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7년 만 싱글 ‘나란 역할의 연기’ 발매

▲ 사진제공=뉴아더스

프로듀서 그룹 뉴아더스소속
서울대 작곡과 졸업해 2006년 데뷔
화요비이문세 등 곡 작업 참여
영화 트루먼쇼서 영감 받아
새 앨범에 자아에 대한 고민 담아

[현대불교=박아름 기자] 신예 프로듀서 그룹 뉴아더스 이치훈 씨(31사진).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가 이목을 끌지만, 사실 음악에 대한 고집과 가치관이 그의 진면목이다. 유행에 따르기 보단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그. 119, 그의 2번째 앨범이 7년 만에 찾아온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이치훈 프로듀서는 2006년 화요비의 미안하지만 이렇게 해요로 데뷔했다. 이후 김종욱의 언젠가 우리의 이 비가 그치면’, 더 웨이의 사랑은 없어’, 허니핑거식스의 봄 다음 겨울’, 이문세 15집 부타이틀곡 뉴 디렉션등을 비롯해 KBS 드라마 빅맨MBC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MBC 수목드라마 역도소녀 김복주’ 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뉴아더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화요비의 오랜 팬이었던 그의 첫 작품이 화요비 노래라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10년 간 숱한 곡들을 써왔지만 아무래도 첫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간다.

곡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1시간 만에 쓴 가사에요. 8명 작사가가 경쟁했는데, 경험도 없고 어렸던 제가 화요비 노래의 작사를 맡게 됐다니 믿을 수 없었죠. 너무 간절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풋내기 고등학생이 당대 최고 여가수의 곡을 썼다니 언뜻 천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밤새 작업실에 박혀있는 그를 보면 끝없이 노력하는 실력파임이 분명하다. 평소 말주변이 없는 그이지만 음악에 대해 얘기할 때만큼은 진지하고도 열정적이다.

구태의연한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아요. 하루 평균 350곡이 새로 쏟아지는데 잠깐 인기 얻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통장에 돈은 더 들어올 수 있겠지만 음악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한 번 듣고 버려지는 곡 말고, 계속 생각나는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 사진제공=뉴아더스

그가 처음 음악을 시작한 곳이자 박효신양파화요비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몸담았던 신촌뮤직을 뛰어나와 2014년 직접 회사를 차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젊은 친구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유행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사랑과 인생과 가치관을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곡 작업 전에 가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감성과 성향을 파악하는 편입니다.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야 음악에 애착이 생기니까요.”

7년 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앨범을 발표한 것도 그가 하고 싶었던 얘기이기 때문이다. 앞서 3명의 가수에게 이 곡을 줬지만 모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노래하기로 마음먹었다.

119일 발표되는 이치훈 프로듀서의 신곡 나란 역할의 연기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영감을 받았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이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란 역할을 연기하며 사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인생과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내가 누구일까란 질문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자아가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동안 분명 배우는 점이 있습니다. 그 과정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이번 노래에 담았습니다.”

창창한 30대 초반의 청년이 사랑보다 인생에 대한 사색을 즐긴다니 의아했다. 하지만 곧 불자로서의 이치훈의 얘기를 듣고, 인생에 대한 그만의 철학과 가치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가족들은 독실한 불자였지만 전 군대 가기 전까지는 큰 신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입대 전날 짐을 싸다 우연히 한글 금강경 소책자를 발견했고, 아무 생각 없이 군대에 가지고 갔어요. 그러다 어느 날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에 몰래 앉아 금강경을 읽었는데 눈물이 쏟아지는 겁니다. 방황했던 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는 제대 후 학교 근처에 있던 성불암을 찾았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6개월 간 그곳에서 살았다. 1000일 기도를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1000일 기도를 하기로 했어요. 참선이든 명상이든 하루 3시간 씩 꼭 하자 마음먹었죠. 가족들 전부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전 다라니경 독송을 했는데 기도를 하면 할수록 나를 들여다보게 되고, 내 문제점을 알게 되고, 또 그 문제점이 어디서 오는지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1000일 기도에 임하던 그에게 강박증이 찾아왔다. 기도하며 발견한 자신의 아집을 해결해야한다생각하다보니 마음이 고통스러웠다. 기도를 하지 않으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몰랐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하고, 몸이 아플 거야라고 생각하며 기도에 매달렸어요. 그런데 1000일 기도 회향 후 100일 기도를 시작하면서 그 모든 것이 내가 만든 상()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100일 동안은 내 안에 내재된 의심과 불안, 집착을 알아차리고 그저 흘려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어요.”

1000일 기도와 100일 기도는 그의 내면 뿐 아니라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가 왜 음악을 하지?’란 근원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시절 클래식을 하는 동기들을 따라 콩쿨에 나가 1등도 하고, 유학도 갔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음악을 하는 학자처럼 학구열에 불탔을 뿐이죠. 그런데 기도를 하면서 내가 왜 음악을 좋아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곧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고, 대중음악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경쟁적으로 매달렸던 클래식 음악서 벗어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치훈 프로듀서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꿈이다. 자신이 쓴 곡을 통해 사람들과 사랑을, 인생을, 진심을 공감하고 싶다고. 숱한 고민이 묻어났던 지난 10년이 앞으로 그의 음악 인생의 주춧돌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뉴아더스 이치훈 프로듀서의 새 앨범 나란 역할의 연기119일 정오 모든 음원사이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오는 3월 중엔 나란 역할의 연기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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