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숫타니파타, 화엄경 등으로 구성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정유년 새해는 밝았지만 아직도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서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온통 밖으로만 치닫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으뜸은 진리의 말씀이 담긴 책 읽기가 안성마춤이다. 마침 연말연시에 불교전문출판사인 민족사서 눈에 띄는 신간이 출간됐다. 선물용 경전 세트가 바로 그 주인공. 그동안 민족사서 펴낸 경전 시리즈 중 가장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법구경>과 <숫타니파타>, <화엄경>을 멋스러운 본문 디자인과 품격 있는 한지 느낌의 표지를 양장 제본, 선물용으로 펴냈다. 이 세 권을 한 세트로 구성해 세트 판매도 한다.

이번에 민족사서 펴낸 선물용 경전 세트는 불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법구경, 숫타니파타, 화엄경 등으로 구성돼 있다. 늘 손에 지니면서 읽을 수 있도록 작은 판형인데도 글씨는 최대한 크면서도 디자인이 세련돼 불교 경전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어 준다. 실용성도 있는데다 고급한 양장본으로 소장가치도 있어 선물을 주거나 받는 사람 모두 기쁨과 감동을 줄 만하다. 부처님의 생생한 음성이 담긴 법구경과 숫타니파타는 석지현 스님이, 대승 경전의 정수로 손꼽히는 화엄경은 화엄학의 대가인 김지견 박사님이 우리말로 알기 쉽고 읽기 쉽게 번역하였다.

나 자신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법구경, 숫타니파타, 화엄경. 이 세 경전을 통해 우리 자신의 운명을 관조해 보고, 답답하고 복잡하게 얽힌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내 보자. 이것이 나와 세계의 운명을 바꾸는 수행법이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부처님 말씀이 담긴 경전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선물이고, 나 자신을 비롯해 사랑하는 이들에게 경전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덕을 짓는 일이다. 수많은 경전에서 법보시가 최고의 공덕이라고 찬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뜻 깊은 날, 특별한 날, 선물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할까 고민될 때 추천하기 좋은 책, 민족사에서 펴낸 선물용 경전세트,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구경>
석지현 옮김|민족사 펴냄|9,500원

깨달음을 향한 간절한 마음
〈법구경〉은 깨달음을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라는 부처님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구집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 사회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스스로 던져준다. 팔리어로 된 〈법구경〉의 원래 이름은 〈담마파다〉이다. ‘담마’는 진리, 불멸을 뜻하며, ‘파다’는 언어, 말, 길을 뜻한다. 그러므로 ‘담마파다’는 ‘진리의 언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전 26장 423편의 시구로 되어 있는 법구경은 초기경전(원시경전)의 묶음인 5니까야 가운데 제 5 소부경전(小部經典)의 제 2번째에 해당한다.

법구경은 인도서 성립됐지만 이미 인도를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 종교와 아무런 관계없이도 법구경은 인도인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더 나아가 동양과 서양의 여러 나라로 퍼져 가면서 가는 곳마다 그들의 정서와 융화되어 가슴의 언어가 되었고 영혼의 노래가 되었다. 법구경은 언어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히 살아 있는 언어다.


<숫타니파타>
석지현 옮김|민족사 펴냄|9,500원

불멸의 언어, 숫타니파타
〈숫타니파타〉는 〈담마파다〉와 쌍벽을 이루는 부처님의 시 모음집이다. 그리고 연대적으로 본다면 〈담마파다〉보다 〈숫타니파타〉쪽이 훨씬 앞선다. 〈숫타니파타〉의 편찬연대는 대략 A.D. 3세기경으로 추정한다. 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인 〈숫타니파타〉는 부처님 가르침이 하나의 경전으로 체계화되기 그 이전의 거의 원형에 가까운 부처님의 육성이 담겨져 있다. 역자는 난해한 불교 전문용어나 철학적인 딱딱한 개념이 전혀 없는 대신 순박한 글귀들이 반복되는 〈숫타니파타〉를 통해 독자들은 맑고 청정한 새벽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숫타(sutta)’는 ‘말의 묶음(經)’을, 그리고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이란 뜻으로서 이 두 단어가 합해져 ‘말의 모음집(經集)’이 된 것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든 후 그의 제자들은 그의 말을 좀 더 외우기 쉽게 운문시(韻文詩)의 형식을 간추렸다. 이런 식으로 초기의 불교경전은 문자의 기록이 없이 구전(口傳)에 의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갔다. 그러므로 구전 속에는 부처님의 음성 속에 담겨져 있던 영적(靈的)인 파장도 그대로 전해져 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 구전에 의한 운문시 형식의 전승이 A.D. 3세기경 〈숫타니파타〉라는 이름으로 한 군데로 모아지게 되었다. 〈숫타니파타〉의 시구들 가운데 비슷한 구절이 많고 반복 글귀가 잦은 것은 구전되어 오던 것이 그대로 문자화 됐기 때문이다.

저자인 석지현 스님은 최초로 우리나라에 인도 명상법을 소개한 장본인이다. 그 책이 바로 오쇼 라즈니쉬가 강의한 〈명상비법(Vigyana Bhairava Tantra)〉이다. 이 책은 명상에 관한 고전적인 책으로,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시크교, 이슬람 신비주의(수피) 명상도 모두 이 책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명상에 관한 책이 봇물처럼 나오게 되었다. 말하자면 석지현 저자는 라즈니쉬와 명상법을 동시에 알렸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저자는 직접 인도로 가서 명상수행과 요가수행을 하게 된다. 약 3년간 인도에 머물면서 인도의 구석구석을 방랑했다. 뿐만 아니라 네팔의 광활한 히말라야를 방랑했고, 부탄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예루살렘의 불타는 사막을 방랑했다. 구루의 본고장을 순례하는 구도의 방랑이었다. 그는 10여 년간 수많은 명상 수행가와 ‘구루(guru)’ ‘사두(sadhu)’ 수피(이슬람교의 신비주의자)들을 만났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의 스승 가운데 한 분인 트리창 린포체, 티베트불교의 스승 트롱파, 명상구루 크리슈나 무르티, 라즈니쉬, 힌두의 거장 묵다난다, 세계적인 요가의 1인자 아헨가, 힌두의 거장 쉬리이사가 다타마하라지 등등…. 현재 저자는 〈벽암록〉(전 5권)을 완역·간행한 이후 묵조선의 창시자 굉지 정각의 〈종용록〉을 번역하는 등 선(禪)에 몰두하고 있다.
 


<화엄경>
김지견 옮김|민족사 펴냄|1만 2천원
 
구도와 보살의 길, 화엄경
<화엄경>의 원제는 <대방광불화엄경>이다. 여기서의 대(大)란 소(小)에 대비되는 의미가 아니라 불법의 궁극까지 철견된 무한절대의 이법을 의미한다. 그리고 방광이란 한정된 공간의 넓이나 방향이 아니라 연화장법계의 상즉상입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깨달음의 법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화엄경은 시간과 공간의 한정이 완전히 초극된 깨달음의 경지에서 어떠한 차별도 사라져 버린 무법상, 무영상의 법계를 전개한다.

화엄의 범어 명칭은 간다뷔하이다. 간다는 잡화를, 비하는 엄식을 의미한다. 즉 이름 없는 꽃을 포함한 수많은 종류의 꽃으로 법계를 아름답게 장식한다는 것이다. 물론 꽃이란 중생인 우리 모두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작은 진실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이름 없는 한 송이 꽃에서도 무한한 우주의 생명이 약동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바로 화엄경의 메시지이다.

이와 같이 장엄하고 화려한 구성을 바탕으로 불도의 근본이념과 수행체계를 웅대하게 전개하는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즉 화엄경은 부처님께서 이루신 정각(正覺)을 근본 주제로 하여 ‘불도의 실천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일체 중생은 어떻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므로 화엄경에서는 불도를 이루기 위해 수행하는 보살의 갖가지 수행을 설하고 있으며 마음과 우주의 연기적(緣起的) 구조, 보현보살의 광대한 행원(行願), 선재동자(善財童子)의 53선지식 편력과 같은 대승불교의 근본 주제가 웅대한 체계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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