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불상의 손가락을 보수한 공덕

그림ㆍ강병호
마갈타 나라 아사세왕이 신하들로부터 이상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손가락에 광명이 나는 아기가 있다 하옵니다.”

왕은 그 아기의 손가락 광명을 보았으면 하고, 밤 시간에 아기를 데리고 오도록 했습니다.

과연 아기 손가락에서 광명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아기 손가락에서 나는 광명이 대궐 안을 환하게 밝힐 정도였습니다.

아기의 부모는 재산이 있는 장자였습니다. 아사세왕이 아가 손에 선물을 들려주며, 아기를 잘 키우도록 장자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기에게는 등지(燈指)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등불 손가락’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등지는 자라서 나쁜 친구를 사귀고, 낭비를 일삼았습니다. 타이르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도적에게 재산을 몽땅 잃었습니다. 손가락의 광명이 줄어지다가 아주 없어졌습니다. 가족이 흩어졌습니다. 등지는 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서야 등지는 뉘우쳤습니다.

“어쩌다가 이 꼴이 되었는고? 내 잘못이다. 부모님 유산을 잃고 나니, 친구까지 잃었다.”

거지가 된 등지는 누더기를 걸쳤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세상에서 남들이 제일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자.’

세상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일은 송장을 주무르는 일이었습니다. 적은 품삯을 받기로 하고, 죽은 사람의 시체를 업고 무덤까지 날랐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를 나무라고 뉘우쳤습니다.

“내 잘못이다. 등지라는 이름이 참으로 부끄럽구나. 죄갚음을 해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자.”

힘들고 어려운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업었던 송장이 등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떼려 해도 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더 큰 고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등지를 보고 피했습니다.

할 수 없이 등지는, 송장을 업은 채 천민이 사는 전타라 마을로 갔습니다.

“누가 내 등에 붙은 시체를 떼어주시오. 곱으로 일을 해주겠소.”

전타라 몇이 달려들어 힘을 모았으나 시체는 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본 다른 전타라 천민들이 등지를 내쫓았습니다.

“시체를 업고 와서 마을을 더럽히다니 빨리 나가거라!”

천민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성문밖으로 끌어내었습니다. 등지는 피를 흘리며 쫓겨났습니다.

“아이고 내가 왜 이 꼴인가? 손가락으로 세상을 밝히던 등지가 왜 이 꼴인가?”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있으니, 성문을 지키던 문지기가 부축을 해서 거지의 굴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아니? 저 사람이 시체를 업고 오네.”

거지 굴에 모여, 밥 얻으러 갈 궁리를 하던 거지들이 놀라서 모두 달아났습니다. 거지들조차 등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거지들에게도 배척을 당하자 이제 등지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다시 통곡을 하고 있는 그 때였습니다. 탁, 소리를 내며 짊어졌던 송장이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살았군!”

하고 자세히 보니 송장이 순금이었습니다. 송장의 손가락 하나를 뜯어내니 다시 순금으로 돋아나는 것이었습니다. 발을 한 쪽 뜯어내니 다시 순금으로 돋아나는 것이었습니다. 등지는 황금을 뜯어내어 거지 굴에다 쌓았습니다.

등지에게는 새 옷이 생겼습니다. 좋은 집이 생겼습니다. 가족이 다시 모였습니다. 토지와 가축이 생겼습니다.

“등지 장자님!”

하고 마을 사람들이 등지를 받들어 장자로 모셨습니다. 지위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와서 모두 반가운 인사를 했습니다. 어제까지 본체만체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황금과 돈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왕이 잃었던 나라를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소경이 잃었던 눈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선정에 든 도인이 도를 깨쳤을 때는 그 기쁨이 여기에 비할 수는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등지가 거지에서 다시 황금을 쌓은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아사세왕이, 신하를 보내어 황금을 얻어갔습니다. 그런데 대궐에 닿자, 그것은 송장의 팔 한쪽이었습니다.

그 소문을 듣고 등지가 직접 금을 들고 가서 왕에게 올렸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황금이었습니다. 송장에 놀랐던 왕이 매우 기뻐하며 등지를 칭찬했습니다.

이처럼 등지의 일생은 등지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그는 깊이 깨달았습니다.

“나는 지위를 잃고, 송장을 업고 다니는 최하급 천한 일을 하다가 지위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이 황금은 극히 가볍고 독사나 독벌레 같아서 오래가지 못한다. 진정한 보배는 부처님 말씀이다!”

 등지는 재물을 나누어 남에게 주고, 비구 스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수도하여 곧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 제자들이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등지 비구가 지은 인연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등지 비구는 전생에, 세상을 밝히는 많은 공덕을 지었다. 불상의 손가락 하나가 부러진 것을 보고, 지극 정성으로 보수하고 금박으로 도금하였느니라.”

〈등지인연경(燈指因緣經〉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