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해를 먹은, 거인 아수라왕

그림-강병호

아수라는 싸움귀신입니다.

아수라 나라는 여러 아수라왕이 나누어 다스리고 있습니다. 거인 라후는 아수라왕의 하나입니다. 라후의 키는 수미산 높이에 이르고, 몸의 크기도 수미산 크기에 견줄 만합니다.

그의 영토에는, 보배나무가 우거진 동산 숲이 있습니다. 라후가 동산을 거닐 때는 새들이 고운 소리로 노래를 지저귑니다. 왕이 목욕을 즐기는 연못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그의 궁전은 황금으로 되어 있고, 곳곳이 마니구슬과 여러 보배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처럼 호화로운 궁전에 살지만 라후의 마음속에는 싸우고 싶은 생각과 어두운 욕심이 가득 차 있습니다.

거인 아수라왕 라후는 큰 손으로 수미산 꼭대기를 쓰다듬기도 하고, 큰 손으로 해와 달을 가릴 수도 있습니다. 크고 푸른 주옥과 빨간 주옥, 잡색 주옥을 몸에 휘감고 있습니다. 이들 주옥이 모두 찬란한 광명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햇빛 광명 때문에 늘 속이 상합니다.

저 햇빛 광명이 내가 지닌 주옥의 광명보다 몇 배 찬란하단 말이야. 이건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저 해를 정말로 먹어버려야겠어. 이번엔 먹어치울 거야. 그래야 내가 지닌 보물의 광명이 해를 대신할 수 있을 거 아닌가.”

라후가 해를 먹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정말 꿀떡 삼켜버리겠다는 겁니다. 그게 될까요? 해는 수미산 중허리, 해의 궁전인 일궁에서 떠서 동···4주세계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낮 동안입니다. 일궁에 들어간 해가 궁전에서 쉬는 동안이 밤 시간입니다.

이번엔 정말 꿀떡 삼켜버려야겠어.”

아수라왕 거인 라후가 덥썩 해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해는 역시 뜨거웠습니다.

. 뜨거 뜨거! 뜨거 뜨거!”

그 뜨거운 해를 물었으니, 아무리 거인 아수라인들 소리치지 않을 수 없지요. 거인의 몸이 금방 타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라후는 기어이 해를 먹어야겠다며 억지로 해를 삼키려 합니다. 뜨거운 해가 목으로 잘 넘어갈까요?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말합니다.

한낮에 해가 왜 이럴까? 해가 반 조각이야. 반밖에 없네. 오늘이 일식인가봐.”

아무도 뜨거운 해를 물고 견디는 거인 라후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차츰 라후가 해를 토해냈습니다. 뜨거워 견디지 못해서 해를 뱉어버린 거지요. 해가 다시 밝아졌습니다.

일식이 끝났군.”

라후의 욕심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해를 먹어 없애려는 라후의 욕심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쨌든 해를 먹고 말 거다!”

라후는 이 생각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해마다 일식이 있는 거라 합니다.

그런데 거인 라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게 또 있습니다. 그것은 달이었습니다. 달은 아름답고, 둥근 모습으로 수미산 중턱 월궁에서 떠서 수미산 남쪽, 염부제로 옮겨가 보석 광명 속에 놓입니다. 이 때면 단정하고 예쁘기가 백배에 이릅니다. 세상 모두가 , 밝구나, 놀랍도록 어여쁘다, 달님!’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

이 때 아수라의 신하가 라후왕에게 달려가서 말합니다.

대왕님, 보름달이 단정하고 엄숙하기가 대왕님이 거느린 미녀들 모습에 비할 바가 아니옵니다.”

라후왕은 곧 아수라의 궁전으로 미녀들을 모았습니다. 예쁘게 꾸민 미녀들이 우우 모여 들었습니다. 라후는 하늘에 뜬 달과 미녀들 모습을 견주어보았습니다. 달에게 견줄만한 미녀는 없었습니다.

절망이로다!”

한참을 생각하던 라후는 다시 말했습니다.

저 달이 밉다. 이번에는 정말 먹어 없애버리자, 그냥 두었다가는 계속 나를 괴롭힐 테니.” 아수라왕은 미모를 뽐내는 달을 먹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먹어버리겠는 생각이었습니다.

덥썩! 라후가 달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달은 여간 차가운 게 아닙니다. 아수라왕의 뼈가 얼어버릴 만큼 차가운 달이었습니다. 심장이 얼어버리는 듯했습니다.

으윽! 차거 차가워, 으윽!”

해의 표면은 뜨겁기가 6천도였는데, 달은 영하 6천도로 차가웠습니다. 아무리 아수라지만, 소리칠 수밖에요.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욕심쟁이 라후가 차가운 달을 문 걸 모르고 말합니다.

밤중에 보름달이 왜 저럴까? 달이 점점 작이지네, 반쪽이네, 아주 없네. 오늘 밤이 월식인가 봐.”

아무도 차가운 달을 물고 견디는 라후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차츰 라후가 달을 토해냈습니다. 차가워 견디지 못해서 달을 뱉어버린 거지요. 달이 다시 밝아졌습니다.

월식이 끝났군.”

라후의 욕심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달을 먹어 없애려는 라후의 욕심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달을 먹고 말 거다!”

라후는 이 생각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월식이 일어난대요.

<정법념처경 16권 아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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