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박재완 사진작가

겨울산길을 걷는다. 한 시간째 세상엔 아무도 없다. 그렇게 길은 깊어갔다. 깊어진 길에서 하얗게 마른 꽃들을 만났다. 꽃이었던 꽃들. ‘생(生)’과 ‘사(死)’ 사이에 저렇게 많은 글자가 있었다니. 어쩌다 나는 이 깊은 곳을 찾아와, 이 하얀 꽃들 앞에 서있는 건지. 어쩌다 이 설명할 수 없는 꽃들 앞에서 새로운 글자를 보는 건지. 이 알 수 없는 시간은 어떻게 내 앞에 와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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