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신년회견서 문화재청 비판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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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의 일방적인 행정에 조계종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문화재청에 대한 이례적인 비판이다.

“문화재청 관료조직 안주해”
신년기자회견서 이례적 비판

사찰 문화재 관람료 용역 연구
종단·사찰 통지없이 진행 논란
폐기 요구에도 민원 핑계 급급

조계종 종규 개정 연구과업 지시
“명백한 종교탄압, 헌법 위배돼”
연구기관 전문성 의문점도 다수


자승 스님은 1월 10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현재 문화재청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전에 무관심하고 관료조직에 안주해 일방적인 행정을 펼치는 등 소통에 취약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립공원 등 보전이 필요한 국가유산의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부 기구의 개편방안을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종단 수장이 신년 회견에서 정부 기관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고 드문 일이다. 하지만, 조계종 내 문화재 담당 부서는 그간 곪아왔던 문제들이 이제 터져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취재 결과, 현재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가장 두드러진 대표적 갈등은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관련된 문제다.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 연구용역’은 문화재청이 수요기관으로 조달청이 공고한 사업이다. 연구용역은 (사)녹색연합부설녹색사회연구소가 지난해 4월 낙찰받아 진행했다.

이 연구용역에는 신흥사·용문사·안국사·화엄사·해인사·금당사·대전사·구룡사·내장사·월정사 등 10곳 사찰이 연구 대상지가 됐다. 문제는 이 사업이 조계종과 해당 사찰과는 전혀 사전 협의와 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계종 총무원 복수의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용역 연구 내용을 접하고 매우 당황했다”면서 “곧바로 11월 9일과 11월 30일 연이어 연구 용역 폐기와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문화재청은 비공식 접촉을 통해 사안을 무마하려 했다. 올해 1월 5일 국장 스님들이 문화재청장을 항의방문하고 서한을 전달하고서야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매우 불성실한 내용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것 이외에도 문화재청의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 연구 용역’은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게 조계종의 입장이다.

조계종 문화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기관인 (사)녹색연합부설녹색사회연구소는 문화재 관련 연구소가 아니며, 연구 참여자도 역사 철학, 도시공학, 정치경제학, 미디어영상, 농학 등 해당 사안과 관계가 없다”며 “또한 녹색연합의 경우 사찰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주장했던 이해관계 단체로 해당 연구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져 애초 제척 사유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문화재청이 연구용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한 과업지시서 내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지시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갈등내용 현황·원인 분석 및 위법성 검토 △징수 위치에 대한 조사·연구 △문화재보호법상 관람료 징수 관련 규정 문제점 분석 △관람료 폐지시 사찰 손실분 보상 방안 △문화재관람료 책정 수준의 합리적 기준안 마련 등을 연구기관에 지시하고 있다. 

조계종 문화부 관계자는 “과업 지시 내용은 문화재보호법 내 관람료 징수 조항이 문제가 있고,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연구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공정하고 타당한 연구가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문화재보호법상 관람료 징수 관련 규정의 문제점 분석 및 정비 방안을 지시하면서 조계종 내부 종규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에 대한 정비 연구를 예시로 들어 놓은 것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는 1월 5일 문화부장 정현 스님 명의의 질의 서한에도 잘 나타난다. 정현 스님은 “과업 내용에 조계종 종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비방안을 지시한 점은 정교분리의 헌법정신을 위반하고 종교단체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정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화부 관계자 역시 “종교 단체의 종법은 어디까지 내부 자치 규정으로 국가에서 이를 자의적으로 재단해 연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는 사실상 종교 탄압”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본지는 문화재청에 사실 확인과 답변을 듣기 위해 담당 사무관을 접촉했으나 “서면 질의를 하라”는 답변이 돌아와 1월 12일 서면 질의서를 접수했다. 추후 현 사안에 대한 문화재청의 답변이 회신되면 인터넷 홈페이지와 지면에 게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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