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승 스님이 회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자승 스님 뒤로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이 배석해 있다. 사진=노덕현 기자
[현대불교=윤호섭 기자] 조계종 제34대 집행부는 오는 10월 막을 내리지만 차기집행부에 도움이 될 만한 계획을 세웠다. 특히 종무계획 외에도 총무원장 직선제와 멸빈자 사면 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했다.

백년대계본부 신설
300만 명의 불교신자 감소라는 충격적인 통계청 결과에 조계종은 정유년 새해 백년대계본부라는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종단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미래전략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차기집행부가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는 중장기적 종책을 마련해 종단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백년대계본부는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와 불교사회연구소를 통합해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 화쟁위원회·100인대중공사·미래세대위원회 등과 연계해 종단 미래종책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중앙종무기관 각 부서 역할이 현안에 집중돼 있고, 미래전략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일종의 R&D조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조계종은 우선적으로 결사본부와 불사연 운영에 관한 종령을 통합하기 위해 법률적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르면 1월 중 구체적 운영계획안이 마련된다. 다만 본부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도법 스님이 결사본부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다른 스님이 백년대계본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간 조직되지 못한 미래세대위원회도 백년대계본부서 싹을 틔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세대위원회는 2015년 초 100인대중공사서 결의됐지만 이후 주무부서가 정해지지 않아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조계종 기획실장 주경 스님은 결사본부가 주관하는 100인대중공사에서 불교사회연구소 역할이 컸고, 두 기관이 연계해 업무를 진행하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한 달 정도 논의기간을 거쳐 여러 영역별로 구체적 사업을 정한 뒤 연구조사에 나서겠다. 차기집행부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성보인식 미흡비판
자승 스님은 기자회견서 문화재청의 미흡한 성보문화재 인식과 행정절차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스님은 현재 문화재청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전에 무관심하고, 관료조직에 안주해 일방적인 행정을 펼치는 등 소통에 취약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면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국가유산의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새 정부기구의 개편방안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기자회견서 이 같이 높은 수위로 문화재청을 비판한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행정절차상 불거져온 문화재청과의 소통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전각, 불상, 수미단 등 각 문화재별로 문화재청 담당부서가 달라 보수과정서 수차례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사찰과 협의 없이 문화재청이 일방적으로 문화재보수를 추진하는 등 갈등사례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런 문제는 불교계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성보인식과 함께 이번 기자회견서 지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예경 대상인 성보를 용역업체서 미술품 다루듯 하는 행위에 불쾌감을 느끼는 불자들도 상당수다.

문화부장 정현 스님은 사찰문화재는 곧 종교적 성물이고 성보라고 표현한다. 이런 성보문화재를 한낱 미술관 전시용 등으로 격하하고, 임의대로 보수를 진행하는 과정서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신도시 불교저변 확대
조계종은 오는 7월 위례신도시에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착공식을 거행한다. 지난해 3~12월 운영계획 연구용역사업을 펼친 바 있다. 대상지는 위례신도시 종교용지 1번지로 대지 1(3025)1200(363) 규모로 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센터가 건립되면 전국사찰에 소장된 불교문화유산의 진단·보존·복원·연구 등 전승체계 마련에 착수한다. 비지정 불교문화유산의 보존환경 연구 및 과학적 조사·분석을 통한 체계적이고 예방적인 문화재 보존 관리시스템 마련이 주된 목적이다. 센터 건립에는 총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세종시에는 한국불교문화홍보체험관건립을 위한 연구조사에 들어간다. 올해 배정된 국고는 5억 원. 비교적 불교세가 미약한 신도시에 한국불교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조계종 포교원 신도시전법단과 신도시 포교 선봉장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계종에 따르면 오는 9월 체험관 건립 기초조사가 시작된다.

중앙 권한 이양 교구법제정
자승 스님은 총무원장 임기 내내 중앙과 교구의 균형발전을 강조해왔다. 기자회견서 자승 스님은 이를 위한 과제가 미진했음을 인정하고, “종도들의 의견을 모아 교구법을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중앙종단의 권한 이양 측면으로만 받아들여져 지역사회서 각 교구의 행정과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본래 취지를 찾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관련 연구조사 보고서를 조속히 발간하고, 교구법 제정안을 공람해 종도들의 의견을 모으겠다고 설명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한편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직선제 멸빈자 사면 퇴임이후 행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대답은 관련 부서장 스님이 했지만 기자회견 말미 자승 스님이 직접 견해를 밝혔다.

자승 스님은 먼저 직선제와 관련해 중앙종회서 직선제 안건이 상정돼 논의했고, 더 많은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특위를 구성했다. 특위가 안을 마련하면 3월 종회에서 다시 논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그러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거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대중의 뜻을 존중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선거법은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종단 화합을 이뤄내는 방법이라면 어떤 선거법이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멸빈자 사면에 대해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10여 년 전부터 원로회의에서 종회에 호소하기도 하고, 원로회의가 결의해 종정예하께 말씀 드리기만 수십 차례였다. 11월 종회가 끝나고 원로의장 스님이 직접 찾아와 사면 안 하느냐고 물으셔서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검토하겠다고 답을 드렸다면서 종도들의 이해와 관심이 어느 정도 표현되지 않는 한 종헌 개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종정예하 교시이고, 원로의원스님들의 바람이 있어 종헌종법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300만 명의 불자가 줄어들었다는 인구센서스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불자가 감소하는 데는 우리들 잘못이 있다. 사부대중이 얼마나 열정을 갖고 비불자들을 귀의시키려 노력했는지 나부터 스님 개개인, 불자들 모두의 허물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침통한 속내를 내비쳤다.

자승 스님은 마지막으로 총무원장 퇴임 이후 행보에 대해 정진하고 기도하는 평범한 대중으로 살 생각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총무원장 3선이나 동국대 이사장직 취임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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