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해 12월 19일, 2015년 종교인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종교인구 조사는 통계청이 1985년부터 매 10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조사이다. 이번의 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교지형이 형성되고 있음을 볼 수가 있었다. 무종교인이 전체 56.1%로 종교인구보다 13%나 많고, 개신교가 불교를 추월하여 1위의 종교가 됐다. 종교 인구는 2,155만 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05년의 52.9%에 비해 무려 9%, 약 300만 명이 감소한 것이다. 그 감소분은 불교의 종교인구 감소분과 대체로 일치한다.

종교별로 보면, 개신교가 가장 많은 967만 6천 명(19.7%)으로 10년 전에 비해 1.5%, 125만 명이 증가하였으며, 불교는 761만 9천 명(15.5%)으로 10년 전보다 7.3%, 296만 9천 명이 감소했다. 천주교는 389만 명(7.9%)으로 10년 전보다 2.9%, 112만 5천명이 감소하였다.

이번 조사의 결과가 다른 종교 조사에 비해 양적인 측면과 전통별 각론에서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종교인구의 전반적인 추세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최근의 여러 종교조사를 보면, 종교의 전통적인 역할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종교의 사회활동에 대한 기대 수준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가 현저히 나타난다. 또 개인주의적 성향의 증가로 종교집단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았고, 향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성 종교에 자신의 불안 해소와 미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일부에서는 기성 종교를 ‘반기독교’나 ‘비구 독재’로 비하하고, 심지어는 그 운영방식을 비꼬아 ‘영혼주식회사’라고 질타하고 있지 않는가. 이에 일부 종교인들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스스로 종교적 대안을 찾아 나섰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영성과 근본주의’였다. 전자는 제도종교를 해체하는 기능을 하였고 후자는 제도종교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개인적 피난처를 찾아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고 나선 개인에게는 탈근대의 영성이, 집단적 피난처를 찾고 있던 개인에게는 이성적 근대성에 저항하는 비합리적인 근대성을 가진 근본주의가 선택됐다. 이후 영성은 명상이나 수련을 강조하는 불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제도종교와 관련된 종교인구의 감소시키는 핵폭탄이 되었고, 근본주의 신앙은 개신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제도종교를 더욱 강화시켜 신앙집단을 통한 피난처가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2000년 초에 위기를 맞은 한국 종교의 내부 분열도 큰 영향을 주었다. 2000년대 초부터 종교 내부의 개혁을 놓고 종교의 구성원들이 분열되기 시작하였다. 이때 핵심성원들은 자기 조직을 지키고자 자기 신앙과 교리에 더 집착하는 근본주의를 강화하였고, 주변성원들은 종교 조직에서 떨어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명상과 수련과 같은 영성종교에 탐닉하게 되었다. 전자가 종교공동체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개신교의 대형교회 사례라면, 후자는 불교공동체에 자기 위치가 없는 재가신도들의 사례다.

개신교는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대형교회 중심으로 종교인구가 증가한 반면, 불교는 영성종교에 탐닉한 주변신도들이 제도종교를 이탈해 종교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그 결과 한국사회에 새로운 종교지형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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