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대담]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

지난해는 유난히 다사다난 했다. 북한의 핵실험, 한미 사드배치 갈등, 경주 대지진 등 큰 사건들로 넘쳐 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은 공항 상태가 됐다. 이는 결국 블랙홀이 돼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르렀다. 경제도 더욱 힘들어졌다. 온통 악재들이 양수겹장으로 터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제 다시 밝아온 2017년 정유년 새 아침에는 그 수습의 가닥이 잡힐까? 그리고 선지식들은 그 해법을 알고 계실까?

1956년 15세에 출가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선수행으로 일관한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은 스스로 참선 수행의 오묘한 이치를 체득, 1986년 제석사 옛 절터에 선원을 창건해 후학 양성에 매진 중이다. 특히 오등선원은 전국 제방 선원서 유일하게 한 철 100일 동안 용맹정진하는 수행처로 유명하다. 새해를 1주일 앞둔 구랍 26일 대원 스님이 주석하시는 오등선원을 찾아가 승풍 진작과 국가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구했다.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김주일 부장

수행자엔 짧은 잠이라도 허송세월
오등선원 1백일 용맹정진 재결사 의미
“간화선은 바로 보고 알아차리는 것”
스승들에게 돈·명예 멀리하라 배워

간화선 수행에 대해

▲나날이 갈수록 출가자수 감소와 탈종교 현상으로 한국불교도 힘든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한 수행 정진을 당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등선원은 전국서 드물게 100일 용맹정진을 하는 철저한 수행 도량으로 유명한데요. 그 중심에는 대원 큰스님의 승풍 진작을 향한 큰 원이 서려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2004년부터 근 12년 동안 이렇게 스파르타식 용맹 정진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무엇이신지요?

- 도솔천에 호명보살이 3·7일 용맹정진하고 난 뒤, 미륵 부처님보다 42겁이 뒤떨어진 수행력이 용맹정진을 통해서 42겁을 더 뛰어나 앞서게 되어 사바세계 중생을 제도하려 이 중생처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서울을 가는데 쉬지 않고 계속 가는 사람과 쉬어가면서 놀면서 가는 사람 중 누가 먼저 서울에 도달하겠습니까? 정진하시는 스님들 중에는 상당한 경지를 맛본 분도 있지만 여기서는 인정하지 않고, 확철대오하여 부처님과 조사 스님처럼 완벽한 대각이 이뤄질 때까지 꾸준히 정진합니다. 용맹 정진을 통해서만이 많은 진전과 성과가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요즘 웬만한 교구본사 급 선원서도 안거 인원이 20명을 넘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등선원은 다른 선원보다 고강도 수행을 요하는데도 방부를 들이는 인원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진짜배기 공부를 하고 싶은 수행자들의 열망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배기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 바로 보고 바로 알아차려서 확철대오하여 계합하는데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분은 철벽처럼 잡념이 스며들지 않게 큰 의심으로 철저하게 화두를 참구하셔야 됩니다. 순일무잡(純一無雜)한 의심이 독로해야 됩니다.
간화선은 닦는 것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간화선은 바로 보고 바로 알아차리는데 의미가 있지요. 결국 선의 요체는 말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간화선은 말로 함축된 일구를 던지는 것인데 이는 말 속의 의미를 바로 바라보는데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가를 바라보면 지혜가 높아져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이것이 진짜배기 공부이지요.

▲언젠가 법문하시면서 “수행자에겐 아무리 짧은 잠이라도 허송세월이며, 수마를 조복 받고 나면 오히려 공부가 쉬워지고 자신감도 생긴다”는 말씀을 강조하신 게 기억이 납니다. 수좌로서의 철저함이 묻어나는 가르침이신데, 이에 덧붙여 평소 후학들에게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 수마도 눈을 부릅뜨고 끊으려 노력한다면 결코 장애가 될 수 없습니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알아차리겠다는 그리고 깨닫겠다는 용맹스런 마음입니다. 백척간두의 천길 벼랑서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기백과 하늘땅을 밟고 홀로 뛰어 오르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수행과 용심처를 둘로 보지 마시고 행해야 합니다. 이것도 중요하게 강조하는 말입니다.

대원 스님은? 1942년 경북 상주서 출생했다. 1956년 상주 남장사로 출가해 1958년 고암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62년 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66~1986년 당대 선지식인 효봉, 금오, 고암, 전강, 경봉, 성철 스님 등을 참방했으며, 40여년 간 정진 수행을 했다. 이어 대원 스님은 일제시대 한국 불교 중흥에 평생을 바친 용성(1864~1940) 스님과 조계종 3·4·6대 종정을 지낸 고암(1899~1988) 스님의 법맥을 전수받았다. 1986년에는 옛 제석사 터에 학림사를 창건했으며, 1995년에는 오등선원을 개원하고 조실로 추대됐다. 2001년엔 오등시민선원 개원, 선(禪)의 대중화에 진력했다. 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다. 2014년에는 종단의 최고 지위인 대종사 법계를 품서했으며, 현재는 조계종 원로의원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로 주석하며 간화선 대중화에 진력 중이다.
▲오등선원에서는 수행자들을 수시로 점검하며 공부 상태도 일러주고 또한 많은 선원서 사라진 법거량 전통을 활성화시킨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 법거량은 번거롭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저희가 당대의 선지식들에게서 가르침을 배울 때는 반드시 법거량을 통해 그동안의 공부를 점검 받았습니다. 법거량은 큰 의심과 분심을 촉발하게 되고, 큰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에 오등선원에서는 활성화 시키고 있습니다.

▲조계종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은 공부 단계가 단시일 내에 직접 나타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어렵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많이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위빠사나를 비롯해 기타 수행법이 일반인들에게 호응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정선 강원랜드에서는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참선법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간화선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 관법(觀法)은 중생이 가지고 있는 육폐(六弊), 즉 간탐(?貪)·파계(破戒)·진에(瞋?)·해태(懈怠)·산란(散亂)·우치(愚癡) 및 오욕, 재욕, 색욕, 식욕 등의 병이 있는데, 이것을 번뇌망상(煩惱妄想)이라 합니다. 이 병이 가로놓여 대각의 진리를 깨닫기가 어려우니 먼저 이를 제거한 다음에 큰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는 공부, 즉 관법을 하는 것이 관법 수행입니다. 이 수행을 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쉬게 돼 편안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뛰쳐나와 큰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을 버리기가 참으로 어려워 대각의 깨달음으로 진전되기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고요하고 편안한데 머무른 이 마음을 버리기 위해 많은 애를 써야 하는데 이것도 오랫동안 수련 관법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각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근기 미약한 중생에게 응병여약(應病與藥)으로 방편선을 가르친 것입니다. 간화선은 관법과 달리 일구(一句)로 번뇌망상을 단박에 잘라서 본래 진면목을 바로 가르쳐 언하에 깨닫게 해 마치게 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조주 스님이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에 “無”라고 대답했습니다. 여기에 중생은 언어도단(言語道斷), 앞뒤 생각이 끊어지고 중생의 분별의식이 통하지 않는 데까지 도달하게 해서 조주 스님의 ‘無字’ 의지를 바로 통해 깨닫는 동시에 자신의 진면목을 요달(了達)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법으로는 단박에 앞뒤 생각이 딱 끊어지게 하고 깨달음의 차원까지 하려면 몇 생을 해도 어렵습니다. 관법은 많은 시간을 요하고 간화 화두선은 돈오돈수로 빨리 해결하는데 그 뜻이 있습니다. 오늘날 첨단 과학시대, 빨리 이루고자 하는 이 시대에 간화선이 적합한 이유이지요.

▲큰 스님께서는 재가자를 위한 시민선원도 열어 재가자 수행 진작을 위해서도 힘쓰고 계신데, 그동안 성과와 효과는 어떤 것이고, 재가자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요?

- 큰 성과와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자신들의 행동이 달라지고 가정생활의 질이 달라집니다. 보다 높은 의식에서 생활하게 되기 때문에 공부하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 핵심은 수행을 통해 바로 자신의 진면목, 참나를 보면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을 마치고 돌아간 재가자들이 감사의 인사를 많이 전합니다.


스승과의 수행담

▲대원 큰스님께서는 반세기동안 상원사, 동화사, 봉암사, 해인사, 불국사 등 제방선원서 정진하시며 평생 존경받는 수좌로서 살아오셨으며, 효봉·경봉·전강·향곡·성철·월산 스님 등 당대 내로라하는 선지식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으셨는데, 그 많은 향훈 중 지금까지도 가슴에 간직하고 계시는 가르침이 있으시다면요?

- 큰스님들께서는 한결같이 돈, 여자, 명예를 멀리하고 열심히 정진해 확철대오하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과 조사 스님처럼 행을 하여 자비심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생들을 구하고 어리석고 미혹한 중생을 교화해 깨닫게 하는 것이 부처님께 시주의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며, 후학들에게 역시 그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법회 때 청담 큰스님에 대한 존경과 가르침을 피력하신 일이 기억납니다. 출가사찰인 상주 남장사와 수행 성지인 문경 봉암사 등에서 몇 차례 친견하시며 가르침을 받으신 걸로 아는데 이에 대한 말씀 좀 들려주시지요?

- 청담 큰스님에겐 친견 당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큰 법력을 느꼈습니다. 절 삼배 올리고 앉으니 “이 문중은 수행자가 밥 먹을 자격이 있지, 살아도 수행하는 비구가 살아야 한다”고 하시며 절대 대처승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 하셨습니다. 또한 수행을 열심히 해서 일대사를 잘 해결하고 중생을 제도해야만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다고 하시면서 그러려면 우선 돈과 명예를 멀리해야 하고, 특히 시주물건 즉 삼보정재를 헛되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용성 대종사와 고암 대종사의 법맥을 이으셨는데요, 두 대종사의 큰 가르침 중 지금도 가슴에 새겨진 것들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 용성 조사님께서는 선·교·율 및 계·정·혜가 원만 구족하셨으며 직지인심, 견성성불하시고 대각교를 세우셨고, 나라를 독립시키기 위해 힘쓰다 감옥에 가셔서도 중생을 위해 대자비심으로 부처님 경전을 번역하신 것이 가슴을 울립니다. 고암 큰스님께서는 용성 조사님의 법을 이으셨고 역시 직지인심, 견성성불하셔서 선과 교와 율, 자비를 실천하시고 중생을 제도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고암 큰스님께서는 목전서 바로 척척 해결하는 번쩍하는 지혜의 눈을 떠야만 된다고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큰스님의 학산이란 당호는 고암 대종사에게 전법게와 함께 받으신 걸로 아는데, 공부를 점검받고 인정 받은 과정에 대해서 생생히 좀 들려주세요.

- 1973년도 해인총림 방장 고암 조사님께 참배하니 방장스님께서 “아직도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화두 참구하는가? 아직 해결이 안 됐으면 내말을 들어보시게. 잣나무 꼭대기서 한 걸음 나아갔을 때를 당하여 어떤 것이 그대의 본래 면목인가?” 하시는 말씀에 제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서 박장대소 했지요. 그러자 고암 스님께서 말하시길 “무슨 기특한 일이 있기에 그렇게 웃는가? 속히 일러라” 하시자 제가 답하길 “한 입으로 다 말할 수 없습니다” 했습니다. 고암 조사님께서 다시 “아니다. 다시 말해보라” 하니 제가 삼배 올리고 기립차수해 말하기를 “설사 천언만구를 다 이른다 해도 이 속에 있어서 상신실명(喪身失命)을 면치 못합니다” 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 앉았지요. 고암 스님께서 다시 물으시길 “남전 스님께서 고양이 목을 자를 때 그 당시 그대가 있었다면 남전 스님께 뭐라 했겠는가?”라고 하시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고 나가겠습니다” 그러자 또 하문하시길 마조 원상에 대해서 말하셨습니다. “원상 안에 들어가도 삼십봉, 나가도 삼십봉이니 일러 보시게”라고요. 제가 깔고 앉은 좌복을 머리에 이고 서서 “이것이 안에 있습니까? 밖에 있습니까?” 하고 되물으니 “아니야” 하시면서 스님께서 주장자로 저를 치려고 하시는 찰나에 좌복을 스님 머리 위에 던지고 문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들어와 앉으니 고암 스님께서 조주 스님이 신짝을 머리에 이고 나간 의지를 물으셨습니다. 제가 답하기를 “옥씨성평토(玉氏成平土)하니 김씨건고루(金氏建高樓)입니다. 즉 옥 씨가 땅을 평평하게 하고 김 씨가 평평하게 한 자리에 높은 누각을 지었습니다”하니 고암 스님께서 눈푸른 납자는 속이기 어렵다며 1700공안을 두루 묻기에 저는 즉시 답했습니다. 이에 오도송 일구를 가져오라 하셔서 즉시 오도송을 지어 바쳤습니다.

忽聞栢頭手放語 廓然銷覺疑團處
明月獨露淸風新 凜凜闊步毘盧頂

홀연히 잣나무 꼭대기서 손 놓고
한걸음 나아가라는 말을 듣고/
확연히 의심덩어리 녹아 깨달았네/
밝은 달은 홀로 드러나고
맑은 바람은 새로운데/
늠름히 비로자나 이마 위를 활보함이로다

고암스님께서 이를 보시고 흔연히 입실을 허락한 뒤 학산(鶴山)이라는 법호와 다음의 전법게를 내리셨습니다.

佛祖傳心法 不識又不會
趙州茶一味 南泉月正明

불조가 전한 심법은
알지도 못하고 또한 알지도 못함이라
조주의 차맛이 일미이리니
남전의 달이 정히 밝도다

▲올해 2017년이 봉암사 결사 7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그래서 저희 현대불교신문사도 신년 특집 주제를 ‘결사 정신’으로 기획했습니다. 한국불교 승풍 진작을 위한 결사 정신의 의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요.

- 봉암사 결사는 조계종을 새롭게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한번 결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할 결사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학림사에는 100일 용맹정진을 꾸준히 시행하고 정진하고 있습니다.

 

학림사 오등시민선원은? 충남 공주 계룡산에 위치한 학림사 오등선원은 100일 용맹정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원 스님이 지난 1986년 개원한 오등선원은 참선 대중화를 위해 2001년부터 재가자를 위한 시민선방도 문을 열었다. 이번 동안거 때도 재가자 100여명이 용맹 정진중이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1일참선, 3일 참선, 한 달 참선, 하안거와 동안거 수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주말참선 프로그램은 전국서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주말 철야정진은 대원 스님의 특강으로 시작해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진행된다. 45분 참선, 15분 포행 등의 형식을 5차례 반복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올바른 리더의 조건은

▲지난해 해인총림 방장에 이어 올해 조계종 종정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셨는데, 그만큼 종단 내에서 수행력과 지도력을 인정받으셨단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 2014년에는 종단의 최고 지위인 대종사 법계도 품서하셨는데요. 지금 나라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대통령의 지도력과 리더십 부재서 비롯된 것인데, 종교단체를 비롯해 각 분야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정치인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즉 몸을 닦고 집안을 정제한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편안하게 해야 합니다. 정치인 공도부사 무주봉사 창조(政治人 公道不私 無住奉事 創造), 즉 정치인은 공평하고 바른 길을 사사로이 쓰지 말고, 집착, 욕심 없이 봉사하고 크게 창조해야 합니다. 이것이 안 돼서 지금 나라가 혼란에 빠진 것입니다. 또한 종교인과 성직자는 세속의 모든 사람에게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잘못된 길로 갈 때는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복과 덕과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이것이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각 분야 리더들이 꼭 지녀야 할 덕목입니다.

▲지난해 10월 동화사 간화선 법회서 지금 시대 상황과도 맞물린 ‘백척간두서 한걸음 나아가야 시방세계에 전체 몸이 몽땅 드러난다’고 말하신 걸로 아는데 불교계 원로로서 현 국가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주주의에서는 폭력과 구속,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알아서 모든 질서와 화합을 이루고, 난국을 지혜롭게 무리 없이 해결하고 하나된 힘을 세계에 보이는 성숙한 높은 차원의 ‘의식’이 바탕되어야 합니다. 문명화 된 문화 국민은 양극화 투쟁서 벗어나 잘 알아서 화합의 지혜를 운용하고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을 정착시키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생각만 관철하기 위해 밖으로 피켓이나 플래카드를 들고 나가 양극화 투쟁시비를 표출하는 것은 사회가 더 혼란스럽고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숙하고 몽매한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닌 하등국민의 모습이고 결국 사회는 구속과 억압된 독재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백척간두서 용기를 갖고 한 걸음 나아가면 바로 보는 지혜의 눈이 열려 모든 것이 해결되고 천하가 태평할 것입니다. 백성, 국민은 두 가지 시비에 치우치지 말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잘 살펴보면 거기에 수습의 길이 보이고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길이 나타납니다. 각자 나를 바로 보면 세상도 바로 보는 눈이 열려 속지 않고 멋진 화합된 세상을 살게 됩니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충분히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올해 2017년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선거법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80프로 이상이 직선제를 원하는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스님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신지요?

- 직선제 선거는 종교계, 특히 우리 한국 불교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미, 사미니에게까지 가서 절을 하고 한 표 부탁하는 선거운동 풍토가 생기면 종단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재정부담도 많아지므로 결국 망합니다. 저는 생각해봤는데 선원대표, 강원대표, 율원대표, 각 교구본사 대표, 종회 대표, 총무원 대표, 원로 대표가 훌륭한 덕망과 안목이 있으며 理·事를 갖춘 3인을 추천, 점검해 중앙종회와 원로회의서 한 사람을 추대하면 마지막에 종정 스님이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총무원장 연령 하한선 규정, 즉 ‘61세 이상’이라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종교 지도자는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는 정말 보기 드물게 국가적으로도 다사다난 했는데 올 정유년 불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덕담과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 종단도 새롭게 발전해야 되고 불자나 온 국민이 의식을 드높이고 하나 된 힘을 응집하여, 새로운 문화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전하는 화합의 모습을 만드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사부대중이 각각 선지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물을 배출하는 인재 불사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불사가 올 한 해 원만히 성취되기를 발원합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