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종단 미래종책을 연구하는 종령기구 ‘백년대계본부’를 설립했다. 기존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와 ‘불교사회연구소’를 통합하고, 각종 위원회를 포함시켜 한국불교 발전을 이끌 ‘싱크 탱크(Think Tank)’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은 그동안 미래전략보다는 주로 현안을 다루는 부서들로 운영돼 왔다. 종단 또는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TF팀을 구성해 대응했지만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불교 위기설에도 이를 헤쳐 나갈 지혜를 모으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번에 설립된 백년대계본부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누차 강조해온 ‘5°의 변화’에 가장 적합한 기구다. 그렇기에 그 어느 조직보다도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불자들은 현재 한국불교가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진정한 ‘백년대계’를 원한다. 백년대계본부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백년대계본부가 제34대 집행부의 임기 마지막 해에 구성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종교뿐만 아니라 일반사회서도 대부분의 정권이 임기 말미 레임덕에 빠지고, 개혁 의지가 급격하게 꺾이는 현상은 역사서도 확인 가능하다. 전철(前轍)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올 연말에 출범하는 차기집행부가 이어갈 미래전략을 마련하기엔 분명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서둘러선 안 될 일이다. 완벽한 기초공사에 심혈을 기울여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게 먼저다. 그로부터 탄생한 백년대계가 ‘탈종교화’라는 한국 종교지형을 되돌리는 혜안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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