둘러본 다음은 동쪽에 있는 대보장원으로 간다. 대보장원에 들어가면 호류지 보물이 얼마나 많고 얼마나 뛰어난지 알게 되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호류지 입장료는 1500엔으로 일반 사찰보다 훨씬 비싸지만 대보장원에 오면 납득이 간다.

여기서 우리가 먼저 만나는 불상이 유명한 국보 유메치가이(夢違)관음이다. 악몽(惡夢)을 길몽(吉夢)으로 바꾸는 효험이 있다고 전하는 이 관음보살상의 모습이 따뜻하고 자애심(慈愛心)이 가득하여 잠시 머물고 싶다고 느낀다.

스이코(推古)천왕 소유의 불전이라고 전하는 다마무시노즈시(玉蟲廚子)는 아스카시대 건축·공예·회화·조각 등 여러 기술을 구사한 종합 예술품이다. 나는 어렸을 때 다마무시노즈시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했었다. 최근에 내가 대보장원에서 검은색이 된 다마무시노즈시를 보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더니 자원봉사 해설원이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다가와서 지금도 빛나는 부분이 있다며 작은 라이트를 사용하여 나에게 보여주었다. 정말 빛나고 있어 놀랐다.

대보장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보장원 중심인 1998년 낙성한 구다라(百濟)관음당이고 여기에 안치되어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보 구다라관음상이다. 높이 2미터 이상, 팔등신의 날씬한 몸매인 구다라관음상은 정말 우아하고 신비롭다. 젊은이들이 부러워하는 작은 얼굴과 팔등신 스타일인 불상은 일본 불상 중에서도 드물다. 천이 얕게 조각되어 있어 천의 자락이 불상의 인상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 불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다. 구다라관음상이라는 명칭은 메이지(明治)시대 이후의 명칭이며 그 때까지는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로 여겨졌다. 그러나 보관(寶冠)이 발견되어 화불(化佛)이 있어 관음임을 알게 되었다.

아스카시대 불상인 구다라관음상은 누가 제작했는지 원래 어디에 안치되어 있었는지 등 조성 시의 문헌기록이 없다. 처음으로 기록에 등장하는 것이 에도(江戶)시대부터이다. 백제에서 전래한 불상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일본산 녹나무를 사용하고 있어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관음상 앞에서 세계 평화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과 마음이 관음상처럼 되는 것을 기도했다.

대보장원에서 귀중한 보물을 만끽한 다음에는 동원(東院)에 간다. 동원은 739년에 쇼토쿠타이시를 추모해 교신(行信) 스님이 건립한 곳이다. 동원의 핵심이 팔각형 건물인 국보 유메도노(夢殿)이며 여기에 비불(秘佛) 국보 구세관음상(救世觀音像)이 안치되어 있다.

쇼토쿠타이시 등신대 크기로 만들었다는 이 관음상은 오랫동안 비불이었는데 1884년에 문화재를 조사했던 미국인 학자 페놀로사와 일본 사상가이면서 미술사가인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에 의하여 감실이 열리고 관음상을 덮고 있었던 흰색 천이 풀리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양손으로 보주(寶珠)를 들고 있는 모습이 관음의 자비를 상징하고 있다. 이 보살상은 한반도 삼국시대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비불이어서 평소에는 볼 수 없지만 매년 4월 11일에서 5월 18일까지, 10월 22일에서 11월 22일까지 배례(拜禮)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 기간에 시간을 맞춰서 가보기를 권한다.
 

#호류지 주변 볼거리

호류지 답사는 일반 사찰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적어도 1시간 30분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2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낫다. 이카루가(斑鳩)라고 부르는 이 지역에서 걸으면서 주변 사찰도 답사하려면 한나절로는 부족하고, 하루 종일 여기서 지내는 게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식당은 호류지 남대문 앞에 몇 곳이 모여 있다. 나는 나라 명물인 차로 쑨 죽을 먹었는데 꽤 괜찮다.

호류지 동원에서 밖에 나가면 바로 비구니 사찰 주구지(中宮寺)다. 주구지에서 국보 보살반가사유상(菩薩半跏思惟像)이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방문객을 맞아준다. 

주구지를 나와 12분 정도 북쪽에 걸어가면 호린지(法輪寺)에 도착한다. 작은 사찰이지만 아스카시대, 헤이안시대 불상을 중심으로 여러 시기의 아름다운 불상을 볼 수 있다.

호류지 주변에 홋키지에 있는 삼층탑.
호린지에서 10분 정도 동쪽에 가면 국보 삼중탑으로 유명한 홋키지(法起寺)가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완전히 시골 풍경이다. 홋키지에서 호류지역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걸린다.

마지막으로 답사하기에 좋은 계절에 대한 정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에서도 봄, 가을에 답사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호류지는 수학여행을 비롯하여 단체관광객이 굉장히 많아 고즈넉한 공간에서 답사를 만끽하고 싶다면 단체관람인원이 많지 않은 겨울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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