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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密, 선을 척추 삼아 살을 입힌 것선밀, 선을 두루 살피다

   
소계 전산 지음 / 운주사 펴냄 / 2만원
“禪은 육신의 해방과 해탈이요
마음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
결국 禪은 생각 의식에 대한 탐구”

불립문자, 언어도단이 ‘선’의 경지일진대, 선을 문자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역할이 필요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달의 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현〉과 〈선밀〉, 이 두 책은 상호보완하면서 ‘달’의 진체를 보여주고, 달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향과 방법을 알려주기도 할 것이다.

‘선’은 오랫동안 동아시아 정신문명의 한 축을 담당했으며, 특히나 현대 사회에 그 가치가 더욱 유효하다고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여러 측면서 도전에 직면했다. 명료하게 자신의 본체를 드러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언어문자로써 선을 그려내는 순간 본질과 천리만리 어긋난다고 말한다. 이렇게 선은 하나의 사상체계이지만, 본질적으로 종교적 수행체계이기 때문에 일반 철학 등과 같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특성상,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선을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대인의 언어, 현대인의 사고방식, 현대인의 지식으로 접근하고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은 해방이요 해탈이다. 무엇의 해방이요 해탈인가? 몸과 현상과 현실과 조건에 묶인 마음의 해방이요 해탈이다. 그래서 오직 마음을 문제 삼는다. 마음은 자기에게 묶이고 집단에 묶인다. 따라서 자기로부터의 해탈, 집단으로부터의 해방이 요점이다. 선의 지난한 역사는 이러함의 끝없는 과정이다. 마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결국 생각, 의식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선현〉과 〈선밀〉은 이렇게 선에 대한 저자의 천착이자 탐구 여정의 기록이다. 〈선현(禪現)〉은 선의 요지만을 군더더기 없이 일관되게 드러내어 밝힌 것이고, 〈선밀(禪密)〉은 선을 척추로 삼아 살을 입힌 것이다. 즉 〈선현〉은 본지풍광의 자리를 간결히 설명한 반면, 〈선밀〉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즉 정치, 경제, 역사, 문화, 과학 등의 지식을 동원해 설명한다. 따라서 〈선밀〉에는 선의 골수가 육체 속의 척추같이 들어 있어 많이 숨겨지고 가려졌다. 그러나 〈선밀〉을 정독하면 선의 골수를 더 단단히 잡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사실 〈선현〉의 내용은 대부분 〈선밀〉서 다시 언급된다. 이 두 책이 뼈와 살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현〉을 통해 선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으면 굳이 〈선밀〉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뼈대와 살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육체를 이룰 수 있듯이, 〈선밀〉을 통해 〈선현〉을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고, 〈선현〉을 통해 〈선밀〉을 보다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저자의 말처럼 “두 책은 비록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가다 보면 쇠가 불과 물에서 연단되듯이 자신의 정신이 연단됨을 느낄 수 있고, 마침내는 지혜의 명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좌선의 고요 속에서 자신의 내면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는 것이 시작이라고 말한다. 감각의 고도화와 마음의 집중을 통해 그동안의 잘못된 견해를 뒤집고 획기적인 인식에 도달해서 존재의 진실상을 바라보라고 한다. 이렇게 수행을 통해 실제롭게 정신을 다스리는 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이요 대진화이며 비의(秘意)중의 비의라고 한다. 이처럼 수행은 정신과 육체에 대한 탐구이며 몸과 마음에 대한 실천적 궁구이다. 어리석은 자는 세계를 바꾸려고 하고, 지혜로운 이는 자신을 바꾸고자 한다. 세상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는 것이 수행이며, 거두절미하고 본질로 직진하는 것이 직지(直指)다. 그리고 그 궁극에는 깨달음이 있다. 전도몽상에서 벗어나 우리 존재의 본질을 깨달을 때, 의식은 비로소 대자유와 지고한 행복에 도달하게 됨을 밝힌다.
 

김주일 기자  kimji42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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