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 지음 / 불광 펴냄 / 1만 8천원
40여년간 사찰음식 포교… 명장칭호 수여
사찰음식 원리… 스스로 에너지 만들도록
선재 스님, “음식 통해 음식 버리자” 강조
꼭 먹어야 할 사찰음식 51가지 수록도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포교의 대부이다. 40여년간 몸담았으니 명실공히 장인이라고 가히 부를만하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조계종단으로 부터 ‘사찰음식 명장’이란 칭호도 처음으로 수여받았다.

선재 스님이 사찰음식 관련 신간을 펴냈다. 스님은 책에서 음식을 말하기 전에 ‘몸’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했다. 우리에게 몸은 무엇인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당시 수행자들은 육체를 모든 번뇌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번뇌를 끊기 위해 육신을 극한의 고행으로 밀어붙이며 거기서 정신적 안락을 구하려 했다. 부처님도 처음엔 단식을 하는 등 고행의 수행법을 따랐다. 그러나 그 끝은 처참하고 피폐한 육체만 남았을 뿐이다. 부처님은 몸을 혹사하는 고행이 깨달음에 이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님을 알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따듯한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후 몸이 편안한 상태에서 비로소 깊은 명상에 들어 깨달음에 이르렀다. 부처님이 드신 유미죽이야말로 사찰음식의 기원이다. 부처님은 몸을 벗어나야 할 대상이 아니라 깨달음의 주체로 보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처님이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몸이 아파서, 일이 안 돼서 상담하러 온 이들에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고 먼저 물은 것은 몸을 잘 관리하고 있느냐는 뜻이란 것이다. 즉 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살피고 바른 음식을 먹고 바른 생각으로 살아야 지혜롭게 잘살 수 있다고 여긴 것이라고 선재 스님은 말한다.

저자 선재 스님은? 1980년 경기도 화성 신흥사 성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발표한 〈사찰음식문화연구〉는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 논문으로, 관심을 끌었다. 저서로는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이 있다.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다. 몸이라는 그릇 안에 생각과 마음이 담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육체, 정신, 영혼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상적 창조 행위이다. 부처님이 음식에 관한 많은 당부를 남긴 까닭이 여기 있다. 이 책의 2장 ‘사찰음식 삶을 돌보고 깨우다’에는 경전(〈염처경〉 〈사분율〉 〈마하승기율〉 〈잡아함경〉 〈수능엄경〉 〈니건자경〉 등)에 근거한 사찰음식의 철학과 지혜를 자세히 밝힌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선재 스님은 “음식을 통해 음식을 버리자”고 한다. 스님이 평소 많은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데는 욕심내서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비우라는 가르침이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지, 그리하여 정말 먹어야 할 음식들을 스스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이끈다. 사찰음식을 배우기 전, 사람들은 세상에는 엄청 먹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사찰음식을 조금 배우고 나면 세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사찰음식을 깊이 이해하고 나면 다시 세상에 온통 먹을 게 천지라고 말한다.

보통 음식은 맛을 좇아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그 맛은 정말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의 음식, 제철 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을 통해 우리의 입맛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맛을 알고, 혀의 맛만 좇지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서 있다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해 적절한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사찰음식에서는 3가지 맛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음식의 에너지가 주는 맛, 기쁨의 맛, 기(氣)의 맛이다. 음식의 맛은 식품 그 자체의 맛이고, 기쁨의 맛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맛이다. 기의 맛은 수행으로 얻어지는 맛이다.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음식을 먹고 지혜를 터득해가는 기쁨을 얻는 것이 바로 수행의 맛이다. 보통 사람들에겐 삶을 충실하게 채워 나가는 맛,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맛이다.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 강의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참석한다. 갓 결혼한 신부, 의사, 급식영양사, 식당주인, 의사 등등.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이 아프다거나 아이를 위해, 환자 관리 차원에서 등 타인을 위한 자발적 배움이다. 인간의 마음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타적인 마음을 조금 더 확장한 그곳에 사찰음식이 있다. 본문에 소개된 어느 철학 교수는 중년의 나이에, 그것도 남자가 1년 동안 선재 스님의 요리 수업을 모두 듣고 나서 마지막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철학은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관한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 끝에 저는 ‘음식’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점에서 보면 음식은 철학의 끝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 바로 사찰음식입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는 철학이 사찰음식에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과 배려야말로 조화롭고 화합하는 세상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사찰음식은 바로 세상 모든 존재를 이롭게 하는 조화의 음식, 하모니 푸드(Harmony food)입니다.” 라고.

자연의 음식, 생명을 살리고 자연의 온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요리가 바로 사찰음식이다. 요리는 모든 사람이 삶에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기술이자 철학이다. 결혼하는 딸을 두고 어머니들은 “우리 딸은 공부만 하느라 음식을 할 줄 몰라요”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때마다 자랑이 아니라고 대꾸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음식을 배우게 하라고 부탁한다. 음식은 누구나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쉬운 요리를 하나씩 해봐야 한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요리를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능력과 지혜, 즐거움, 기쁨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사찰음식을 남녀노소, 한 사람 한 사람 배우고 익힌다면 세상은 더 안전하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보통 사찰음식, 하면 선재 스님을 떠올린다.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서 최초로 선재 스님에게 사찰음식 명장을 수여했다. 출가 이후 40여 년 가까이 명리를 위한 일들은 단호히 거절하고 경계하며, 오직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보살행으로서 사찰음식을 알리고 만들어온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스님에게 명장 호칭은 중요하지 않다. 스님의 말이다.

“나는 요리사도 의사도 과학자도 철학자도 아닙니다. 그저 스님이면 족합니다. 이보다 더 높은 가치는 나에게 없습니다. 얼마 전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사찰음식 명장’ 칭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찰음식 명장은 산중 절에서 사찰음식의 정신을 실천하고 그 음식을 드시며 수행하는 스님들입니다. 나에게 명장이란 칭호를 준 것은 산중 스님들이 드시는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과 의미가 세상 속에서 변질되지 않도록 바르게 전하여, 모든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이 되라는 뜻입니다.”

서두에 실린 ‘나의 삶과 수행 여정’에는 출가 전후부터 올해 세속 나이로 환갑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삶을 담았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풍성한 음식을 먹고 자란 어린 시절, 부모에게 효도하려고 나선 출가의 길, 문제 청소년들과 함께한 시간들 그리고 시한부를 선고 받고 사찰음식을 통해 회복하고 나아가 자신과 같은 아픔을 세상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음식 수행자로 나서 활동해온 이야기들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음식 수행자이자 스님 이전에 이타행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통해 ‘온전한 삶’이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다.

마지막 장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는 스님이 뽑은 ‘한국인이 사계절 꼭 먹어야 하는 사찰음식’을 소개한다. 각 재료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와 더불어,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이다.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이지만, 의미를 알고 직접 요리해 먹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이 배가 될 것이다.


책속의 밑줄 긋기

▲“맛만 좇으면 많이 먹게 되고 건강을 잃게 되고, 건강을 잃으면 일과 관계도 원만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게 서 있다면, 조율과 절제, 비우는 삶이 가능해진다. 음식을 먼저 혀의 맛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진정한 삶의 맛, 지혜의 맛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174〉

▲사찰음식의 근본은 마음속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식이다. 단지 고기를 절대 먹지 말라는 경계와 금지의 가르침이 아니다. 음식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리되 삶을 온전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돕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이 이 자리에 오신다면, 우리에게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통한 균형 잡힌 소식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것이다. 〈p.190〉

▲성철 스님은 말씀하셨다.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보인다” 라고.
고요한 마음으로 현상을 바라보매 지혜로운 눈으로 모든 것을 바로 보는 이치다. 부처님이 단식과 고행으로 깨달음을 이루려 했지만 실패하고,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해 마침내 최상의 지혜에 도달하셨다. 사찰음식 기원이다. 〈p.237〉

▲보통 사람들은 더위에 기운을 내게 하려고 삼계탕이나 장어 같은 것을 먹는다. 음식 자체에 있는 에너지를 먹고 힘을 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찰음식의 기본 원리는 우리 몸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혈액이나 기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막힌 곳은 뚫어주어 몸이 스스로 작동하여 힘을 내는 이치이다. 〈p.268〉

▲갈수록 식품첨가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포장지서 내가 이해 못하는 낱말이 있다면 먹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이거 먹지 마라, 저거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 전에 아이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먹을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법을 일러줘야 한다.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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