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생활밀착형 불교 - 2. 고민에 응답한 불교사례

현재 한국불교는 타종교에 비해 대중의 삶에 밀접하게 접근해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또한 높다.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수준은 아니다. 곳곳에서 대중의 요구에 맞춰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삶에 불교계가 다가가 도움 주는 일들을 정리했다.
노덕현·윤호섭·하성미 기자

장가 갈 수 있을까
장기간 지속된 경제불황으로 인해 혼인율은 나날이 감소하고, 만혼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초혼 평균연령은 남성 33세, 여성 30.8세로 10년 전보다 2세가량 높아졌다. 무한경쟁사회서 생업에 치이며 이성을 만날 기회조차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결국 연애와 결혼을 바라지만 정작 어디서 누굴 만나야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졌다. 오죽하면 노래제목과 가사에 ‘장가 갈 수 있을까’라는 표현이 등장했을까.

이 같은 대중의 고민에 불교계는 ‘만남 템플스테이’를 기획했다. 2012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과 고양 흥국사가 함께 시작한 ‘산사의 싱글파티’가 대표적이다.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산사의 싱글파티는 총 20여 차례에 걸쳐 열렸다. 한 회에 남성과 여성 각각 10명이 참여한다.

반응은 뜨거웠다. ‘반드시 연애와 결혼에 성공하겠다’는 맹목적인 의도보다 젊은 미혼남녀들이 산사에서 건전한 만남을 할 수 있다는 데 호평이 쏟아졌다. 진솔한 인연 하나 맺기 어려운 현대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불자가 아닌 무종교인과 타종교인도 다수 참가하는 편이어서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박2일간의 템플스테이가 끝난 뒤에는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한 경우가 많았다. 정기적으로 만나 개인적인 속내를 털어놓거나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등 꾸준한 교류가 이어졌다.

이런 선사례는 최근 일선 사찰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례 화엄사가 ‘싱글만남 템플스테이-싱글짝 커플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거창의 (사)행복한마을 구성원들.
너와 나의 인드라망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무언가를 하려 해도 혼자서 하기는 부담스럽고, 어색한 일도 많다. 그렇기에 공통 관심사를 가진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소모임 등에서 직장과는 다른 소속감을 얻기도 한다. 이에 따라 불교계에서도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해 대중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거창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미국 볼티모어 등에서 구성되고 있는 사회적 공동체 (사)행복한마을은 명상·생활·자족경제·사회적 기능을 아우른다. 절을 중심으로 사부대중이 모여 살며, 함께 공양하고 자급자족 한다.
행복한마을은 경제적으로는 거창과 부산에 있는 채식점을 비롯해 천연염색업체, 명상센터 등을 운영하며 자급자족을 실현한다. 문화활동을 위한 해피코러스 합창단도 운영 중이다. 공동체에 걸맞게 개인생활공간이 주어지고, 앞으로 승려복지관도 건립할 계획이다. 또 구성원들이 매달 1만원씩 돈을 모아 쪽방촌이나 복지시설, 교도소 등에 후원하기도 한다. 구성원들은 “가족 같은 공동체에서 죽음까지도 대비할 수 있어 든든하다. 함께 돕고 소통하는 생활이 곧 불교가 지향하는 삶”이라고 강조한다.

광명 금강정사 반려동물 천도재. 불교TV제공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있는 것이 바로 반려동물의 증가다. 가구형태가 점차 소핵가족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하고,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농림축산부 2016년 현황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가구는 457만 가구에 달한다. 게다가 매년 10% 이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10년가량 정을 쌓아온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날 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이런 고민에 도움을 주고자 불교계에서는 ‘반려동물 천도재’를 봉행한다. 무료부터 염가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이 진행된다.
불교동물자비실천회 정광 스님은 반려동물의 주인들을 모아 한 장소에서 무료로 합동천도재를 봉행한다. 제상에는 고기 대신 사료와 과일, 개껌 등을 올리고, 스님은 1시간이 넘도록 경전을 독송한다. 여기에는 불자뿐만 아니라 무종교인도 다수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심에 자리한 광명 금강정사도 시민들의 높은 호응 속에 2015년부터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다. 일반 영가천도재와 다를 바 없이 생전에 반려동물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제상에 놓고, 경전을 독송한다. 또 반려동물과 얽힌 주인들의 애틋한 사연도 소개한다.

지난해 한마음과학원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부모 프로젝트’서 참가자들이 마음공부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엄마 먼저 마음공부 할게”
자본주의사회의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정서적 빈곤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청소년 비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식들의 정신건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한 사찰에서 개인공부를 목적으로 모인 엄마들이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돕고자 먼저 마음공부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같은 논의가 이어지자 사찰은 학부모만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했다.

한마음선원은 2012년 학부모 프로젝트 ‘행복한 학부모를 위한 마음공부’를 기획, 연 1회 학부모 30여 명을 대상으로 자식을 대하는 부모로서의 마음공부를 교육하고 있다. 별도 제작한 교재와 함께 7주간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자녀의 성장과정에 함께하는 부모가 마음의 중심을 잡고, 지혜롭게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각자 집에서 “엄마가 변했다”고 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덕분에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마음공부 심화과정을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진다고. 게다가 몇몇 초등학교서 교육요청을 받아 학부모들에게 마음공부 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웃나라 불교계는...

최초 유치원·라디오TV 등 사회 선도

대만불교는 중국 문화혁명 당시 남쪽으로 내려온 중국 스님들에 의해 형성됐고, 일제 치하와 건국, 그리고 미군정 등 우리나라와 근현대사가 비슷하지만 현재 불교 교세는 확연히 차이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중의 ‘환희심’에 있다. 대만불교는 승가활동의 주요덕목 중에 대중의 환희심을 포함하고 있다. 승가의 철저한 지계와 교육, 투명한 운영 등과 함께 다양한 불교 전법에 환희심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이를 통해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교육기관의 출재가 합동교육과 출가를 들 수 있다. 대만 불광산사는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고 불학원에서 출재가가 함께 공부한다. ‘스님이 환속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기우다. 승가의 철저한 자세를 보며 환희심을 낸 재가불자들이 출가하는 경우가 90%에 달한다. 출가하지 않더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환희심을 바탕으로 전법사로 활동한다.

불광산사는 문화와 접목한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 출판, 방송,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1960년대부터 최초의 유치원, 최초의 라디오TV, 최초의 셔틀버스 운영을 비롯해 고아원과 양로원, 무료의료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각지에서 사회교육사업도 벌여 200여 분원과 함께 대만 불광대, 남화대, 미국 서래대 등 3개 대학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자제공덕회의 경우 자원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의료, 문화, 국제구호, 골수기증, 환경보전 등에 앞장서고 있다.

장례·교육 앞세워 생활화

일본의 경우도 불교가 최대 종교로 사회 전반에 아직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화된 종교가 유입됐지만 아직 불교가 교세를 생생히 유지하는 원동력은 바로 생활형 종교로의 변모였다.
특히 장례만큼은 절에서 지낸다는 일본인 특유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본사찰에는 사원 내 많은 묘지가 있으며 신도는 자기가 다니는 사원에 선조대대의 묘지를 갖고 있다. 신도의 집안제사는 절 또는 집에서 지내는데 어떤 방식에서라도 반드시 스님의 염불의식 절차가 수반된다. 일본 고유 신의 신봉사상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사찰에 불도로서 소속되는 ‘단카(檀家)’가 발달했다.

일본불교의 사회진출 중 종파의 구별 없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교육사업이다. 대학ㆍ중ㆍ고등학교 경영 외에도 아무리 작은 사찰도 유치원ㆍ보육원을 경영하고 있다. 이것이 영리를 위한 사업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불교를 생활 속에서 가르치며 사회지식과 불교를 밀접히 생활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일본사찰에서는 한국불교와 같이 매주 설법회가 열리지만 대부분이 강의로 진행된다. 또 유치원에서 청소년ㆍ청년ㆍ중년ㆍ노인팀이 구성돼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사원에 들러서 저녁예불을 마치고 가는 신앙의 방법도 행해지고 있다.

종립학교 뿐만 아니라 일반학교에서도 불교를 배우고 있으며 부가적인 직업으로 교육직을 택하는 스님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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