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생활은 不二, 대중 속으로 들어가라
불교와 생활은 不二, 대중 속으로 들어가라
  • 노덕현·윤호섭 기자
  • 승인 2017.01.0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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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생활밀착형 불교 - 1

부처님 당시부터 생활불교
우리나라의 역사만큼이나 장구한 것이 바로 불교 역사지만 최근 그 위상은 예전과 다르다. 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게 되고 불교 또한 예외는 아니다. 문명이 끝없이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연 불교의 위치는 어디인가? 불행하게도 현재 한국불교는 개신교와 가톨릭 교회보다 교세면에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에 불교계 안팎에서는 불교가 사회구성원 개개인 뿐 아니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부처님, “중생 위해 직접 교화나서
불교 일상생활 분야 활동 평가 낮아
“현대인 요구에 대응과제 남아”

불교는 태생부터 자리이타와 함께 하화중생을 위한 종교였다. <증일아함경>에 나오는 부처님 당시의 일화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아나율’은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다 눈병이 생겨 실명하게 되었다. 아나율이 옷을 기우려했으나 바늘에 실을 꿸 수 없었다. 아나율이 “세상에 복을 구하려는 사람은 나를 위해 실을 꿰어달라”고 하자 부처님께서 “네 바늘을 가져오라”며 이렇게 말하셨다.

“이 세상에 복을 얻고자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베푸는 것과 가르치는 것, 억울함을 참는 것과 계를 내리는 것, 중생을 감싸고 보호함과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는 것 이 여섯 가지 일에 만족함이 없이 항상 힘쓴다.”

부처님은 자이나교도에게 시집을 가 곤경에 처한 위사카를 위해 직접 사위성으로 가셨고, 또 기원정사에서 말썽쟁이 아들을 가진 아나타핀디카를 위해 직접 자녀 교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의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부처님은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직접 모범을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의 한국불교는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회생활 괴리, 탈종교화 직격탄
통계청이 구랍 19일 발표한 ‘2015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불교신자는 761만9000명으로 2005년 1058만8000명에서 약 297만명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탈종교화’를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종교가 있는 국민은 43.9%, 없는 국민은 56.1%로 무종교인이 종교부문 조사 이후 최초로 과반을 넘었다.

한국갤럽이 2015년 발간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에도 비종교인들이 종교를 바라보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45%)가 가장 높은 이유로 꼽혔다.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 등 다른 이유는 19% 이하였다. 연령별로 보면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특히 20대에서 55%에 달했으며 30대부터 50대까지는 40% 선이었다. 종교 자체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탈종교화 현상과 더불어 최근에는 종교 사사화 현상까지 일어나며 제도권 종교 중심의 신앙생활이 개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 <한국인의 종교>에서는 ‘종교보다 개인적 수련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에는 불자가 33%로 가장 많았고, 개신교인은 25%, 가톨릭인은 29%였다.

또 다른 종교에 비해 불교신자들이 유독 많이 감소하는 원인으로는 ‘불교가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기여를 못하고 있음’도 꼽혔다. 불교는 주요 종교 중 종교를 믿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긍정률이 개신교 84%, 가톨릭 73%보다 낮은 67%를 기록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제도권의 표준화된 불교로는 대중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불교가 시대 흐름에 조금 더 개방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은
그렇다면 불교가 대중의 다양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불교는 생명존중과 인권 등의 분야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평가받은 반면, 가족문제나 청소년 문제, 소비자보호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불교사회연구소가 2015년 발표한 <대국민여론조사 결과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됐다. 불교는 특히 생명존중, 인권 등 사회참여활동에 대한 10개 내역 조사 중 가족ㆍ청소년 문제나 소비자 보호 등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문제의 경우 부정적 평가가 33.8%, 41.4%로 가장 높았다.(긍정 14.9%, 11.6%) 불교사회연구소 측은 “여기에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가톨릭 45.8%, 개신교 44.9%에 크게 못 미치는 38.7%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불교학계 원로들은 생활밀착형 불교만이 불교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병조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국불교의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시대 징후를 읽어내는 성찰이 부족했고, 일반 대중들이 지닌 고통을 함께 하는 소통이 단절된 데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정 명예교수는 “모든 종교에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양면이 있다. 이상이 높더라도 현실을 외면하면 종교적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스스로의 고립을 벗어 던지고, 이제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주 한국불교 실패 ‘반면교사’
대중의 요구를 외면한 결과는 이미 1970~80년대 미국이민 초기 불교신자들이 대거 기독교계로 개종한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남가주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아시아 목회연구원은 1981년 한인 의식구조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남가주 한인 중 개신교 신자는 64.8%, 가톨릭 신자는 9.3%, 불교 신자는 5.3%였다.

워싱턴 연화정사 주지 성원 스님은 “1980년대 이민자 중 개신교와 가톨릭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 46.1%였고, 그 중 절대 다수는 불교신자였다”며 “절대 다수의 불교신자들은 미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볼 수 있다. 한인 이민 1세들을 위한 미주 한국불교의 포교는 철저히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님에 따르면 1977년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이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작하는 등 미주 한국 기독교계는 다양한 교육과 문화프로그램을 전개했다. 이와 달리 당시 미주 한국불교계에는 한인 이민1세 승려들과 재가지도자들을 체계적으로 재교육시키는 프로그램 등이 전무했다.

스님은 “1997년 9월 21일 개원한 LA관음사의 로메리카 불교대학이 미국 전역에서 유일무이하게 재가포교사 양성을 위한 한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문을 닫은 상황”이라며 “탈종교화 현상이 거세더라도 상대적으로 사회와 소통을 잘한 미주 한국 기독교는 불교보다 더 영향력을 갖게 됐고,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을 하는 등 교세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기복불교에 머물러 장ㆍ노년층만을 포교대상으로 간주하는 미주 한인사찰들과 다르게 미주 한인교회는 한글학교 개설로 젊은 층에 한국문화와 언어를 가르치고, 다양한 사교ㆍ교육 프로그램을 장년층을 위해 운영한다. 또 각종 문화강좌들을 노년층을 위해 개설하고 있다”며 “한인 1.5세와 2세들이 다양한 활동을 위해 교회에 갈 수 밖에 없는 미주 한국종교 현실은 한국불교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에서 영어ㆍ음악 수업을 비롯해 학부모 교육 콘텐츠 개발, 주말가족농장 운영 등에 앞장서고 있는 심산 스님(홍법사 주지)도 “불교가 기본적으로 지켜나가야할 것을 고수하면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대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키면서도 내부에서 뿌리 깊은 신행이 이어지는 불교가 되는 것이 불자 감소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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