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보배 코끼리 이라바나

▲ 그림 강병호
악행을 좋아하는 아수라의 무리는 복을 지으려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해칩니다. 복 지은 사람이 모여 사는 하늘과 하늘 사람을 원수로 여깁니다.

아수라의 우두머리 왕, 비마질다라가 나섰습니다. 비마질다라가 바다 물밑 아수라의 궁전에서 고개를 쳐들자, 여러 황금산이 진동하고, 수미산에 딸린 산과 골짜기와 수풀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비마질다라 뒤를 거인 아수라왕 라후와 여러 작은 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따랐습니다.

“하늘을 쳐부숴야 한다. 아수라의 힘을 모아서 하늘을 쳐부수자!”

비마질다라가 외쳤습니다. 아수라 연합군이 조직되었습니다. 나쁜 일을 좋아하는 악룡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악룡의 군사를 아수라의 군사에 합쳤습니다.

“악룡들아 너희들은 할 일이 따로 있다. 세상에 나가서 나쁜 구름을 일으켜, 나쁜 비를 쏟아라.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어 곡식이 여물지 못하게 하라! 염부제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곡식과 밥을 나누어 공덕을 짓는다. 공덕을 짓지 못하게 하라. 굶주리고 배고파서 전쟁을 못하게 하라!”

아수라의 총대장 비마질다라가 악룡의 왕에게 내린 명령이었습니다.

아수라의 수억 연합군이 큰 바다 위, 허공에 진을 쳤습니다. 갖가지 무기를 들었습니다. 아수라의 연합군에는 악룡의 군사도 있었습니다.

제석천왕을 모시고 수미산을 지키는 넷 천왕이 나섰습니다. 지국천왕, 증장천왕, 광목천왕, 다문천왕입니다. 제석천왕의 명령을 받은 4천왕이 먼저 나가서 아수라의 반대편 허공에 진을 쳤습니다.

바다 위 허공에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치고, 찌르고, 베고, 화살을 날리고, 불태우는 싸움입니다. 불길이 허공에서 바다에 떨어지고, 화살이 떨어지고, 수많은 아수라와 악룡의 주검이 허공을 굴러 바닷물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격렬한 싸움이었습니다.

남편을 싸움터에 보낸 아수라의 아내들은 바다 위 허공에서 하늘군사에게 쫓기는 아수라 군사를 바라보며 애를 태웠습니다. 바닷물 속으로 계속 아수라군의 주검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것이 내 남편이 아닐까? 그럴지 모른다.”

하며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바닷물 속에 사는 잔 물고기, 큰 물고기, 자라와 물개, 고래들이 놀라고 두려워서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늘의 첫째왕 제석천왕이 나섰습니다.

“내가 나서야 전쟁이 끝나겠구나. 우리는 부처님 법을 지키고 있다. 그것이 힘이 될 것이다. 하늘의 광명이 암흑을 걷어버릴 것이다.”

제석은 보배 코끼리 이라바나를 불렀습니다.

"백 개의 머리가 되어라!”

제석의 말에 보배 코끼리 이라바나는 백 개의 머리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머리에는 열 개 어금니가 있고, 어금니마다 열 개의 연못이 있고, 연못마다 천 송이의 연꽃이 피어 있습니다. 꽃잎마다 하나씩 악기를 든 악사가 앉고, 소리꾼과 무용사가 섰습니다. 모두 함께 외쳤습니다.

“하늘은 평화를 원한다!”

“하늘을 이기는 자는 없다!”
 

래와 춤이 이어졌습니다.

제석은 이라바나에 올라타고 단정히 앉아 광명을 놓으며, 눈빛으로 아수라군사를 어루만졌습니다.

넷 천왕이 제석의 뒤를 따르고, 금강갑옷을 입은 수억, 하늘 군사가 갖가지 무기를 들고 제석을 따랐습니다. 하늘사람을 돕는 선한 용왕이, 용의 무리를 이끌고 하늘군사의 뒤를 이었습니다. 무리의 수가 허공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라바나 코끼리 연잎에 있던 악사, 소리꾼, 무용사가 제석으로 몸을 바꾸었습니다. 연입마다 하나씩 제석천왕이 섰습니다. 수만 명의 제석입니다. 수많은 제석이 휘두르는 칼날이 번쩍이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제석이 소리맞춰 외쳤습니다.

“하늘 군사여, 전진하라!”

제석의 목소리가 4주세계를 꽝, 울렸습니다.

아수라 군사 앞에 이라바나 코끼리가 나타났습니다. 아수라 군사는 기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저 코끼리 좀 봐. 키를 좀 봐. 크기를 좀 봐. 구름에 닿아 있다!”

“머리가 백 개나 되는군. 저 장수는 누군가. 제석천왕인가. 저렇게 많은 제석이 휘두르는 칼을 좀 봐!”

 아수라에서 바위를 날리고 칼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모두 허공에서 사라졌습니다. 하늘 군사는 1유순 크기의 바위를 들어 아수라에게 퍼부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산을 들어 아수라에 퍼부었습니다. 아수라 쪽 허공으로 칼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를 화살이 소리를 내며 날고 있었습니다. 아수라군의 머리 위에 불덩이 번개와 벼락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당할 수가 없구나. 군사가 모두 쓰러졌다. 무기는 모두 바다가 삼켜버렸다. 망했다.”

아수라군이 탄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칼을 든 제석의 몸이 허공에 가득해졌습니다. 허공에 빈 곳이 없었습니다. 아수라의 온갖 무기가 헛것이 되었습니다.

아수라는 자기 영토로 쫓겨 가느라 바빴습니다.

아수라의 총대장 비마질다라는 부끄러, 부끄러 낯을 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 아수라의 군사는 하나도 죽지 않았습니다. 제석은 아수라의 버릇만 고치고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죽이는 척했지만 죽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하늘을 이기지는 못한다. 이제 우리도 하늘을 본받아, 하늘의 법을 배우자!”

아수라의 왕 비마질다라와 라후의 말이었습니다. 〈정법념처경 제21권 축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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