念佛覺者 列傳 ① 연재를 시작하며

염불ㆍ주력 수행법은 일반 신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수행법도 간단해 많은 불자들이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사진은 천태종 재가안거에서 염불정진에 매진하는 불자들의 모습.

淨土는 육도윤회 벗어난 깨달음의 세계
이른바 오탁악세 말법시대인 오늘날,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종교의 타락과 세속화는 탈종교시대를 예견하고 있고, 불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승과 도인, 선지식이 부재한 상황에 처해 국민의 정신을 위로하고 이끌어갈 영도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염불 주력 수행법… 불자들 접근 쉬워
천태종과 진각종, 진언과 염불 대중화
“염불 하근기가 하는 수행법 아니다”
선과 염불 함께 닦으면 만인의 스승돼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불교도가 10년만에 약 300만 명 감소한 761만 명으로 제1종교에서 제2종교로 밀려난 것이다. 고령 신도가 대다수인 불교 인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청소년포교와 청장년층 신도교육 활성화를 비롯한 제도적인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행법의 대중화ㆍ생활화일 것이다.

알다시피 한국불교의 수행법에는 참선, 염불, 위빠사나, 주력(진언), 간경, 사경, 절하기, 방생 등이 있다. 참선은 한동안 조계종 시민선방을 중심으로 수행 붐이 불기도 했지만, 행법이 어렵고 일상 속에 지속하기가 쉽지 않고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질 않아 이제는 전문 수행자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말았다. 한 마디로 대중화에 실패한 것이다. 위빠사나 역시 근본불교를 공부하는 분들에 의해 서서히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형편이다. 반면 염불ㆍ주력 수행법은 일반 신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수행법도 간단해 많은 불자들이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세음보살’ 칭명염불로 급속히 발전한 종단이 천태종이라면, ‘옴마니반메훔’ 진언수행으로 성장한 종단이 진각종이다. 이 두 종단은 불교계에서 제3, 제4의 종단으로 발돋움했으며, 쉽고 간단한 수행법의 이점을 가지고 앞으로도 교세가 확장될 전망이다. 또한 천태종과 진각종은 간단한 불보살님 명호나 진언을 생각하고 외우는 염불로 수행의 대중화에 큰 성공을 얻은 것이다. 신라 때 원효스님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표주박을 두드리며 온 백성들에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전할 수 있었던 것도 쉽고 간편하고 효과적인 수행법으로서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자력과 타력이 둘이 아닌 효과적 불력 수행
이미 부처님께서도 염불이 범부중생에게는 가장 적합한 수행법임을 파악하셨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말법시대에 꼭 필요한 대안으로 미리 설해 놓으셨으니, 그 대기 법문이 바로 자력(自力)과 타력(他力)이 둘이 아닌 불력(佛力) 수행이다. 이른바 이행도(易行道: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길)에 해당하는 정토종(淨土宗) 또는 정종(淨宗), 연종(蓮宗)으로 불리는 염불수행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정토법문은 사실, 하근기나 하는 차원 낮은 법문이 아니라 문수ㆍ보현ㆍ관음ㆍ대세지보살과 8종의 조사인 용수보살이 왕생극락을 발원했을 정도로 깊은 법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은 사찰을 창건한 양대 고승인 원효ㆍ의상대사께서 염불법을 널리 펴서 신라불교의 찬란한 꽃을 피운 바 있다.

일부 대중이 홀대하고 깎아내리는 염불이라는 수행법이 실은 위대한 성현들께서도 이구동성으로 찬탄하고 닦았던 수행법임을 알아야 한다. 염불은 부처님의 한평생 교화의 정화(精華)이자 ‘윤회를 벗어나는 지름길 중의 지름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불의 최고 장점은 업장을 소멸시키지 않고도 ‘윤회를 벗어난 깨달음의 세계’인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帶業往生)는 데 있다. 게다가 일단 극락에 왕생하면 다시는 퇴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염불은 ‘성불로 가는 최고의 방편’이라 할만 하다. 탐진치 삼독(三毒)을 전혀 없애지 못해도, 또 일심불란이나 염불삼매에 들지 못해도 부처님의 본원력(本願力)에 의지하기 때문에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 또 오역죄를 지은 극악한 죄인도 임종 시 한 번, 또는 십념(十念)의 염불로 극락에 왕생할 수 있으니 이는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원력 덕분이다.

업을 지닌 채도 윤회계 벗어나는 묘법
염불이 횡적으로 윤회계(삼계)를 벗어나서(橫超三界) 업을 짊어진 채로 극락에 왕생한다는 것은 정토법문에만 있는 특별한 장점이다. 즉 일체의 다른 법문을 통해서는 반드시 수직적으로만 윤회계를 벗어날 수밖에 없고, 횡적(橫的, 공간적)으로는 절대로 삼계를 벗어날 수 없으니 수직으로 벗어나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 횡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쉽기 때문이다.

한 가지 비유를 든다면, 긴 통대나무 막대의 마디 안에 벌레가 갇혀 있어서 대마디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데, 만약에 대나무 마디 쪽을 향하여 수직으로 한 마디 한 마디씩 씹어서 구멍을 뚫어 대나무 끝까지 가고자 한다면 이는 수직적으로 삼계를 벗어나려는 것으로써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대마디 옆을 향하여 대나무 마디 벽을 씹어서 구멍을 낸다면 이는 횡적으로 삼계를 벗어나려는 것으로써 대단히 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비유는 정토법문이 다른 행법에 비하여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며 원만하고 즉각 깨닫는 법문임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된다.

이러한 법문만을 보더라도 오탁악세를 살아가는 범부들이 이 염불법문을 버리고 다른 수행에 의지하면 생사 해탈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마명ㆍ용수보살과 선도대사, 영명연수선사 등 수많은 불보살의 화신들이 인간의 몸으로 다시 사바세계에 오셔서 염불법문에 의지할 것을 간곡하게 당부하셨던 것이다.

중생을 사바세계에서 극락세계로 인도하고 접인하시는 석가모니불(右)과 아미타불을 형상화한 이하백도도(二河白道圖).
상중하 모든 근기 닦는 효과적 수행
이 정토법문은 중국에서는 당나라 이후에 선종 사찰에서 염불을 병행해 수행하면서 선정쌍수(禪淨雙修: 참선과 정토수행을 같이 닦음)의 전통으로 자리잡아 원나라 이후 오늘날까지 중국과 대만의 주 수행법으로 정착되었다. 현재 대만과 중국의 선종사찰에서도 염불법을 병행할 정도로 염불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수행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으로 중국의 정토법문이 거의 전해지지 못했고, 신라 원효 스님의 일심정토 염불수행의 전통마저 희미해지고 말았다.

이 염불법문은 상중하 근기 모든 수행자가 할 수 있으며, 가장 쉽고 빠르며 효과적인 수행법으로서 특히,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적합한 수행방편이 되고 있다. 오늘날, 화두참선과 위빠사나 위주의 자력수행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해도 윤회를 벗어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반면, 염불 수행자들은 살아서도 안심을 얻고 불력의 가피를 입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동시에 미리 임종을 준비하고 염불을 하면서 극락에 왕생한 이가 역사상 부지기수이며, 현재도 극락왕생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극락이라는 정토(淨土)는 육도윤회를 벗어난 보살지 이상의 구도자가 머무르는 깨달음의 세계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 불자 가운데는 극락이 육도 안의 천상의 한 곳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염불을 하근기가 하는 낮은 수행법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로 인해 한국불교가 더욱 대중화되지 못한 큰 원인이 되었다.

禪과 염불 함께 닦으면 ‘뿔 달린 호랑이’
이제라도 간화선 위주의 한국불교가 생활불교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염불수행의 대중화가 아주 절실하다. 염불이 살아나면 불자들의 신심도 살아나고 선종 역시 더불어 살아날 수 있다. 특히 염불삼매의 경지는 선의 삼매와 둘이 아니어서 많은 선지식의 출현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선종(법안종)의 조사이자 연종의 조사이기도 한 영명연수선사가 남긴 유명한 선종사료간(禪淨四料簡)에 참선과 염불이 상승작용을 할 수 있는 묘법이 담겨있다.

“참선수행도 하고 염불수행도 하면 마치 ‘뿔 달린 호랑이’(戴角虎) 같아 현세에 사람들의 스승이 되고 장래에 부처나 조사가 될 것이다. 참선수행은 없더라도 염불수행만 있으면 만 사람이 닦아 만 사람이 모두 가나니 단지 가서 아미타불을 뵙기만 한다면 어찌 깨닫지 못할까 근심 걱정 하리오. 참선수행만 있고 염불수행이 없으면 열 사람 중 아홉은 길에서 자빠지나니 저승 경지가 눈앞에 나타나면 눈 깜짝할 사이 그만 휩쓸려 가버리리.”

역사상 출ㆍ재가의 많은 고승 대덕들이 마음을 깨달은 후 염불로 보림하면서 윤회를 벗어나 극락정토에 왕생하였다. 그들의 구도과정과 수행법을 통해 참선과 염불이 둘이 아니며, 선(禪)과 염불을 함께 닦으면 ‘뿔 달린 호랑이’가 되어 살아서는 만인의 스승이 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생의 명이 다한 뒤 정토에 왕생한 후 불퇴전지에 올라 무생법인을 증득하고 마침내 성불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일대사를 완수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앞으로 연재를 통해, 일심을 깨달아 염불로 보림하고 중생을 제도한 뒤 생사 해탈한 고승대덕의 일화와 구도과정을 정토법문의 관점에서 조명하여 염불수행을 되살리는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나무아미타불.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