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존중은 거친 감정 다스려
‘자타일시성불도’ 근거가 돼
어려움 이기는 만능 만트라는
자기비난 아닌 존중감 키워

부화 직전의 병아리가 껍질을 안에서 쪼면 어미 닭은 바깥에서 알을 쪼아서 껍질이 잘 깨지도록 돕습니다. 이를 ‘줄탁동시(啄同時)’라고 하는데, 어떤 일이 이루어지도록 안과 밖에서 동시에 협력하는 모습을 비유한 표현입니다. 청소년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조언과 가르침을 주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그 가르침을 공손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겸허한 마음도 줄탁동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육체적으로 볼 때 성인에 가깝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소년에 가깝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도기로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미성숙한 단계라는 의미입니다. ‘청소년’의 라틴어 어원도 ‘성인의 모습으로 성숙하여진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청소년은 성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는 존재를 말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자신의 내면에 눈을 뜨면서 부모나 선생님 등 누군가와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대등한 위치에 서려고 합니다. ‘나도 이제 컸어!’라며 부모나 선생님의 조언과 가르침을 참견이라 여기며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내심은 부모의 얘기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거부를 하는 거죠.

법화경》에는 ‘화택삼거유(火宅三車喩)’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부호가 집에 돌아왔는데 불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부모나 선생님의 조언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처럼 말이죠. 먼저 설화를 읽어보시죠.

불타는 집 탈출기
부처님은 지혜제일이신 사리불에게 성불을 약속하시는 수기를 주시며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를 위해 여러 가지 비유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중 하나가 불타는 집 이야기입니다.
옛날 한 마을에 큰 부자와 여러 명의 자식들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이 나서 사방은 온통 불바다가 되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태울 기세였죠. 부자인 주인은 불붙은 집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아이들은 노는데 정신이 팔려 집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장난치며 놀기에 정신이 팔려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은 채 불길이 몸에 닿아 고통이 일어도 마냥 불타는 집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뛰놀며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얘들아 집에 불이 났으니 빨리 나오너라.”

부자 아버지가 소리쳐도 장난만 좋아하는 아이들은 불이 무엇인지, 불에 타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아버지를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집의 문은 하나뿐이고 너무 좁아서 아이들을 엎고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만일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도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좋아하니 그것으로 타일러서 불타는 집 밖으로 나오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평소 좋아하고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이 여기 있단다. 지금 나와서 가지지 않으면 후회할거야. 양이 맨 수레, 사슴이 맨 수레, 소가 맨 수레들이 지금 대문밖에 있으니 어서 나와서 타고 놀렴. 달라는 대로 다 줄 테니 어서어서 불타는 집에서 나오렴.”

아이들은 아버지가 말한 장난감이 갖고 싶어서 서로 밀치며 불타는 집에서 뛰어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무사히 나와 길거리에 앉아 있음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아버지 먼저 주시겠다는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의 장난감을 어서 주세요.”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약속한 수레보다 더 훌륭한 칠보로 만든 큰 수레를 골고루 나누어 주었답니다. 모두 사랑하는 아이들임으로 차별 없이 평등하게 나누어 주었죠. 모든 아이들은 각각 큰 수레를 타고 즐거워했습니다.

- 《법화경》 방편품 중에서

삼귀의가 주는 선물, 겸손과 신뢰
부호가 양거(羊車)·녹거(鹿車)·우거(牛車)를 주며 불난 집에서 아이들을 구해낸다는 내용의 이 설화에서 부호는 부처님을 상징하고, 불타는 집은 탐욕과 미혹이 들끓는 세계를 의미합니다. 또 아이들은 우리와 같은 중생을, 세 수레는 삼승(三乘, 성문·연각·보살)을, 칠보로 장식된 수레는 모든 중생의 성불을 의미하는 일승(一乘)을 상징합니다.

경전의 비유는 이런 교훈이 깃들어 있지만, 이 설화를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접목해서 조금 달리 해석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불타는 집에서 살던 아이들은 청소년 여러분들입니다. 아이들을 구하려는 부호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되겠군요. 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의 “불이 났으니, 어서 나와라”는 말에 ‘어른들은 우리 세대를 이해하지 못해’라고 생각하며, 그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고 맙니다.

청소년기는 여러분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겸손(공손)과 존중’입니다. 겸손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 거친 감정을 다스릴 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삼귀의(三歸依)를 곱씹어보길 권합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귀의불).’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귀의법).’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귀의승).’

예불이나 의식을 할 때 행하는 ‘삼귀의’는 겸손과 신뢰(존중)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가르침입니다. 누군가를 향한 존중과 신뢰의 힘은 스스로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성장합니다. 신뢰는 나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해 ‘자타일시성불도’를 이루는 동력장치와 같습니다. 삼귀의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면 다음에는 삼귀의의 대상을 부모님이나 선생님, 평소 존경하는 위인전의 주인공으로 확대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힘이 되는 만능문장 만들기
스스로를 신뢰하고 겸손하게 행동해도 하던 일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자기를 비판하거나 낙담하며 좌절하기 보다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문제나 갈등이 생기면 신뢰할만한 주변의 어른에게 조언을 얻거나 친구들과 상의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그럴만한 도움의 대상이 떠오르지 않을 경우는 먼저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에게서 답을 구해 봐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 달라이라마, 이순신 장군 등 존경하는 성인이나 역사적인 인물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상상을 합니다. 부처님은 지혜와 자비, 달라이라마는 친절과 미소, 이순신 장군은 용기 등 각 인물에게서 각각의 긍정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후에는 스스로에게 답을 구해봅니다. 실패나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사람의 비난 못지않게 스스로에게 던지는 날선 비판은 자신을 향한 학대와 같습니다. 비난보다는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며 어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만능문장을 떠올려 봅시다. 예를 들어 “힘들면 하늘을 봐!”, “잘했어.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난 믿을만한 사람이야” 등 자신에게 힘이 될 만한 만능문장(眞言)을 만들어 되뇌어 봅니다. 겸손과 신뢰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바탕이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만능문장은 여러분의 성장을 돕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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