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아줌마’의 일본사찰 엿보기- ① 연재를 시작하며

교토 도지(東寺) 오층탑의 모습.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탑의 자태가 아름답다.
내가 남편 일로 서울에 살다가 일본에 돌아온 후, 즐기는 일 가운데 하나가 일본을 방문한 한국 친구들과 함께 간사이(關西, 관서) 지방에서 사찰과 박물관을 답사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인 친구와 교류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남편과 함께 3년간의 서울 생활
韓사찰은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간사이, 한국과 깊은 인연 느껴져

교토·나라부터 시가현 사찰까지
日불교 행사·인근 먹거리 소개


나는 2011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3년간 서울에서 살았다. 그 기간에 서울로 이사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한국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맛있는 한식을 비롯하여 전통 공예품, 조선시대의 회화,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 특히 내가 즐기던 것이 부처님 오신 날과 연등회 등 불교와 관련된 화려하고 장엄(莊嚴)한 행사였다. 일본에 귀국한 후에도 이런 불교 봉축행사가 있는 기간에 맞춰서 한국으로 여행을 자주 가고 있다.

한국에 있었을 때 특별한 행사가 없더라도 사찰에 자주 가봤다. 사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 있었다. 이 점은 일본에 돌아가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으로 이주하기 전에 도쿄에 거주했던 나는 왠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간사이 지방에 오랫동안 살다가 도쿄로 이사한 후, 간사이 지방으로 오랜만에 여행을 가봤더니 도쿄 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쌓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간사이 지방에는 사찰이 많아서 사찰을 자주 찾았던 것이 나에게 힐링이었던 것이다. 사찰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이고 맑은 공기, 그리고 부처님의 평화롭고 고운 얼굴. 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도쿄는 현대적이면서 멋진 것이 많지만 역사성이 적은 점이 나에게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2014년 3월에 서울 생활을 마치고 오사카로 이사했다. 내가 사랑하는 간사이 생활로 다시 돌아왔다. 사찰이나 미술관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간사이 지방 답사를 다시 시작했다. 그랬더니 한국인과의 깊은 인연을 간사이 지방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일이 생겼다. 이것이 연재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남이었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나라 도다이지(東大寺)의 대불.
어느 날 교토에 있는 고려미술관(高麗美術館)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번에 연재 제안을 해주신 영화 〈정조문의 항아리〉를 만들었던 최선일 박사와 우연히 만났다. 그 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뭔가 공통적인 것,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 최 박사가 오사카에 오실 때마다 뵙고 박사의 가족이나 친척들 그리고 동료나 후배도 만나고 그 분들이 다 나의 친구가 되었다. 사찰이나 문화재가 맺어준 깊은 인연이라고 하면 될까.

내가 사랑하는 이 친구들이 일본에서 같이 답사할 때의 빛나는 얼굴, 즐겁게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의 마음도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이 행복함을 더 많은 한국 분들과 나누고 싶어 이번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 돌아온 후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다. 한국에 있었던 기간에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하여 외국인 방한객이 크게 늘어났는데 일본에서도 똑같은 일을 보게 됐다.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나 교토 아라시야마(嵐山), 후시미이나리다이샤(伏見稻荷大社) 등 많은 곳에서 외국인이 일본인을 둘러싸는 현상. 외국인이 많지만 일본인이 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도 있지만 나는 외국인 방문객을 환영한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즐겁게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내가 외국인 관광객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경향이 있다. 일부분 관광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교토의 사찰이 기요미즈데라(?水寺)와 킨카쿠지(金閣寺) 밖에 없나? 나라의 사찰이 도다이지(東大寺) 뿐인가? 물론 일본의 대표적인 사찰이고 필수 방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좋은 곳이 더 있는데 알려지지 않아서 참 아쉽다.

다행히 내가 간사이 지방의 사찰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게다가 24회라는 많은 횟수다. 그래서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소개할 사찰을 고르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주저 없이 선택한 사찰이 아래와 같다. 나라 지역은 아스카데라(飛鳥寺), 호류지(法隆寺), 야쿠시지(藥師寺), 도쇼다이지(唐招提寺), 고후쿠지(興福寺), 도다이지(東大寺)이고, 교토 지역은 고류지(廣隆寺), 도지(東寺), 기요미즈데라(?水寺), 킨카쿠지(金閣寺), 긴카쿠지(銀閣寺)이며, 오사카 지역은 시텐노지(四天王寺)이다. 그리고 최 박사와 같이 가던 나라의 다이마데라(當麻寺), 교토의 뵤도인(平等院)도 골랐다.

그런데 이 정도를 뽑아낸 다음에는 즐거운 작업이었던 사찰 고르기가 고민으로 바뀌었다. 소개할 만한 사찰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였다. 가이류오지(海龍王寺), 홋케지(法華寺), 기코지(喜光寺)등 규모는 크지 않아도 추천하고 싶은 사찰이 많아서 곤란했다. 나는 노트에 사찰의 이름을 줄줄이 적고 자료도 찾아가며 고심한 끝에 소개할 사찰을 뽑아냈다.

나라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했다. 아스카데라(飛鳥寺), 호류지(法隆寺), 야쿠시지(藥師寺), 도쇼다이지(唐招提寺), 다이마데라(當麻寺), 고후쿠지(興福寺), 하세데라(長谷寺), 무로지(室生寺), 도다이지(東大寺), 조고손시지(朝護孫子寺)와 호잔지(玉山寺) 등이다.

조고손시지, 무로지는 일본에서는 유명한 사찰이지만, 외국인에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소개하자고 했다. 특히 장곡사는 벚꽃이나 모란 등 꽃으로 유명한 사찰이고 내가 가끔 찾아가는 곳이다. 조호손자사, 보산사는 일본 다른 지역에서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간사이 지방에서는 각광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고 조망도 좋아서 아주 매력적인 사찰이다. 이외에도 나라에는 기품 있는 사찰이 많아서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대표적인 큰 사찰 소개에 덧붙여 소개하고 싶다.

나라에 비해 교토의 사찰을 선택하고 결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종(禪宗) 사찰이 대다수 위치한 교토는 가볼만한 큰 규모의 사찰도 많아서 가능하다면 대표적인 곳을 모두 소개하고 싶었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몇 곳만 골랐다. 그리고 특정 일부지역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고자 사찰의 특색도 고려하여 다양하게 선택했다.

교토는 고류지(廣隆寺)를 시작으로 도지(東寺), 기요미즈데라(淸水寺), 닌나지(仁和寺), 조루리지(淨瑠璃寺)와 간센지(岩船寺), 뵤도인(平等院), 고잔지(高山寺), 도후쿠지(東福寺), 덴류지(天龍寺), 킨카쿠지(金閣寺)와 료안지(龍安寺), 긴카쿠지(銀閣寺)와 난젠지(南禪寺)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사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런 사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거나 또는 답사를 다녀간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조루리지, 간센지가 있는 미나미야마시로(南山城, 남산성) 지역은 석불도 많고 정말 매력적인 지역이지만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발길이 뜸한 지역이다. 이번에 내가 꼭 소개하고 싶은 명소이다.

시가현의 고겐지(向源寺)의 도록과 지도.
간사이 지방의 사찰이 나라와 교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오사카에는 시텐노지(四天王寺)가 있다. 사천왕사는 아스카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본격적인 사찰로서 최고(最古)의 사찰이다.
그리고 내가 힘을 들여 추천하고 싶은 것이 시가(滋賀)에 있는 사찰이다. 교토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시가는 좋은 사찰이 많다.

소개할 시가 사찰을 이렇게 정했다. 햐쿠사이지(百濟寺)와 이시도지(石塔寺), 미이데라(三井寺)와 이시야마데라(石山寺), 엔랴쿠지(延曆寺), 고겐지(向源寺) 등이다. 엔랴쿠지, 미이데라, 이시야마데라 세 곳 모두 일본에서 유명한 사찰이다. 엔랴쿠지는 산 속에 있어 찾아가는 데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사찰이라 선택했다. 미이데라, 이시야마데라는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갈 수 있고 일본에서 제일 큰 비와코(琵琶湖, 비파호)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어 조망도 좋은 곳이다. 그리고 시가는 도래인과의 유래가 있는 사찰이 많지만 그 가운데 대표적인 햐쿠사이지와 이시도지를 소개하겠다. 연재의 마지막 순서인 고겐지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보(國寶) 십일면관음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는 사찰이다.

이상은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사찰이다. 소개하고 싶은 사찰이 더 많이 있지만 이번 연재에서는 깊은 산 속에 있어서 찾아가기가 어려운 곳보다 쉽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을 우선으로 했다.

일본 사찰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도 매력적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도다이지 대불전(大佛殿)의 관상창(觀相窓)이 열리는 날이다. 1년에 2번 열리는 그 날은 대불의 얼굴을 밖에서 배례할 수 있어 정말 감동적이다. 이 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설렘으로 두근거린다. 그리고 사찰에서 예쁜 꽃을 관상하는 것도 아주 좋다. 사찰 주변에는 매력적인 산책로도 많다. 나는 이 연재에서 재미있는 행사나 예쁜 꽃이 피어나는 계절의 명소, 그리고 산책로까지 간사이 구석구석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겠다. 물론 맛있는 먹을거리도.

어떤 한국 분이 이렇게 말했다. 기요미즈데라에 갔을 때 하필이면 비가 왔는데 비에 젖은 잎이 정말 아름다워 감동했다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감동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은 미(美)에 대한 감각이 비슷하다.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과 일본 간에 사람들이 서로를 더 깊이, 더 재미있게, 더 즐겁게, 이해하고 교류할 계기가 되면 좋겠다. 유익한 연재가 될 수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자 나카노 요코는
1962년생으로 지바현(千葉縣)출신이다. 사이타마대학에서 중국문화를 전공하고, 전문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2011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신문사 특파원인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했다. 이때 경험을 담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감수 : 홍은미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연구부장(동국대 미술사학과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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