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참불선원 5일 집중명상수행 현장

▲ 1월 13일 참불선원 5일 집중수행 회향일에 선원장 각산 스님과 수행자들이 좌선하며 화두를 참구하고 있다.
접근성 높아 현대인에게 인기
초기불교 수행·간화선 접목
2월부터 매달 첫 주 월~금 운영 

[현대불교=윤호섭 기자] 늘 하던 대로 조용히 앉아 사랑하는 에고(ego)의 버튼을 하나씩 끈다. 오직 모를 뿐, 한 생각 내리고 또 한 생각 내린다. 온몸이 묵직해지며 빠져 들어간다. 몰라라 내린 생각만큼 은하계가 펼쳐지듯 수천수만의 반짝이는 별이 뜬다. 밀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는 저 별을 보고 있는 나의 아는 놈, 이뭣고? -선덕화-

어느 재가불자의 간화선 수행일지 내용 일부다. 현상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아는 놈,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 불자는 참불선원이 실시하는 5일 집중수행에 참여해 일상에서 이뭣고화두참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심 속 간화선 수행이 현대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간화선을 배우기 위해 멀리 떨어진 산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 대도시에 거주하는 불자들에게 인기다. 특히 서울 참불선원(선원장 각산)‘5일 집중명상수행은 강남지역 불자들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

113일 집중수행 회향을 맞아 찾아간 참불선원은 고요했다. 법당에는 4줄로 나란히 앉은 수행자들이 좌선하며 각자의 화두를 타파하고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오전 수행 종료를 알리는 죽비소리가 울려 퍼지고, 감고 있던 두 눈을 뜬 50여 수행자들의 얼굴은 환희심으로 빛났다.

선원장 각산 스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스님은 한껏 수행에 몰입한 불자들에게 화두에 대한 이해를 돕는 법문을 했다.

팔만대장경을 아무리 달달 외운다고 해도 내 마음을 모르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 마음을 바로 보는 수행을 합니다. 선사들의 화두를 이해하려면 언어에 매달려선 안 됩니다. 화두를 던진 스승의 마음, 그 의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본말전도 된 채 돌멩이만 쫓는 격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이뭣고화두는 보고 듣고 말하는 행위가 아닌 그 주체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핵심입니다. 마음 떠나 깨칠 수 없고, 이는 부처도 경전도 해줄 수 없는 일입니다.”

오후에는 개인별 수행인터뷰와 걷기명상, 좌선이 진행됐다. 각산 스님은 수행자들과 11로 대화하며 느낀 점을 물었다. 한 불자는 처음에는 다리가 아파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적응해가면서 내 기준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던 관점이 허물어져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그러자 스님은 그런 마음이 잠을 잘 때도 이어져야 진짜배기라 할 수 있다지금의 집중수행은 본격적인 일상수행을 위한 기초를 닦는 단계다. 앞으로도 화두를 놓지 않고 정진하라고 수행을 독려했다.

참불선원에 따르면 5일 집중수행은 위빠사나 명상법과는 다른 부처님 당시 전통가르침인 호흡명상(아나빠나사띠)을 현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사마타-위빠사나 통찰 집중명상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초를 다지고 이뭣고화두로 이끌어 직접 명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집중수행은 참가자들의 호응이 확산됨에 따라 안거 기간에만 실시하던 것을 올해부터 확대 운영한다.

이미 2월 집중수행은 모집공고 3일 만에 마감된 상태다. 참가자들도 재가불자를 비롯해 이웃종교인, 전문직종사자 등 다양한 편이다. 집중수행은 명상입문반을 거쳐야 신청 가능한데, 현재까지 약 1500명이 명상입문반서 기초를 쌓았다.

참불선원 집중수행은 매월 첫째 주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행에만 몰두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자율정진 좌선 수행지도 법문 점심공양 양재천 걷기명상 즉문즉설 및 수행인터뷰 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특히 한국명상지도자협회 국가등록 민간 명상지도자 자격 이수시간으로도 인정된다. 1577-3696

다음은 수행자 인터뷰

금정(69, 모 기업 부회장)

동국대에서 선원장 스님의 강의를 듣고 이곳 명상입문반을 다녔습니다. 개인적으로 불교수행에 뜸했는데 나이가 들고, 은퇴를 고민하게 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해봤죠. 10~20년 뒤면 죽음이 눈앞에 다가올 테고요. 그리곤 지금부터라도 꾸준한 수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한 차례 집중수행에 참여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좋았습니다. 한 자세를 계속 하다 보니 안 아픈 곳이 없었죠. 그런데 어느 때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게 되더군요. 나도 모르게 깊고 가는 호흡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럴 땐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수행의 맛을 보면서 점점 빠져든 것 같습니다.

시중(63, 전직 교사)

40여 년 전 불교를 접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심취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재작년 퇴직하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죠. 재가선방에서 간화선 수행을 1년간 해봤는데 행복이나 즐거움을 찾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끌어주는 게 아니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순서인데 그걸 모른 채 화두만 쫓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집중수행을 하면서부터는 어느 길로 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죠. 과거에 뭔가 이루겠다는 욕심으로 인해 힘들었다면 지금은 그런 욕심 없이 정진하게 돼 즐겁습니다. 집중수행 이후에도 계속 이 정신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조금 생긴 듯합니다.

무불심(56, 컴퓨터공학 교수)

예전부터 불교를 믿긴 했지만 경전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깨달음의 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죠. 2011년부터 참선을 비롯해 여러 수행을 해봤습니다. 특히 한국불교 대표수행법인 간화선도 말이죠. 그런데 제 근기가 낮은 탓인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초기불교와 간화선 통합수행을 하면서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동영강 강의를 보고 명상입문반부터 차례차례 공부했습니다. 기초를 잘 다져서인지 이번 집중수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호흡을 바라보면서 이뭣고화두로 들어가는 방법이 저와 잘 맞았습니다.

보리심(67, 치과원장)

아잔브람 스님이 구룡사에서 강의하고 가신 적이 있는데 그걸 듣고 참불선원에 오게 됐습니다. 불교는 제 모태신앙이었고, 안거수행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직장 때문에 번거로움이 꽤 컸죠. 이곳에서 2번의 집중수행에 참가했는데 아침부터 수행하고 집에 돌아갈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수행이 끝나는 날 , 살았다는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제는 더 할 수 있겠다는 느낌입니다.

보리행(39, 회사원)

전 가톨릭신자였습니다. 어느 방송에서 아잔브람 스님 강의를 듣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중수행을 하면서 처음에는 생각이 널뛴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까지 괴롭고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성취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이것을 내려놓자 고요함이 깊어졌습니다. 그때 수행의 목적은 성취가 아니라 멈추고 내려놓기 위한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마음의 장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오래 전 하나님의 빛을 받는 것에 집중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니 지금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훨씬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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