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삶의 나침반이 있다

글 법상|그림 용정운|아름다운 인연 펴냄|1만 5천원
받아들임, 놓음, 알아차림,
내맡김, 나눔 등 갖추길 당부
100여 컷 그림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명상 에세이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나를 누르는 일과 사회,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때론 구속이기도 한 친구와 애인,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등등. 이런 복잡한 삶의 여정엔 장황한 위로보다 때론 단순한 답이 필요할 때가 있다. 군법사이자 인터넷 수행 공간 ‘목탁소리’의 지도 법사인 법상 스님이 이번에는 인생 곳곳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들고 찾아왔다.

“우울하다” “비교하거나 부러워하지 마라” “괴롭다” “판단하지 마라” “기쁘다” “하지만 너무 과하지 마라” “사랑한다” “오히려 바라지 말고 구속하지 마라” 이것들은 어쩌면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진리처럼 보이지만 사십, 오십이 넘어도 실천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스님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변곡점 하나하나에 마치 포스트잇을 붙이듯 이런 꼬리표를 붙여 가며 마음을 알고, 다루고, 나누라고 이야기한다.

법상 스님이 이렇게 ‘답’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누구나 자기 안에 해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아 헤매는 진리는 멀리도, 다른 데 있지도 않다. 그걸 아는 순간 각자 앞에 놓인 ‘역경을 통해 배울’ 수도, 현재 무엇이 있든 ‘지금 이대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깨닫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괴로운 상황이 도래할지라도 어차피 한 번 풀고 가야 할 내 삶의 몫이라면 바로 지금 여기서 툭툭 털고 나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스님은 무작정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지 마라. 우린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다”라고 스님은 이런 ‘답’을 내놓으며 우리가 삶 속에서 취해야 할 다섯 가지 실천법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받아들임’ ‘놓아 버림’ ‘알아차림’ ‘내맡김’ 그리고 ‘나눔’이다. 수용하고, 놓아 버린 채, 그대로를 구경꾼이 되어 바라보고, 삶을 내 식대로 판단하지 말며, 다만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것. 그리하여 이 지구별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신분으로 각자 자신의 삶을 눈부시게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이 제 스스로 그저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삶을 다만 바라볼 뿐 ‘나’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벌어지는 일이 나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고 분별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은 일이 있다. 인연 따라 내 앞에 온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공하다고 해서 삶을 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무기력해지라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그 어떤 사심도, 집착도, 미움도 없이 내 삶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평등하게 수용하고 바라봐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한쪽에 짧은 시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글이 먼저 등장하고, 이후에 본문이 시작된다. 시간이 없다면 카탈로그를 넘기듯 짧은 글들을 하나씩만, 또는 반복해서 읽어도 좋다.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랫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해 온 용정운 씨는 이 책에 모두 100여 컷의 그림을 제공해 좀 더 싱싱한 생동감을 입혔다. 봄날 같이 따스한 글과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들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싱그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이 책의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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