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빛을 반사하는 스펙트럼처럼 청소년들이 품은 미래의 꿈은 각양각색이다. 이들의 꿈이 오롯이 만개해 천개의 꽃잎처럼 세상 곳곳에 흩날릴 수 있기를 소망하는 기획 ‘수처작주, 내 삶의 주인공은 나’.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에게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
청소년기 극단 치우치기 쉬워
감정 기복 심할땐 팔정도 추천
게임하듯 마음 안정에 매달리면
어느새 친구와 감정 조율 가능
질풍노도 청소년기
청소년기’ 또는 ‘사춘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입니다. ‘질풍노도(疾風怒濤)’란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란 뜻인데, 청소년기의 감정이 어른에 비해 그만큼 격동적이란 표현입니다. 어린이라고 하기에 외모는 이미 성인에 가깝고, 성인으로 보기에 사고와 판단력은 아직 미성숙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엔가 빠져들면 절제를 못해 헤어 나오질 못합니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일부 극성팬들처럼 말이죠.
신조어 중에 ‘조공 팬질’이 있습니다. 소국이 대국에 조공을 바치듯 팬들이 아이돌 가수들에게 바치는 선물공세를 말합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 데뷔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보내는 선물 중에는 청소년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선물이 많습니다. 조공 팬질은 학교를 결석하고 공연장이나 숙소에서 밤을 새는 청소년에 비하면 양호한 편입니다. 지난해 6월, 일본에서는 자신의 선물을 되돌려 보냈다는 이유로 아이돌 가수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도 있었답니다.
거문고 줄 이야기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한 스님이 쉬지 않고 선정(禪定)을 닦았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수행을 했지만, 수행은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홀로 이런 생각했습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 쉬지 않고 수행을 했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수행에 별다른 진척이 없구나. 다른 도반들이 소멸시켰다는 번뇌를 벗어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서 재가불자로 보시를 행하며 복을 짓는 게 낫지 않을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지혜의 눈으로 이 스님의 마음을 읽으시고, 가까이 있던 다른 스님을 시켜 괴로움에 빠져있던 스님을 불러오게 했습니다. 이 스님이 불려와 자리에 앉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출가를 하기 전에 거문고 연주를 잘 했다고 알고 있다. 그때 거문고는 노랫소리를 따르고, 노랫소리는 거문고를 잘 따랐겠지?”
“네, 그러했나이다. 부처님”
“그럼, 네가 거문고를 탈 때 만약 그 줄을 너무 조여도 그 소리가 사랑스럽고, 즐길만하더냐?”
“아닙니다. 부처님. 줄을 너무 조이면 소리가 잘 나지 않고, 잘못하면 줄이 끊어지고 맙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줄을 너무 느슨하게 했을 때는 어떻더냐?”
“그때도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거나, 조이지 않고 알맞게 해야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납니다.”
스님의 대답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행 공부도 그렇다. 마음이 고르고 조화롭지 못하면 바른 도를 얻을 수가 없다. 정진을 할 때 너무 조급히 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슨하면 게으르게 된다. 그러므로 알맞게 해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함경부 <사문이십억경(沙門二十億經)> 중에서
감정도 조율하기 나름
위의 일화는 부처님께서 수행을 할 때 양극단에 치우치지 말라는 중도(中道)의 지혜를 담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명심해야할 가르침입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노래를 듣고 시간이 허락할 때 공연을 보는 건 좋지만, 정도가 지나쳐 학업에 방해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누군가를 음해하고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가 범죄를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돌만 그런 게 아닙니다. 청소년기에는 들뜨거나 흥분하기 쉬운데, 이럴 경우 집중이 안 되고 산만해집니다. 당연히 공부에 방해가 되겠죠. 그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입니다. 최근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이 29%를 넘어섰다는 보고입니다. 10명 중 3명이 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말입니다. 외롭고 허전해서, 친구들의 따돌림이 걱정돼 SNS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호소도 들립니다. 반면 청소년들 중에는 심한 우울 증세로 기운이 없고, 집중력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롤러코스터처럼 감정기복이 심한 청소년기, 거문고 줄처럼 감정을 적절히 조율해보길 권합니다.
팔정도 배틀
생각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습관을 만들며,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습니다. 균형 잡힌 생각이 바른 행동을 이끌고, 인생의 기회와 행운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균형 잡힌 생각, 즉 감정의 균형을 잡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팔정도(八正道)입니다. 바르게 보고[正見], 바르게 생각하고[正思, 正思惟], 바르게 말하고[正語], 바르게 행동하고[正業], 바르게 생활하며[正命], 바르게 노력하고[正勤, 正精進], 바르게 깨어있으며[正念], 올바르게 마음을 안정[正定]하는 과정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감정 기복이 심해질 때 마치 배틀게임을 하듯이 팔정도를 응용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친구가 짜증나게 말을 하면 ‘바르게 말하기’ 배틀에 도전합니다. 처음 성공확률이 30%라도 걱정할 건 없어요. 다음에는 높아질 테니까요. 점점 상대의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낮아질 것입니다. 반대로 팔정도 성공률은 올라가겠죠? 이런 방법으로 스스로를 조율하는 리듬을 배워가야 합니다. 공부를 할 때, 친구와 놀 때, 자신의 감정이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조율해 나간다면 한걸음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